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임동진 제주동진식품 대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유기농으로 재배,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임동진 제주동진식품 대표.  
 
무작정 일본방문 아스파라거스 재배법 터득
고소득·수출 가능 감귤 대체작목 '안성맞춤'
자비로 교육·시험재배 실시…농가확대 꿈꿔


어떤 일이나 사상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우리는 '선구자'(先驅者)라 부른다.

농업부문에서도 이 같은 선구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들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연구로 결국은 성공을 이뤄낸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임동진 제주동진식품 대표(66)도 바로 '선구자' 부류에 속하는 농업인 중 한명이다.

임동진 대표는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아스파라거스 촉성 재배에 성공, 일본 수출시장을 개척한 전문 농업인으로, 재배농가 확대에 열정을 쏟으며 지역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패를 거울삼아 연구 시작
임 대표가 농업과 연줄이 닿은 것은 제주도로 이주하면서부터다. 서울에서 30여년 동안 여행업체를 운영하면서 세계 곳곳을 둘러본 임 대표는 영농에 관심을 가지며 귀농을 꿈꾸기 시작했다.

귀농을 결심하고 여행업체를 정리한 임 대표는 2003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2만5000㎡의 농지를 확보해 유기농업을 도입해 호박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돌아온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애쓰게 재배한 호박이지만 당시만해도 판로확보조차 쉽지 않아 수확한 호박의 대부분을 버려야 하는 손실과 함께 실패라는 쓴맛을 맛봐야만 했다.

결국 임 대표는 작목 전환에 나섰다. 그러던 중 2004년 제주도 온난화대응농업센터로부터 시설하우스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는 권유를 받고 일본에서 아스파라거스 종자를 구입해 3300㎡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의 아스파라거스 재배규모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제대로 된 재배법조차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재배를 권장한 기관에서조차도 아스파라거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정도였다. 이에 따라 임 대표는 스스로 재배법을 하나 둘 터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영농일지를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임 대표는 단신으로 일본으로 무작정 건너가, 재배농가를 방문했지만 재배법을 알아내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임 대표의 노력이 통했는지, 일본 농업기관에서 그에게 재배법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매년 2~3차례 왕래를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를 실시한 결과 다음해 아스파라거스 한포기에 50개의 새순이 나기 시작해 3년후 수확을 보는 영농법을 1년으로 단축시킨 촉성재배로 전환한 장본인이다.

2006년 1만3200㎡ 노지에 1만㎡ 시설하우스 38동에 유기농산 인증을 받고 본격 적으로 제주산 아스파라거스를 생산에 돌입했다. 2007년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한 주스로 제조해 유기농산물 가공인증을 받고 신세계·현대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전국 유명백화점 친환경 농산물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다.

2009년 6월30일 아스파라거스 가공시설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주스와 분말을 생산, 전국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임동진 대표가 농가를 대상으로 아스파라거스 파종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 수출 성공 쾌거
임 대표는 아스파라거스 재배에 성공을 거두자 눈을 일본으로 돌렸다. 제주 최초로 2009년  야채유통회사인 'EATS JAPAN'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에 야채 수출 자체가 제주에서는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야채 수입조건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JAS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야채 수출이 가능해 당초 50톤 수출계약에서 겨우 1톤을 수출하고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자 2000만원의 경비를 들여 일본국으로부터 유기농 JAS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아스파라거스는 새싹과 잎을 재료로 사용해 앞으로 캔 주스와 국수·빵·과자류를 생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단독 유기농업으로 이루어낸 아스파라거스 단기재배에 성공은 제주 친환경농업에 혁신을 보인 쾌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임 대표는 이 재배기술을 독점할 생각은 전혀없다. 오히려 도민들에게 널리 알려 아스파라거스 재배농가가 확대되는 것을 꿈꾼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자비를 털어 중산간 지대에서 시험재배를 하고 있는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2월부터 10월까지 하우스에서 재배된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할 수 있어, 다른 지역에서 5월부터 8월까지 수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일본에서는 연간 1만5000t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일본수출 시장개척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더군다나 농가소득도 1㏊당 3억원으로, 다른 작목에 비해 높아, 감귤 대체작목으로 이만 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아스파라긴산 함유 통풍 등 효과
선진국서 주요 채소로 발전
…일본이 최대소비국

아스파라거스(Asparagus)는 백합과의 다년생 풀로, 남부 지중해 연안과 유럽에서부터 서부아시아에 걸쳐 분포됐다. 오랜 재배 역사 속에 품종 개량이 이뤄져 원산지로는 우크라이나, 동유럽 등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주요 채소의 하나로 발전됐다. 실제 일본에서는 브로콜리 다음으로 많이 먹는 야채이기도 하다.

아스파라거스의 종류에는 대표적으로 그린 아스파라거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자색 아스파라거스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그린 아스파라거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스파라거스에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고 콩나물 뿌리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다량 함유됐다. 또 약리성분으로는 루틴(Rutin) 성분이 많아 혈압강하제로 효과가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콩팥의 기능을 돕고 요산배설을 촉진, 신장이나 전신 근육계의 옥산살 결정을 파괴해 요산 축적에 의한 통풍과 신경통, 류마티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아스파라거스는 천문동으로 소개됐으며, 이뇨작용과 통풍에 특효가 있고 진정작용의 약제로 쓰인다고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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