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49>망고재배 농가 김인경씨
망고 재배 5년 동안 실패 반복…올해 첫 수확 
▲ 서귀포시 토평동 돈내코 인근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김인경씨는 지하공기를 활용,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지하공기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해 난방비 절감과 제주산 망고의 조기출하, 상품성 향상 등을 실현하고 있다.
지하공기 히트펌프 도입해 상품성 높여 '희망'
“무공해 에너지 시설 지원 확대 농가 여건 개선”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도내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주에서 아열대 작목인 망고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증가, 농가소득을 올리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 현상이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제주에만 존재하는 지하공기를 활용해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지하공기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해 아열대 작목 재배 걸림돌인 난방비 절감과 제주산 망고의 조기출하, 상품성 향상 등을 실현하는 농가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 과감한 결정이 성공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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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씨가 재배하고 있는 애플망고 | ||
애플망고는 대표적인 아열대 작목이지만, 김씨는 서귀포 지역에서도 기온이 낮은 곳 가운데 한 곳이 돈내코에서 망고를 재배해 실패를 거듭했다.
제주산 애플망고는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대표적인 고소득작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난방비 부담이 커 많은 농가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5월이면 수입되는 대만산과의 경쟁을 피하려면 4월 이전에 출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조기 가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652㎡ 규모의 하우스에서 망고를 재배하는 김씨도 일반 농가와 마찬가지로 기름을 사용해 가온을 했지만, 난방비 부담으로 제대로된 가온을 하지 못해 매번 실패했다.
그는 망고재배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동안 쏟아온 정성과 투자금 등으로 한번 발을 들인 망고 농사를 쉽게 접지 못했다.
대안을 찾던 김씨는 지난해 기존 망고재배 시설에 지하공기를 활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 실패를 거듭한 망고재배시설에 다시 자금을 투입했다.
주변에선 시설 규모에 비해 투자금이 너무 많다며 김씨의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실 1652㎡ 규모의 하우스는 5000만원 가량이면 시설이 가능하지만, 김씨가 다시 투자키로 결정한 히트펌프 시설은 하우스 시설비용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하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투자의 결과는 고품질 망고로 돌아왔다. 그의 결정이 적중한 것이다.
일반 망고 재배 농가의 상품율은 50~60% 가량이지만, 김씨가 올해 생산한 망고의 상품율은 90% 이상으로, 일반 농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그는 "지열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엔 습한 하우스 내 환경 때문에 곰팡이가 많이 발생했다"며 "이 시설을 도입한 이후엔 건조한 환경이 조성, 망고 꽃가루가 잘 날려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 부담은 조기 가온을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해 고품질 망고를 생산할 수 없어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케 한다"며 "지하공기와 버려지는 하우스 내에서 발생한 열에너지, 기름과 목재를 사용하는 난방 등을 종합해 사용하면 유류비이 크게 줄어들어 제대로된 농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일석삼조 제주 지하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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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공기를 활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 |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지질은 지하의 용암쇄설층과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지하공동에 공기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 제주의 지하공기 온도는 연중 16~18℃로, 지하공 1공에서 나오는 열량은 3만㎉ 내·외다. 이 열량을 화석연료인 경유로 환산하면 75ℓ와 맞먹는다. 특히 지열은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와 아황산가스, 아질산가스 등 유해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김씨는 이 시설을 도입한 후 지난해 8월말부터 40일 동안 야간에 15℃ 로 저온처리하고,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난방을 실시했다.
도 농업기술원이 김씨 농가를 대상으로 농경영비 가운데 난방비를 분석한 결과 유류 온풍기 이용할 때 3200만원 가량이던 유류비가 히트펌프 시스템 설치 후 냉방비 300만원, 난방비 700만원 등 모두 1000만원 가량으로 크게 줄어 78% 가량 난방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
도 농업기술원은 지하공기를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이 저온을 필요로 하는 작목을 재배할 때 인위적으로 온도를 낮춰 화아분화 유도, 조기 출하, 재배 기간 연장 등을 가능케해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 농업 기술원은 지열히트펌프, 보일러 등을 활용한 하이브리드형 냉·난방 시스템 등을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시설은 식물이 생장하는 데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CO2) 함유량이 많은 지하공기를 일조량이 모자란 겨울철에도 집중적으로 공급, 광합성 작용을 촉진시켜 껍질 색과 향도 우수한 망고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망고나무는 열대성 작물이지만 여름철 일정기간 낮은 온도가 유지돼야 이듬해 꽃을 많이 피우는 특성을 가진다.
김씨가 망고 화아분화 시기인 8월말부터 저온 처리를 거친 후 가온을 한 결과 망고 출하시기를 40일 가량 앞당겼다.
김씨는 "지하공기는 말 그대로 제주지역의 장점을 살린 무공해 신재생에너지"라며 "국고 보조가 확대돼 더 많은 농가가 기름값 부담없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