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48>영어조합법인 한림바다목장
'현실만족'보다 '미래에 대한 도전' 과감하게 선택 
▲ 지난달 31일 중국으로 홍해삼 수출에 성공한 영어조합법인 한림바다목장 김승철 대표(사진 왼쪽)과 고동천 이사가 양식장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홍해삼 종묘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해삼 2t 수출…3년 노력·연구 결실
"중간육성단계 기술 부족, 행정에서 적극 나서야"
붉은 색을 띠는 제주산 '홍해삼(紅海蔘)'이 중국 식탁을 넘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내 한 양식장에서 생산된 홍해삼 2t이 중국 청도 시장으로 수출, 가능성의 첫걸음을 뗐다.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며 고급 음식으로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홍해삼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영어조합법인 한림바다목장(대표 김승철)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 양식산업의 미래
한림바다목장은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홍해삼의 종묘생산부터 중간단계 육성, 활홍해삼 채취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제주 양식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한림바다목장은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이후 주로 전복양식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조합에서 연간 판매되는 양식전복 물량은 12t. 조합원들이 전복양식만으로도 짭짤한 소득을 올리며 생활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이다.
그러나 한림바다목장 조합원들은 '현실만족'보다는 '미래에 대한 도전·투자'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이에 따라 한림바다목장은 3년전 홍해삼 양식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그러나 홍해삼 양식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양식장 수조에서 유생 생산에는 겨우 성공했지만 그 이후 난관에 봉착했다.
홍해삼 양식을 위해서는 수조에서 생산된 유생을 15일간 사육한 후 새끼해삼으로 키우고, 또 2개월간 육성한 종묘를 바다에 방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2개월간을 '중간육성단계'라 하는데 도내에서는 이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없었다.
결국 홍해삼 양식을 먼저 시작한 중국에서 양식기술자 2명을 자비로 초청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홍해삼 채란부터 종묘생산까지 기술개발에 매달린 시간만 2년. 지난해 겨우 종묘생산에 성공, 바다에 방류한 홍해삼이 자라 이번에 첫 결실을 맺었다.
김수철 한림바다목장 대표는 "도내에서 양식장 5곳 정도에서 홍해삼 종묘생산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앞으로 중간육성기술 등 양식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돼야 홍해삼 대량생산을 통한 소득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해삼 양식기술 개발은 개인 양식장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국가 또는 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동천 한림바다목장 이사는 "처음 홍해삼 양식을 시작할 때만해도 홍해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 막막했다"면서 "지난 3년간의 노력과 고생을 이번 중국 수출로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또 "종묘생산 기술이 확보된 만큼 올해부터는 어촌계 등과 계약을 맺어 보다 많은 홍해삼 종묘를 생산, 방류해 어업인 소득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앞으로 제주도내 양식산업은 홍해삼 양식이 주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육성기술 전문가 절대 부족 
▲ 바다에 방류할 홍해삼 종묘가 자라고 있는 한림바다목장 양식장 수조
이처럼 제주산 양식 홍해삼이 중국으로 처음 수출되고 도에서도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양식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홍해삼 종묘 대부분이 중국 기술자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을 뿐 홍해삼 육성기술을 가진 도내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도 등에서 지난 2007년부터 도내 홍해삼 양식업체 등을 대상으로 종묘생산 기술교육을 실시하면서 종묘 생산 전문 인력이 일부 배출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육성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홍해삼 생산의 기본인 종묘 생산 및 육성 기술 인력이 부족해 향후 홍해삼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홍해삼 육성 분야는 도내 전문 인력은 고사하고 사료, 양식 도구 등 관련 인프라 및 연구 등도 부족한 상황이다. 종묘 및 육성 기술 축적이 생산량과 직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기술지원 및 연수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수철 대표는 "그나마 종묘생산 기술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육성 기술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홍해삼 양식업체의 실패를 줄이고 육성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 홍해삼 산업화 열 올려 
▲ 지난달 31일 중국으로 수출된 한림바다목장의 홍해삼은 300g정도가 가장 인기가 높다.
제주지역 특산물이 홍해삼은 육지부에서 생산되는 '청해삼'에 비해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의 무기영양성분이 2배가량 높다.
연구에 따르면 홍해삼 추출물은 면역세포를 대상으로 한 염증억제 실험에서 세포독성이 없으면서 청해삼에 비해 산화질소(NO, Nitric oxide) 생성억제 효과가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에서 알려진 항산화, 항암활성 등 기능성도 우수한 데다 면역질환 개선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홍해삼은 예로부터 최고의 한약재로 장양강장효과, 항암효과, 비만·고혈압 예방 등에 사용됐다.
제주도에서도 이 점에 주목, 홍해삼 산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도는 지난 2006년부터 육상에서 인공종묘를 생산해 마을어장에 방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어장에서 생산한 홍해삼은 61t으로 10억41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는 2009년 48t·6억6100만원에 비해 생산량은 28%, 생산액은 57% 증가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제주에서만 사실상 생산이 가능한 홍해삼에 대한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연간 400억원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승남 기자 ksn@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