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공장에서 쓰는 기계와 같은 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그 대금을 일시불로 치르지 않고 일정 기간 매월 얼마씩 할부금으로 납부하기로 약정하는 예가 많다. 이 때 매도인으로서는 일단 매수인에게 인도된 물건의 매매대금 수령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대금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는 그 물건의 소유권을 매도인에게 유보한다는 내용의 특약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통례이다. 이러한 약정을 일컬어 '소유권 유보 약정'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동산의 매매에서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는 목적물의 소유권을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기로 하면서 목적물을 미리 매수인에게 인도하는 이른바 '소유권 유보 약정'이 있는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 이전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물권적 합의는 대금이 모두 지급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행하여진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그 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비록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았어도 목적물의 소유권은 위 약정대로 여전히 매도인이 이를 가지고, 대금이 모두 지급됨으로써 그 정지조건이 완성되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바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된다.

그러면 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인이 그 목적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경우 이를 양수한 제3자는 그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동산의 거래 및 인도와 관련하여 양수인은 민법 제249조에 근거하여 그 물건을 선의취득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인정되려면 그가 계약 당시에 그 물건의 소유권이 양도인에게 있지 않은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과 그 점에 관하여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가액의 기계를 거래함에 있어서 대금의 지급이 할부로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소유권 유보의 약정이 빈번하게 행하여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양수인이 양도인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인 경우 적어도 그 기계의 원래 매도인인 채권자에게 대금이 완납되었는지를 문의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문의도 하지 않은 채 상당한 가액의 동산을 덥석 양수해서 값을 치렀다고 주장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므로, 중고물품을 매수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