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54>양봉농가 강성국씨

   
 
  ▲ 양봉업을 시작한지 15년이 넘는 양봉 베테랑 강성국씨. 현재 벌통 450군을 관리하며 청정 제주산 밀감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밀감꿀 생산에 여념없는 양봉농가
이상 기온이 벌 사육에 가장 큰 걸림돌

어릴적 어머니가 숨겨놨던 꿀단지를 꺼내 어머니 몰래 손가락에 꿀을 찍어 먹었던 기억. 이른 아침 아내가 전날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의 속을 달래주기 위해 만드는 꿀차. 누구나 꿀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꿀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귀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서귀포 지역 양봉농가들은 말갛고 향긋한 밀감꿀 채밀에 여념이 없다. 채밀 작업이 한창이던 양봉농가를 찾았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양봉산업을 들여다보자.

# 벌침으로 맺은 인연

강성국씨(60·토평동)의 벌통이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서귀포 지역 양봉농가 7~8명이 제주의 품앗이인 '수눌음'을 하고 있다. 강씨는 양봉업을 시작한지 15년이 넘는 양봉 베테랑이다. 현재 벌통 450군을 관리하며 국내에서 최고란 명성이 무색하지 않는 청정 제주산 꿀을 생산하고 있다.

강씨가 양봉업을 시작한 계기는 남다르다. 강씨는 부동산과 건선업 등을 하며 소위 말하는 잘나가던 사업가였다. 하지만 사업이 번창 할 때쯤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모든 사업을 포기한 채 중풍치료에 시간을 보냈다. 중풍으로 잘 움직이지 않던 손과 다리 등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왼쪽 눈꺼풀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강씨는 양봉을 하던 친구를 만기 위해 벌통이 있는 강씨 친구의 양봉장을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왼쪽 눈꺼풀에 벌을 쏘였다. 일주일 후 붓기가 빠질 때 다시 그 친구를 찾았다 지난번 벌에 쏘였던 자리에 다시 벌에 쏘였다. 우연찮게 두 번 쏘였지만 놀랍게도 그 이후론 왼쪽 눈꺼풀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후 강씨는 양봉업을 시작, 도내에서 '내로라'하는 양봉 농가가 됐다.

강씨는 양봉을 시작할 당시 벌통 16군으로 시작, 현재는 450군으로 늘렸다.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밤 10시까지 벌통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 6월부터 10월까진 물과 공기가 좋아 나무 생육상태가 좋은 곶자왈이나 오름 등에서 꿀을 채취하기 때문에 대부분을 천막생활을 한다.

양봉농가는 1월부터 3월까지 벌을 키우고, 3월부터 4월까진 벌통을 분양한다. 이후 4월부터 6월까지 분봉을 유도하고, 분봉까지 마무리되면 6월부터 10월까지는 꿀을 채집한다. 꿀 채집이 마무리되는 10월부터 1월까진 벌을 동면시킨다. 본격적인 꿀 채집은 6월부터 10월까지 이뤄지지만 보통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양한 종류의 꿀을 채집한다. 제주에선 유채꿀과 밀감꿀, 족낭(때죽나무의 제주방언)꿀 등을 생산한다.

강씨는 "공기 좋은 곳에서 벌꿀을 모으기 위해 산이나 오름 등에서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며 "좋은 꿀을 채취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알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강씨는 "일반인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천막생활을 하는 것이 부럽기까지 하다고 말을 하지만, 양봉업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는 일"며 "양봉이 축산업 분야 기타가축으로 분류됐지만, 다른 가축 산업에 비해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것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 서귀포 지역 양봉농가 7~8명이 강성국씨의 벌통이 있는 남원읍에서 밀감꿀 채밀 작업을 하고 있다.  
 

#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벌
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것 이외에도 양봉산물은 봉독·프로폴리스·밀납·수벌번데기·벌집 등 유익한 것이 많지만, 가장 큰 역할은 각종 식물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기는 수분을 돕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질뿐만 아니라, 개화 고도도 높아지고 있어 양봉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꿀 채취량은 온도와 수분, 바람이 좌우한다. 꿀 채집량은 습도와 온도가 높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가장 많다. 20℃ 내·외가 벌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고, 32℃가 넘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기온 변화나 습도, 바람 등 자연 현상 이외에도 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선 벌통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벌통이 많아야 꿀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아무리 벌통과 벌이 많아도 벌이 튼실하지 못하면 꿀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벌 한 마리는 평균 하루에 50회 가량 꿀을 물어 날라 찻숟가락으로 1개 분량의 꿀을 모은다. 벌이 건강하지 않으면 하루 50회 가량 나가지 못해 꿀 생산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귀포시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는 양봉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올해 자기 부담금을 포함해 모두 2억4000만원을 투입, 종봉 생산과 개량을 위해 화분구입, 양봉전면 소초광 구입, 채밀시설지원, 양봉관련 방역약품 구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 꿀 제대로 먹자

꿀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마치 꿀에 설탕처럼 하얀 덩어리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설탕으로 알고 꿀을 잘못 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하얀 덩어리는 설탕이 아니다. 벌꿀의 주성분은 포도당과 과당인데, 포도당이 과당보다 많으면 굳어져 하얀 덩어리가 된다. 또 저장온도가 16℃ 이하로 내려가면 하얀 덩어리가 쉽게 생긴다.

굳은 꿀은 45℃ 정도의 따뜻한 물에 병째로 담가 두거나 전기밥통에 30분가량 넣어 두면 결절이 풀린다.
특히 벌꿀은 뚜껑을 잘 닫은 채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여러 가지 효소를 함유한 꿀은 자체적으로 방부효과가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된다. 꿀은 수분과 냄새 등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꿀통 뚜껑은 꼭 닫아야 한다.

또 꿀엔 각종 비타민과 다량의 효소가 들어 있어 70℃ 이하로 식힌 물로 꿀차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 벌 질병 관리법

최근 도외 지역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란 꿀벌 질병이 발생, 양봉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제주에선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낭충봉아부패병 예방 방법은 알고 있어야 한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서양종꿀벌에서 흔하게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지만, 아시아에서는 서양종꿀벌(양봉)에서 발병하는 낭충봉아부패병과 동양종꿀벌(토종벌)에서 발병하는 토종벌낭충봉아부패병이 있다. 토종벌에서 발생하는 토종벌낭충봉아부패병의 원인체는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Chinese Sacbrood Virus)이며 태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Thai Sacbrood Virus)로도 부른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이 질병은 우선 감염되면, 감염봉군은 철저히 격리해 소각처리 해야 하고 더 이상 감염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건강봉군에 대해서는 질병확산 방지를 위해 건강봉군들 주변과 벌통 바깥 및 봉기구들에 삼종염계열의 소독약을 매일 뿌리고, 꿀벌에게 사료용 비타민, 미네랄 합제, 프로폴리스 등을 설탕물이나 꿀물에 타서 벌에게 직접 분무해 영양을 충분히 급여해준다. 그리고 세균의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사료용 항생제 테라마이신(옥시테트라싸이클린) 등을 소문에 뿌려 준다.

특히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이 의심되는 벌을 발견하면 즉시 가축방역기관 등에 신고해야 한다.

양봉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강완철·서귀포시 축산과 가축위생담당>

   
 
  ▲ 강완철 서귀포시 축산과 가축위생담당  
 
양봉산업은 봄이 오면 더 바빠지는 축산업의 한 분야다. 감귤꽃, 유채꽃, 아카시아꽃 등 밀원식물의 개화는 바쁜 벌들의 비행만큼 양봉장의 일손 또한 이들과 보조를 맞춘다. 벌이 인간에게 주는 무한산물은 꿀(honey)을 포함해 프로폴리스(蜂膠 ; 봉교, propolis), 로열제리(王乳 ; 왕유, royal jelly) 등 익히 들어본 산물과 함께 돼지와 소의 염증성 질환 치료 등으로 이용되는 벌침인 봉독과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제품인 치약, 비누, 크림 등 수를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제주에서 벌을 원천으로 하는 이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 양봉원이 설립되는 것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벌과 관련 산물에 대한 연구와 기능성 산물의 개발 노력은 전문 양봉원의 탄생과 더불어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개척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양봉농가 대부분이 고령으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이들 농가에 대한 변화된 축산정책 방향도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가운데 재래식의 꿀 채집 방법을 탈피한 전기식 자동채밀 지원사업은 양봉농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기식 자동채밀지원사업을 통해 채밀량 향상은 물론 위생적이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게됐다.

또 소초광 지원, 화분공급, 질병방제 약품공급 등 양봉가의 다양한 지원정책이 꾸준히 추진되고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발생했던 다른 시·도의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악성가축질병의 방역은 한 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떠나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한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양봉산업도 진드기, 응애류, 바이러스성 질병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양봉가의 기본적인 방역의식이 요구된다. 병의 증상이 발견이나 의심되면 방역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또 이웃 양봉장에 알려 제2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양봉장의 출입통제 및 차단방역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벌통주위 및 봉기구 등 관련 도구를 매일 소독해야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농가의 노력과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과 관심이 제주의 축산물과 더불어 청정한 환경 속에서 생산되는 양봉산물이 국민 보조식품인 동시에 최고의 청정 먹을거리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양봉가의 자구노력은 행정과의 유기적인 보조를 맞출 때 최상품의 자연식품 창출과 함께 자연스레 양봉산업의 새로운 도약은 머지않아 꿈이 아닌 현실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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