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일곱번째 이야기 - 연꽃형상의 산 곁에는 연과(연꽃의 열매)가 남는다

   
 
  조응하여 고개숙인 길격사 다랑쉬 오름  
 
지기(地氣)는 가장 높은 태조산에서 중간산인 중조산 그리고 작은산인 소조산에서 부모산인 현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전달된다. 현무봉에서 내려온 용맥은 능선 끝인 용진처에 이르러서야 행룡을 멈춘다. 건강한 땅은 생기를 받아야 하기에 용맥이 연결된 땅이라야 길지가 된다.

또한 지나가는 과룡처에서는 생기가 머물지못하며 참룡이어야한다. 어느 마을이든 부유하고 편안한 집안은 집앞이 평탄하다. 이는 용맥이 끝나는 곳, 즉 용진처(龍盡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려오는 능선 위에 집을 짓는다면 경사가 심할것이다.

집앞이 평탄하다는 것은 능선이 끝났으므로 더 이상 경사질 필요가 없다는 용의 암시와 같다.  용진혈적하므로 용맥이 끝나는 곳에 혈을 맺는 맥을 찾기 위해서는 양택지 뒤로 올라가 산의 능선을 살펴야 하며 이때 용맥은 산 능선이다.

산에서 내려온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혈이 뭉쳐있으므로 이곳이 양택지로 적합하다. 능선이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하여 변화가 활발하면 기(氣)가 살아있는 용맥이니 이를 생맥(生脈)이라 하고, 반대로 변화가 약하면 기도 약하고 변화없이 일자로 쭉 뻗어 있으니 이는 죽은 용맥인지라 사맥(死脈)이라 한다. 생맥은 구불구불하여 활기 넘치고 사맥은 변화가 없기에 생기도 없다.

   
 
  좌선하여 감아도는 높은오름의 북사면  
 
# 높은 산은 음기가 세다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춘다. 산이 양택지(살아있는 사람이 머무는 땅)를 등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어야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어 집의 생기가 보호되고 사람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수 있다.

사람의 심리는 항상 뒤가 든든해야 한다. 이 뒤가 든든하다 함은 좋은 용맥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가 허전하면 불안하고 허한땅으로 해석하며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다. 이러하기에 사람이 머물고저 하는 집의 뒤는 든든한 버팀목과 부모의 소임을 맡는다. 허나 너무 높은 산은 음기가 강하므로 산 높은 곳 가까이에 양택지를 선정하는것은 무의미하다.

너무 높은 산의 경우는 그 산의 용맥이 어디로 흘렀는지를 살펴보아 용맥이 혈을 맺는곳, 즉 용진혈적한 곳을 찾아야 한다. 양택지의 물은 양택지의 앞을 지나가야만 길하고 잠시 머물렀다가 나가는 형상이면 더욱 길하다. 이는 물이 풍수에서 재물을 의미하는 탓이다. 높은 산은 음기가 세다. 살아있는 사람은 양기와 음기를 적당히 취하여야 하기에 너무 높은 산 가까이에 집을 짓는 것은 음기에 눌리는 형상으로 해석한다.  

   
 
  남에서 상승하여 사방으로 감아도는 생기를 뿌린다.  
 
# 연꽃은 연과를 남긴다


한라산 동사면 지맥중 백약이에서 동거미오름을 거쳐 손지봉으로 뻗어내려가는 지맥의 북쪽곁으로 한갈래가 나뉘어 분맥하니 이가 바로 남쪽에 현무를 틀고 좌선용이 우세한 높은오름이다.

좌선하는 기운이 더 당당한 높은오름은 사방으로 감아도는 기를 내보내며 용이 끝나는 지점에서 적당히 산을 등에 지고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높은오름의 등뒤는 남사면이되고 나머지는 모두 좌선하는 용의 원심력에 의해 뻗어내린 지맥이 사방으로 생기를 전달하는 형상이다. 평평한 땅에서 산을 이루고 꽃을 이루었기에 평지에서 핀 연꽃의 형상을 한다.

연꽃 주위에는 연꽃이 지고난 후 남긴 열매 연과가 있기 마련이다. 연과에 해당하는 땅은 평평한 평지에서 미돌하여 혈을 맺는다. 사방으로 뻗어내린 생기있는 지맥이니 사방에 연과가 넘친다. 단, 남사면은 상승하는 지맥이기에 연과를 남기기 어렵다.  

   
 
  정상에서 이룬 연꽃, 좌측봉우리 남쪽이 현무봉  
 
# 주변사와 함께 국세를 이룬다


높은오름은 남쪽 정상에 현무가 머리를 틀고 좌선하여 연꽃를 이룬다. 좌선하는 용이 두 번 기복하여 좌청룡이 서와 북 2/3를 감아돌며 백호는 동쪽의 1/3을 감아돌아 남동사면에서 솟아오른 기운은 좌선하는 청룡과 우선하는 백호가 맞닿은 곳이다.

암석이 돌기하여 충하였으니 용의 기운은 주춤하였으나 곧 방향을 틀어 남동사면으로 하강하여 내려가기 시작한다. 높은오름과 아부오름 백약이와 동거미오름이 함께 국(局)을 이루며 네오름사이에 당판을 이루니 이 당판에서는 건강하고 생기넘치는 용이 뛰논다. 아부오름의 남사면을 감아도는 물줄기가 높은오름의 서북에서 북을 감아도는 형상이니 높은오름 북사면을 감아도는 수세가 활 시위를 잡아당긴듯 둥근 환포수로 높은오름의 북사면을 길게 감아돈다. 북동사면의 생기가 돋보이는 높은오름이다.  

높은오름 서북으로는 아부오름이 등돌리니 무정하나 북동으로는 둔지봉과 돛오름이 조응하여 다정한 사격을 이루고 동으로는 다랑쉬와 아끈다랑쉬가 고개숙여 인사하니 참으로 공손하다. 주변에 높은오름을 에워싼 사격들이 길격이다.

좋은 산에는 좋은 사격이 있기 마련이다. 어진이의 곁에 사람이 모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어질기(仁)만하고 의(義)가 없으면 농판이 되기 마련이요 의롭기만하고(義) 어질지 못하면 철판이 되며 예(禮)만 있고 지혜로움이 없으면 학문을 일구지 못하며, 지(知)만 있고 예가 없으면 사람을 얻지 못함이다. 이모두가 신(信), 즉 사람의 말에서 비롯됨이니 信을 지키면 마음의 평정을 얻을것이다. 신의(信義)를 다짐하기에 좋은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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