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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나도 자랑할게 있었으면 좋겠다㈜컴트루픽쳐스 대표이사 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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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30 (화) 15:19:57 | 승인 2010-11-30 (화) 15:19:57

작년 커피 관련 교수님의 초대로 말레이시아 교육연수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커피나무와 카카오나무 농장을 중심으로 모기업의 사업 현장을 두루두루 탐방하고 왔었다. 모기업의 회장은 여자분이었다. 연로한 연세에 마라톤을 하며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하고 계셨다. 어머니 연세의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많은 반성을 했었다. 그녀의 세련되고 탄력 있는 건강한 신체 때문이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끊임없이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놀라움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라톤을 즐겨하는 그녀의 장기 레이스의 패턴은 곧 그녀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모두가 이윤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데에 급급한 것은 이미 익숙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카카오나무를 키우는 것은 더 이상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녀가 카카오나무를 계속해서 키워내고 지켜내고자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내 아버지가 직접 심고 가꾸어왔던 땅이기 때문이다. 그게 돈 앞에 무슨 대수냐 하는 세상이지만 그녀는 간단했다. 그냥 그 이유뿐이야. 라고.

돈을 조금 벌더라도 선친의 카카오농장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내고 교육연수를 통해 각국과 교류하면서 유지하려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수천억원을 소유하고 있는 그녀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첨엔 "하긴 나도 수천억원 있으면 그러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카카오농장을 지켜내기 위해 외로운 혈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 카카오농장을 밀고 오일팜을 심어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논리에 대적할 만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회사는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형제들은 오일팜으로 갈아타자는 의견을 피력한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형제들과 싸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일이다. 그 가장 피곤한 일을 그녀는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온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도에도 오겠다고 했다. 갑자기 나는 그녀처럼 의미 있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제주도 사람을 소개시켜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골몰거리며 생각해보았다. 어떤 분이면 좋을까? 어떤 사람이 있을까? 있기는 한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찾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수천억원을 소유하고 있는 분을 나는 알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봤다. 제주도 예산은 수천억원이 거뜬히 넘겠지? 그렇다면 도지사님을 만나게 해드리면 삶의 의미있는 가치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상상을 해봤다. 두 분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또 다시 그녀가 제주도에 올 때에는 나도 자랑할 만한 많은 분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컴트루픽쳐스 대표이사 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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