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이 만난 '사람']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소장

 꽃이여, 내가 네 이름을 불러주마. 어느해 한라산에서였다. 키 작은 꽃들에 바싹 키를 낮춰 사진을 찍고 있던 이 식물학자를 만난 것은. 교사들과 동행하고 있었다. 고향 한라산이 품은 식물들은 이 땅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귀하디 귀한 종들이라 했다. 두메대극, 바위수국, 새비나무, 큰천남성, 섬매발톱나무, 한라솜다리, 호자덩굴. 흰닷딸기…. 유월, 짙은 초록. 허나 쉽게 이들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이, 그리 흔하랴. 그저 '이름모를 꽃' 향기에 취할뿐. 제주도는 한반도 식물의 결정체다. 한라산 꼭대기엔 이제 사라져가는 꽃들의 슬픈 운명도 있다하나 전문가 아니면 그를 어찌 알랴. 우리나라 가장 치열한 현장연구가의 한사람. 멸종위기 식물학자, 동북아식물연구소장 현진오. 그를 만났다. 서울, 그의 연구소 앞 공원에도 초록이 타고 있었다.

 그는 한달의 3분의 2는 생태계 현장에 서 있다. 울릉도에선 120일을 살며 식물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 나라 구석구석 사계절 꽃여행을 떠났고,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꽃들의 서러운 운명도 만났다. 연해주, 하바로프스크, 캄차카, 몽골 등을 다녔다. 마음에도 담았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지난해 그가 펴낸 「사라져가는 우리꽃」도 그 흔적의 하나. 식물 도감 등 지금까지 그가 펴낸 식물관련 저서만 30여 권. 식물들과 살부비며 살아온 그의 나날, 그려진다. 한반도와 뿌리가 이어져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 식물에 대한 현장 연구와 그 관계를 밝혀오고 있는 현진오 소장. 식물답사에서 곧 돌아온 듯한 그는 주말인데도 연구소를 지키고 있었다. 식물지도를 한눈에 펼치는 이 식물박사. 술술이다.

 # 식물분류학 하는 사람들이 모인 유일한 회사

 1963년 제주도 조천 출생.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 충남대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겸임교수, 한국 보전생물학회 부회장. 오현고 졸, 서울대학교 식물학과에서 식물분류학을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동안 등산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글쓰기와 사진찍기를 했다. 순천향대학교 박사과정에 다시 입학해 2001년 보전생물학을 전공, 박사 학위. 2002년 식물분류학 하는 사람들이 모인 유일한 회사인 ㈜동북아식물연구소를 서울에 설립, 멸종위기식물 실태조사를 하는 등 해마다 수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우이령보존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의 시민단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 민들레」, 「사라져가는 우리꽃」, 「자연박사가 되는 이야기 도감, 나무」, 「사계절 꽃산행」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사라져가는 우리꽃 전도사로 '꽃산행'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일반 대중들 대상 식물탐사 여행을 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식물 10종을 몰라요. 아카시나무, 동백나무 생물교육이 종 교육인데 잘 몰라요. 인식을 못해요. 교사들도 어려워해요. 적어도 전문가들도 사회에 참여해야 하고 연결고리는 해야겠다해서 뛰어들었지요."  

 동북아식물연구소는 연구분야, 교육분야, 생물생태계관련 연구자들이 IT사업도 한다. 국가 생물종 보전 프로젝트에 여러번 참여했고, '꽃산행'을 기획, 전문가와 학생, 일반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태여행,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한다.

 남쪽 대마도에 가서 양치식물도 보고, 북으로는 중국 백두산 포함해서 연해주 하바로프스크 캄차카 몽골에서 시작을 하면 좋겠다는 취지였고, 그리하는 동안 많은 성과물들이 쌓여간다.

 "우리 나라 생물종들이 약 3만6000종이라면, 모든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만드는 거죠. 틈새시장으로 그것을 5년 전부터 하고 있어요. 멸종위기종을 어떻게 보전하고 보호할 것인가하는 분류에 기반을 둔 응용 연구지요. 한반도 생물자원포탈이라고 환경부가 10년 사업으로 매년 구축하고 있는데 그것도 함께 하는 사업이죠. 우리 식물자체가 남해안, 제주도 가면 일부남방계열 열대 아열대 식물들,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식물들 두가지 부륩니다. 북방계식물은 히말라야가 오리진이지요."

 # 한라산 200~300종 보호가치 '식물의 보고'

 "사람들 마음이 바꿔져야 합니다. 자연에 있는 것은 다 공짜다. 내꺼다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죠. 멸종위기종이 아니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야할 생물은 보전해야 하고."

 현재 우리나라 멸종위기 식물은 환경부가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식물인 64종. 허나 그는 300~350종 정도로 본다, 총 3만6000종 가운데 10%정도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한 종들이란다. 남북 합해서. "향후 10년안에 멸종이 되거나, 감소추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정을 쏟아야할 종들이 10% 정도가 됩니다." 국제적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보는 멸종위기식물은 대략 12~13%. 우리 식물가운데 10%정도는 멸종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인류의 화두인 '환경'의 잣대가 되는 것이 생물아닌가. '한라산' 대목에 이르자 강도가 세진다. "제주도 한라산, 정말 엄청 보호해야 해요. 200~300종 정도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종들이 특히 몰려 있어요. 제주도가 가장 많아요. 총체적으로 볼때, 실제로 수사가 아닌 식물의 보고죠."

 특히 암매(돌매화나무)같은 법정보호종으로 속하는 것들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것. 법정보호종이 아니면서 한라산의 한라솜다리 같은 것도 있다. 세계적으로 볼때, 개체수도 적기 때문에 1급이다. 안그래도 한라산은 보호강도를 높여야 할 것들이 많은 산이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는 의미는 뭔가.

 "3만6000종을 온전하게 보호해야한다 하면 없어지는 놈들, 멸종되는 놈들을 우선 보호해야잖아요. 그놈들만 다 보호하면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유지에 이상이 없는 거예요. 국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한다는 건 제주도 한라산의 생물다양성을 잘 보전하면 된다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라산이 중요합니다."

 기후변화생물지표를 차지하는 것 또한 거의 다 제주도 식물들이라면 제주도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식물박물관인 셈. "남방계 것은 올라오고, 북방계는 쇠퇴해서 가는데, 제주도는 남방계 것도 있고 한라산 꼭대기엔 북방계도 있잖아요. 죽어서 없어져버리는 것도 한라산 꼭대기에 살고 있으니까. 미기록종도 살지 않습니까."

 생물보호는 무엇보다 의지의 문제. 말 뿐인 의지도 있고, 핵심적인 것을 지켜가자는 의지도 있고,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그 핵심을 잘 봐야죠. 말잔치만 하느냐. 기술과 그쪽 분야 학식도 필요해요. 제주도가 외부의 목소리, 외부의 기능들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 멸종위기종 이주 시키는 것은 의미 없는 일

 그렇다면, 생물자원을 원래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그래도 살 수 있는 걸까? 간결한 답변. "보전생물학적으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 상태에서, 그 자리에 있을때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4대강 사업 때, 멸종위기종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다 죽으니까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다 했는데, 그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들끓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문제와 함께 떠오른 강정마을의 붉은발말똥게들. 그것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킨다면? "물론 붉은발말똥게를 이식시킨다 할 땐 의미가 아주 적어지는거죠. 식물보다는 덜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최상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죠. 식물 같은 것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고착 생활을 하는 것을 뿌리채 뽑아서 옮겨 놓는 거잖아요. 다른 새나, 이동성 있는 동물 같은 것은 유동을 하거나 좋은 환경을 찾아 가기도해서 조금은 의미가 있지만. 환경영향평가하면 대개의 경우 식물같은 것은 이식하고, 동물도 대체 서식지 조성하면 된다고하는데, 이것은 사업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지 보전생물학 쪽에서 보면 하면 안되는 일이거든요. 제주도가 외침도 많았고, 그런 것 치유하기 위해서 평화의 섬 하는 건데."

 그대신 그 생물종이 정말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면밀하게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단다. 그도 물론 내셔널트러스트 등 NGO 활동을 하지만, 그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란다. 스스로 번식하며 토착화하는 귀화식물도 문제. 미국에선 집중적으로 귀화식물인 우리나라 털부처꽃 퇴치운동도 나선단다.

 "귀화식물은 안들어도록 해야하고 들어온 것들은 퇴치해야 하고. 안그러면 관리해서 뽑든지 해야돼요. 사람이 땅거죽을 탁 벗기잖아요. 여기가 타깃입니다. 생태계가 안정되고 풀이 있고 안정되면 못 들어와요. 밭가장자리에 엄청 들어와요. 집을 짓기 위해 도로 내기위해 땅거죽 벗기면 센터예요. 서양민들레가 들어오면 우리것 밀어내요. 서울엔 우리것 완전히 제로예요."

 # 멸종위기 식물 발견할 때 보람

 어려서부터 식물들을 가까이서 보며 자랐기 때문일까. 서울대 생물계열 입학시기, 유전공학 붐이 일 때였다. 인기없는 식물분류나 생태쪽으로 마음이 갔다. 가슴설레는 쪽을 택했다. "아직까지도 식물 안에서만 헤매고 있는데도, 점점 다른게 보이는구나 해요. 사회, 정치, 정책하는 것도 그렇고. 이용 개발하겠다는 사람들은 이익과 관련되니 적극적입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걸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자꾸 연구해야 돼요."

 "사랑하고 지키겠다하는 것은 기본이고, 궁극적으로 큰 힘에 휘둘리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는 것들은 제도도 알면서 가야해요. 조례 지정 운동 같은 것도 있죠."

 멸종된 것들을 보면 안타깝다. 위기에서 완전 멸종됐다고 보여지는 게 나도풍란. 멸종위기 식물을 찾아 헤매다보면 보람의 순간이 그를 다시 일으킨다. 환경부에서 2007년까지 매년 모니터링하던 산제비꽃을 누가 훔쳐가버려 이 꽃을 찾아 헤맬때였다.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이 꽃은 북쪽에 고향을 뒀죠. 이번에 못찾으면 빼자 그랬죠. 경남 낙동강변에서 발견됐다는 거예요. 강변 습지에 사는데 뙤약볕에 다 뒤진 거예요. 해가 뉘엿뉘엿하고 포기할까 하는데 물가에서 손 씻는데 그게 발견됐어요." 그럴땐 "심봤다!"였다.

 물론 생태계는 변화한다. 5년에 한번 환경부가 지정하는 멸종위기종 50%이상은 식물이 바뀌게 된단다. 그도 참여했고, 제도개선안도 냈다. "수시로 연구자들이나 일반인들이 청원내면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제도개선이죠."

 25년, 그렇게, 자연에 귀를 열어두고 산다. 그래선지 그는 삶의 공간도 그렇게 꿈꾼다.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은 어두워지면 캄캄할 것, 소음이 전혀 없을 것. 보석같은 섬, 한라산을 모태로 둔 이 식물학자. 간당간당 사라져가는 우리 꽃에 빠져 사는 그의 시선은 고향의 살아있는 것들에 닿아있었다.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 ysun6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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