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동산농원 대표 김태하씨

   
 
  ▲ 지난 2009년부터 한경면 저지리에서 하우스 딸기수확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동산농원 김태하 대표.  
 
하우스 딸기 수확체험 프로그램 3년만에 제 궤도
올해 3500명 방문 예상…내년 5000명 목표 세워
초등생에 딸기 잼 만들기·딸기화분 무료분양 계획

"지금은 체험관광이 대세입니다.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농산물 수확체험은 결국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한 하우스 딸기농장. 2000㎡ 남짓한 규모로 '동산농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하우스 딸기 농장에는 주말이면 200~300명에 이르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딸기를 수확하는데 여념이 없다. 딸기 수확체험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싱싱한 무농약 딸기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다 삭막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농촌의 싱그러움을 제대로 '맛'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딸기 수확체험 인기
이 하우스 딸기수확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하 대표(52). 김 대표가 이같은 딸기 수확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된 것은 지는 2009년부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주 지역에서 딸기는 제주시 아라동 지역과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을 중심으로 60여 농가에서만 재배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서부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한 김 대표는 딸기 재배기술을 전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가 딸기를 재배하고자 했던 한경면 저지리 지역은 지대가 높은데다 일조량도 적어 딸기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선이 많았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을 '뚝심'과 '기술력'으로 이겨냈다. 그는 지난해 전국 새농민회 회원이 동산농원에서 생산된 딸기를 맛보고 난 후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이때부터 김 대표 본격적으로 매년 제주신라호텔과 연계해 호텔에서 묵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딸기 수확체험을 운영했다. 신라호텔과 연이 닿은 배경에는 저지리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됐고,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관광지를 둘러본 관광객들이 제주에서도 딸기가 재배되는 사실을 대부분 몰라 이색적인 체험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 1인당 체험비가 1만원이지만, 직접 수확한 딸기 한 팩(1인 기준 700~800g)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00명에 불과했던 체험객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올해 들어 4월말까지 벌써 올해 목표인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체험농장 운영이 마무리되는 5월말까지 3500명까지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김 대표는 "무농약으로 기른 딸기를 직접 따면서 농촌 정서를 만끽하기 위해 농장을 찾는 체험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갓 딴 무농약 딸기를 먹어 본 관광객이 '이런 신선한 맛은 처음'이라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고 출신 농업인
25년 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 대표는 공업고등학교 출신이다. 고교를 졸업한 당시만해도 김 대표는 건축·토목 분야에서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농업도 계획적이고 신기술로 무장하면  '돈 버는 농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군 복무 후 제주산업정보대학 원예학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농업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오이·토마토 재배를 시작으로 뛰어들었던 1991년, 지역에서는 밭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영농규모도 영세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새로운 작목으로 화훼를 선택했고,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백합을 재배를 시작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유럽 화훼 선진국에서 농업연수를 통해 선진 기술을 습득, 점차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계속되는 성공으로 자신감이 충만해지자 1996년 화훼 하우스를 시설하는데 과잉투자하고,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최대·최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때 김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밭이 빚 때문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래도 김 대표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현재는 시설채소와 노지감귤, 딸기체험농장 등 전형적인 복합영농전문가로 거듭나 연간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시장 출하보다 소득 20% 늘어
김 대표는 앞으로 딸기수확체험농장을 활성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내년 목표도 5000명의 체험객을 확보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특히 딸기를 이용한 잼 만들기 기계를 설치하고 딸기잼을 생산·판매하는 등 체험영역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딸기 잼 만들기 체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에게는 딸기 화분을 무료로 분양, 농촌사랑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모든 것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농촌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전망도 밝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딸기수확 체험농장 운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의 체험농장 운영기간 중 1~2월에는 딸기의 시장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때문에 김 대표는 다른 딸기 재배농가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날씨가 좋아 딸기 출하량이 증가하는 3~4월에는 수확에 따른 인건비와 상자 구입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오히려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실속이 있다.

김 대표는 "전체적으로 시장 출하보다 체험프로그램 운영이 20%가량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시장가격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농촌체험의 기회 부여 및 제주산 딸기 홍보를 통한 농외소득증대를 위해 앞으로도 딸기수확 체험농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관광객들에게 출하 이전의 최상품의 싱싱한 딸기를 맛보게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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