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봉개동 장올악(長兀岳), 수장올(水長兀)
일흔번째이야기 - 동쪽을 향해 세가 모이는 진산(震山)을 얻는 용의 생기는 동쪽에 머문다.

▲ 북동에서 동으로 빠져나가는 수구앞 천지수
오행(木火土金水)의 기는 능히 스스로 운행하지 못하고 땅의 기운을 따라서 운행한다. 땅이 운행하는 기운은 반드시 그 세(勢)로 드러남이 순리다. 세가 동쪽으로 향하면 진산(震山)이 되며 진(震)은 목세(木勢)에 해당한다. 반대로 세가 서쪽으로 향하면 태산(兌山)이 되는데 태는 금(金)의 세가 된다. 기가 모이는 것은 또한 반드시 세(勢)로써 머무르니 진산은 동쪽을 향해 세가 머무는것이 적법할것이요 태산은 서쪽을 향해 세가 머무는것이 적법하다. 한라산 북동쪽으로 출맥한 용이 흙붉은오름과 불칸디오름을 만들어내고 불칸디오름이 쌀손장오리와 물장오리를 만들어낸다. 이 지맥은 성진이, 개월, 큰대나와 족은대나(절물)를 거쳐 민오름, 지그리, 바농으로 이어져 제주시 북동사면에 양기의 택지를 이루는 지맥이다. 이 지맥중 산세용인 물장오리는 세(勢)가 동쪽을 향해 뻗어나가는 지세이니 진산(震山)을 얻어 목(木) 기가 모이는 땅이다. 현무봉에서 분맥하여 용호(龍虎) 두손 마주잡고 천지수를 이루니 극귀극부한 땅이다. 물장오리의 생기는 동사면으로 집중되어 흘러내린다.

▲ 한라산 북동사면으로 이어지는 지맥(좌측부터 물장오리~한라산)
# 험한기운을 벗고 박환하는 용

물장오리는 불칸디오름의 용이 남서에서 남으로 우선(좌에서 우로 진행하는용)하여 남쪽에 현무봉을 이룬다. 좌선하던 불칸디오름의 용이 방향을 전환하여 우선용으로 바뀌었으니 행룡하는 용이 깨끗하게 변화하는 박환(剝換-방향전환)의 과정을 거친다. 용은 박환을 통해 험한 기운을 털어내고 유연하고 순화된 깨끗한 생기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누추한 용은 고운용으로 바뀌고 늙은 용은 젊은 용으로 변화한다. 누에가 허물을 벗고 깨어나 더 크고 성숙한 모습으로 변하듯 용도 이와 같다. 좌선하던 용이 우선용으로 바뀌면서 환골탈퇴하고 부드러운 순화된 용을 만드니 이가 바로 물장오리 신룡이다. 박환하지 못한 용은 탁하고 마르며 딱딱하다. 이를 늙은 할머니와 같다. 늙은 할머니가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것처럼 박환 하지 못한 용은 혈을 맺지 못하는게다.

▲ 물장오리의 남쪽봉우리 현무봉
# 좌출맥 강건한 신룡

박환을 통해 험한 기운을 탈살하고 박환한 물장오리 신룡은 맑고 부드럽고 밝으며 냉철하다. 마치 아름다운 신룡이 자리를 틀어 산중에 머무는 용세다. 신룡은 머리를 남쪽에 드리우고 서에서 북동을 감아돌며 왼손을 드리우고 남동에서 동으로는 오른손을 드리운다. 신룡 옷자락 사이에서 두손이 맞닿아 물을 모으고 물이 넘치면 북동에서 동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수구를 만들어낸다. 좌청룡이 백호보다 길고 장대하니 좌청룡의 생기가 넘치고 강건하다. 좌청룡자락에서 출맥하는 중심용이니 좌출맥용에 해당한다. 강건한 신룡 곁으로는 등뒤와 가슴안 모두 양기수가 넘친다.

▲ 동사면으로 이어지는 지맥 절물부터 바농오름까지
# 현무뒤 공배수(拱背水)와 신룡앞 천지수(天池水)

어후오름과 불칸디오름 사이를 흐르는 계곡수가 물장오리 남쪽 현무봉의 등뒤를 감아 돌아 북동으로 흘러내리니 공배수를 이룬다. 현무봉 뒤에 있는 물로 수전현무하니 부귀유장하다. 공배수가 감아도니 물장오리 주룡의 생기는 조금도 흩어지지 아니한다. 모든 기가 혈장으로 집중되니 대혈을 결지하기 좋은 길격수를 이룬다. 또한 물장오리 산정호수는 지극히 귀한 물로 사계절 마르지도 넘치지도 아니하는 천지수다. 천지수는 귀한 물 중에서도 극귀국부를 상징하는 상격수다. 역량이 대단히 커서 상격룡일 경우는 군왕이 나오는 길격수다. 건강한 용세에 길격수로 조화를 이루는 길지다. 물장오리 신룡을 만나려거든 북동쪽 수구 오른쪽 좌청룡의 자락에 앉아 남쪽의 현무봉을 바라보고 지그시 눈을 감으면 신룡의 얼굴과 마주하고 강건한 용세와 수세의 양기를 함께 전해받을수 있다.

물장오리는 한라산, 오백나한과 더불에 3대 성산(聖山)으로 꼽는다. 설문대 할망의 전설이 깃들만한 신성한 땅이며 청정한 심신으로 오르지 아니하면 안개로인해 호수가 모습을 감춘다. 가뭄에 비를 빌면 응함이 있다 전하며, 호수의 깊이를 헤아릴수 없을 만큼 탐사가 어렵다. 사람의 발길을 제한하는 신지(神地)다. 물장오리는 2008년 10월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어 습지보호중이며 2010년 11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그 보존가치가 높다.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의 새들과 곤충들의 서식지로 무분별하게 입산하여서는 아니되는 곳이며 입산시 환경청에 허가를 득해야한다. 과거 물장오리 천지수를 파이프로 연결하여 급수하였던 시설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어 혹여 물장오리의 물이 다른곳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나 않은지 조사가 필요하며, 기초석으로 추정되는 돌의 흔적 연구가 과제로 남아있는 곳이다. 보존과 연구과정을 마친 물장오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그날 건강한 용세와 수세가 처음모습 그대로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산을 아무리 아름답게 가꾼다한들 손대지 아니한 처음보다 아름다울수는 없음이다.
제주의 산과 물이 호흡하기를 기대한다.처음처럼. 

(물장오리를 안내해주신 환경청 한일환 오름지킴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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