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47)대정읍 무릉2리 '무릉외갓집'

   
 
  ▲ 무릉외갓집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영필 무릉2리장은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의 친환경 농산물만을 엄선해 외갓집의 정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연 회원제 운영…입소문 타며 350명 가입
마을기업 탄생으로 공동체 의식 되살아나
도·농 상생프로젝트 새 모델로 주목 받아


정이 넘치는 시골 외갓집처럼 손수 지은 농산물을 매달 도시민들에게 전해주는 마을이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릉외갓집'. 이곳에서는 제주의 청정 자연을 담아 도시민들에게 제철 농산물을 배달해주고 있다.
무릉외갓집은 무릉2리 주민이 직접 생산하거나 엄선한 제주 농수산물을 한 달에 한 번 배달해주는 일종의 마을기업이다.


   
 
  ▲ 지난해 무릉외갓집에서 발송한 청정제주산 농산물들.  
 
#입소문 타고 회원 늘어


2009년 12월 문을 연 무릉외갓집은 운영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회원모집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그동안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회원이 늘면서 현재는 350여명이 가입, 1년간 신선한 제철 농산물로 식탁을 꾸리고 있다.

무릉외갓집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제주농민이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직접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무릉외갓집에서 발송한 청정제주산 농산물들.  
 
무릉2리 주민들은 제주의 따뜻한 햇볕과 좋은 황토, 맑고 깨끗한 지하 150미터 암반수를 이용해 경작한다. 토질은 비화산 점액질 토에 속해 암반수 마농(마늘)과 감귤, 양파, 미니 밤호박 등이 특히 유명하다.

실제로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전국 탑프루트 과실 품평회'에서 무릉 탑프루트 단지가 2년 연속 프로젝트 최우수단지로 선정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탑프루트란 농촌진흥청에서 전국 최고 품질의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 지난해 무릉외갓집에서 발송한 청정제주산 농산물들.  
 
보통 탑프루트 스티커가 붙은 과일을 사면 가장 맛있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정 암반수마농도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대만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이같은 청정 농산물을 소비자는 39만8000원의 연회비를 내고 1년 동안 싱싱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싸고 쉽게 살 수 있다. 또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무릉외갓집은 도농 상생프로젝트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도움·응원이 큰 힘

   
 
   
 
이처럼 무릉2리 주민들이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기업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까지에는 (사)제주올레와 (주)벤타코리아의 도움이 컸다.

(사)제주올레는 무릉2리와 (주)벤타코리아가 지난 2009년 2월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공기청정기 전문기업인 (주)벤타코리아는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마을과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기업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특히 (주)벤타코리아는 무려 10개월 동안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릉외갓집' 브랜드 기획부터 상품 구성, 온라인 쇼핑몰(www.murungdowon.net) 구축, 회원 모집 등 '무릉외갓집' 탄생의 전 과정을 지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사장은 최근 무릉2리 주민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명예 제주도민증을 받기도 했다.

김대현 (주)벤터코리아 사장은 "공기청정기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공해 청정지역인 제주올레를 사랑하게 됐고 때 묻지 않은 무릉2리 주민과 인연도 맺게 됐다"며 "무릉외갓집 사업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뿐 아니라 시골집 어머니의 따뜻한 정까지 도시민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도 무릉외갓집의 성공에 적잖게 기여했다. 조정래 작가와 김초혜 시인 등이 무릉외갓집의 손자·손녀가 된 것도 서명숙 이사장의 공이 컸다.

#마을 활력도 되찾아

무릉외갓집이라는 마을기업이 탄생하면서 마을분위기도 활력을 찾고 있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1년새 20여명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무릉외갓집이 인구증가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아니지만 마을공동체 의식이 다시 살아난 것은 분명하다고 마을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고영필 무릉2리장은 "이웃들이 함께 모여 소비자들에게 보낼 농산물을 정하고 공동작업을 하면서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과 공동체 의식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마을회의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고 이장은 "전에는 웬만한 일로는 마을회의를 열어도 참석하는 주민이 적어 무산된 적이 많았는데 무릉외갓집이 운영되면서는 회의가 무산되는 경우도 없고 참석인원도 크게 늘었다"며 "결국 마을주민들간 단결과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또 "당연히 우리 마을 농산물을 믿고 찾아주시는 소비자들을 위해 더 좋은 작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농산물만을 엄선해 도시민들에게 외갓집의 정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발전 위한 토대


현재 무릉외갓집은 마을 공동지분 51%와 60만 원씩 출자한 주민 26명의 지분 49%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경우, 주민의 지분 참여 기회도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무릉외갓집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마을발전을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 이장은 "무릉외갓집이 마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마을지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출자한 주민들도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출자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릉외갓집은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연회비 39만8000원을 받고 1년 동안 거의 60만 원 상당의 제주 특산물을 다달이 회원들에게 보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택배비와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운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현재 320명에 달하는 회원을 1000명 내외로 늘리지 않는다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 셈이다.

고 이장은 이에 따라 앞으로 제주 특산물을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한편, 배송비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고 이장은 "지금은 손해를 보기 일쑤지만 터를 닦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무릉외갓집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릉외갓집 사업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뿐 아니라 시골집 어머니의 따뜻한 정까지 도시민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작업"이라며 "특히 기업이나 지자체는 물론 도시민들이 무릉외갓집과 같은 마을기업을 통해 우리 농산물을 소중한 사람한테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한다면 마을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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