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역사와 함께하는 제주의 학교 2)화북초등학교
"제주의 관문 신문물 함께 신교육도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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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북초등학교의 설립과정을 말해주는 '화북리 인사 교육열'을 제목으로 한 1921년10월12일자 동아일보 기사. 하늘색 테두리 안이 화북리 기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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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성금을 모금해 설립한 화북초등학교 전경. 화북초는 당초 화북진터에 있다고 부지가 좁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재일동포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금 활동을 펼쳐 부지를 마련했다. 장공남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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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오후 화북초 관악대 연습실에서 관악부 어린이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화북초는 '1인 1악기 연주를 키우는 꿈동이들의 센터인 명품 관악부 활동'을 특색활동으로 펴고 있다. 장공남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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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만드는 아이들 동아리는 지역 축제에 참가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제주시 동문로터리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페이스페인들을 하고 있는 장면. 장공남 기자 | ||
#제주의 관문 화북
화북은 조천과 함께 조선시대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공식 포구였다. 화북은 제주목관아가 있는 관덕정에서 동쪽으로 5㎞ 가량 떨어져 있다.
제주를 찾은 목사나 조정의 관리들은 화북포구 또는 조천포구를 이용했다. 화북은 별도봉 인근의 산지항(현 제주항)이 축조되기 전까지 전라남도 영암, 강진에서 제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며 쌀과 소금 등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새로운 문물을 가장 먼저 접했다.
이와 함께 우암 송시열, 추사 김정희 등 조선시대 거물급 유배인들이 화북포구를 경유했다. 당대 내로라하는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유배인들의 등장은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북동에는 화북초등학교를 비롯해 동화초등학교, 제주대학교교육대학부설초등학교, 제주동중학교, 오현중·고등학교, 제주대학교 사라캠퍼스(교육대학) 등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들어서 있다.
#마을 주민들의 교육열
화북사립보통학교(현 화북초)는 화북진터에 교사를 마련해 1926년 7월에 개교한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발간한 「근·현대 제주교육 100년사」를 보면 화북사립보통학교의 설립은 마을 주민들이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기금을 모금해 이룩한 성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1921년 10월 12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당시 화북 마을 주민들의 교육열이 뜨거웠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화북의 아동교육기관으로는 종래의 옛 한문사숙뿐이었지만 사숙 경영자들이 합심해 이해 3월 5일 신교육기관인 화북학숙을 설립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완전한 학교를 설립하고자 700여호 주민의 부담으로 교사를 신건축해 5월에 준공, 사립화북학교인가원을 당국에 신청하기 위해 학교 기본금 1만원을 적립하기로 하고 4100여원을 모았다고 전해, 화북사립보통학교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화북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한 학교에 대한 지극 정성은 화북진터에서 현재의 화북초 부지로 옮길 때도 발휘된다.
화북초도 제주의 다른 학교와 같이 제주4·3의 화마를 피해 갈 수 없었다. 1949년 1월 무장대의 습격으로 학교 건물이 불에 타 전소됐다. 학교에 관한 서류와 학적부마저 불에 타 소실돼 학교의 역사가 사라져 버리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 옛터에 교실을 신축했다. 1960년대말 화북진터 교사 부지가 좁아 증축이 어렵게 되자 마을 주민들은 화북초 이설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부지를 물색한 후 재일동포의 도움과 마을 주민들의 돈을 모아 1971년 10월 31일 학교를 이설하기에 이른다.
#화북의 배움터 화북초
현재 화북초는 1~6학년(특수학급 포함) 28학급·816명(남자 435명, 여자 381명)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학습하고 있다.
2011년 2월 제81회 졸업생을 포함해 총 졸업생수는 7548명에 달한다.
올해 화북초의 특색활동은 '1인 1악기 연주를 키우는 꿈동이들의 센터인 명품 관악부 활동'과 '읽는 즐거움, 보는 기쁨, 만드는 행복이 가득한 꿈누리 도서관 운영'이다.
1인 1악기 연주를 통해 악기 기능이 뛰어난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 관악부를 편성하고 있다.
화북초 관악부는 지난 2006년 1월에 조직돼 각종 음악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학교 행사와 지역 행사에 참가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고문길 화북초 교장은 "학부모 의견, 어린이 의견,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학교를 운영하겠다"며 "어렸을 때의 경험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교육관을 밝혔다.
학교 도서관인 꿈누리 도서관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희정 화북초 학부모 사서도우미는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과 방과 후에 이용하고 있다"며 "학부모는 자녀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 때에 자녀를 기다리는 쉼터 역할을 해 학부모들 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화북초의 자랑은 축구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공격수 지동원이 바로 화북초에서 축구를 배웠다.
김용두씨(83·화북동) 등 마을 촌로들에 따르면 화북축구는 제주성내 산지청년 중심으로 구성된 용진회와 경쟁을 펼치며 제주의 축구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축구에 빠져 학습에 소홀하다는 여론으로 한 때 화북축구는 침체기를 맞은 바 있다고 전해진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화북초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에 선정돼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교육복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화북초는 저소득층 어린이와 일반 학생이 함께하는 통합 교육을 펴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학교가기를 위해 준비하는 이른 시간대에 댄스, 페이스페인팅, 매직풍선, 북아트를 배우는 '꿈을 만드는 아이들'(꿈만아) 동아리 활동이 대표적이다.
꿈을 만드는 아이들 동아리는 지난해에 청소년문화존 행사, 요양원, 어린이대축제 등 16차례 지역축제에 참가해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로부터 혜택만 받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지난 2009년부터 가족 봉사 동아리를 조직해 지역사회와 연계, 다문화 가정 합동전통혼례 등에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김숙정 화북초 교육복지 담당 교사는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못하는 아이로 나뉘는 때가 있지만 꿈을 만드는 아이들 동아리는 공부 잘하고 못하고 와는 관계가 없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일반 어린이들이 다른 학생들이 학교 가는 준비를 할 시간에 학교에 와서 배운다. 사회로부터 혜택 받던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배움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문길 교장은 학교가 마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운영 지침을 밝히고 있다.
고문길 교장은 "마을에서 학교 시설을 사용을 원할 때 학교 교육에 지장이 없는 한 지역사회에 개방해 마을의 시설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학교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학교다. 학교는 마을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화북초는 학교 후문 인근에 제주시 소유 토지를 화북동사무소의 협조로 무상으로 임대 받아 학교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구마, 상추, 상추, 오이 등의 채소를 재배할 예정이다.
지난해는 132만원 어치에 상당하는 식재료비를 아끼는 효과와 함께 자기가 키운 채소를 거둬들여 급식에 사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글·사진=장공남 기자 gongnam@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