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46>붓순나무 재배농가 김승철씨
일본인 납골당 헌화용으로 사용하는 것 보고 국내 처음 재배
'의지'와 '끈기'가 성공 비결…서귀포시산림조합도 지원 '강화'

   
 
  ▲ 붓순나무.  
 

#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진주'
제주 산간이나 하천변에 자생하는 붓순나무.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야생에서 자라는 그저 그런 나무 취급을 받던 수종이다.

자연의 일부분으로만 받아들여지던 붓순나무를 대량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승철씨(51·동홍동)는 제주에서 자생하는 토종식물이자 희귀식물인 붓순나무를 대량생산해 일본시장까지 진출했다.

제주 산간이나 하천변에 자생하는 붓순나무.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야생에서 자라는 그저 그런 나무 취급을 받던 수종이다.자연의 일부분으로만 받아들여지던 붓순나무를 대량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김승철씨(51·동홍동)는 제주에서 자생하는 토종식물이자 희귀식물인 붓순나무를 대량생산해 일본시장까지 진출했다.

   
 
   
 

김씨는 농업인이라기보다는 조경 회사를 운영하는 조경업자다. 하지만 김씨는 붓순나무를 직접 재배해 일본 화훼 공판장으로 출하는 전문 임업인이기도 하다.

현재 김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등 중산간 인접 지역에 3만3000㎡규모로 붓순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태어나 서귀포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북 상주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에서 근무했지만, 1992년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조경업에 발을 들여놨다.

김씨는 사업초기 경쟁력 있는 조경수를 찾기 위해 일본 화훼시장과 조경수 업체를 찾아 다녔다. 그는 일본 견학을 하던 중 붓순나무가 일본 화훼 경매시장에서 대량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제주에 자생하는 붓순나무가 일본 화훼시장에서 대량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 자생종 붓순나무의 성공 가능성을 본 것이다.

김씨는 "일본 경매시장에서 붓순나무가 거래되는 것을 보며 '이 나무는 제주도 하천변에 자라는 나무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나무인데 일본 사람들이 소중하게 다루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이 나무를 제주에서 재배해 일본으로 수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붓순나무 재배를 결심했다"고 재배 동기를 전했다.

# 발품 팔아 얻은 재배법
지금으로부터 10년전 김씨는 붓순나무의 성공 가능성만 보고 이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붓순나무는 국내 조경 분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아 조경수로도 활용되지 않는데다 나무에 대해 정리된 책자나, 전문가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붓순나무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김씨는 매일 제주의 붓순나무 자생지를 찾아 제주의 오름과 하천 주변을 다녔다. 하천이나 오름 등에 군락을 형성한 붓순나무를 통해 나무의 특성과 재배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재배 초기 어려운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재배 처음이다 보니 종자를 보관했는데 다 썩어 다시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 1년을 보냈고, 나무를 꺽꽂이(삽목)했는데 시기를 놓쳐 활착률이 떨어져 실패, 또 다시 1년을 보내는 등 10년 가까이 재배법을 터득하기 위해 보냈다"고 당시 어려움을 회상했다.

이어 김씨는 "당시 '주변에 좋은 나무도 많은데 하필 이것을 선택해 이 고생을 하고 있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오기가 생겨 '한번 결심한 것을 끝까지 해봐야지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마음을 잡고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붓순나무 자생지를 찾아 발품을 판 결과 지난 2007년에 제주 토종식물인 붓순나무 대량증식에 성공, 지난 2009년부터 생산된 전량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누구 하나 도움 주는 이 없이 혼자서 걸어왔지만, 오직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처럼 김씨가 붓순나무 재배에 전념한 결과 그는 지난 2008년 제주도내 임업분야에서는 최초로 창의적인 발상과 임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림청 지정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김씨는 "제주도는 자생식물 종류가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관광객이나 도민이 제주의 다양한 자생식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식물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 붓순나무를 아시나요
붓순나무는 3~5m 내·외로 자라고, 나무 표피는 회갈색이며, 어린가지는 녹색을 띤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장타원형으로 앞면에 광택이 있고 두껍다. 양면에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을 자르면 향이 난다.

3~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흰색을 띠는 연한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10~15개이고 꽃받침잎은 6개이다. 열매는 8~12조각으로 배열하며 9~10월에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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