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61>아떼모야 재배농가 김홍숙씨

재배부터 판매까지 곳곳에 '난관' 열정으로 극복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農業)은 천하(天下)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根本)이라는 의미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널리 쓰였다. 하지만 농업이 소외받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실상이다. 농업이 쇠퇴하면 안정적이고 질 좋은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없어,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자신을 위해 농사를 하기보다는 후대도 떳떳하게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아열대 작목 재배 기반을 다지는 농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아떼모야와의 인연
김홍숙씨(59·위미리)는 지난 2008년 9월 국내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열대 과일인 '아떼모야'를 생산, 국내 처음으로 출하했다.
호주·미국이 원산지인 아떼모야는 당도가 20∼26브릭스에 달하는 등 아열대과일 가운데서도 귀족 과일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가 2008년 수확한 아떼모야는 평균 ㎏당 5만원에 납품되는 등 고소득 작목으로 떠올랐다. 특히 아떼모야는 식물방역법에 의해 현재 과일은 수입을 할 수 없다.
김씨가 아떼모야를 처음 도입할 당시 어려움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고소득 작목' '귀족 과일'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열대과일 아떼모야가 제주도에 상륙해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속을 들여다보면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말이 생각난다.
시설 하우스에서 감귤을 재배하던 김씨는 1999년부터 유류값 상승과 하우스감귤 생산량 증가 등 경영비는 오르는 반면 하우스 감귤 가격은 내려가자 감귤 대체작목을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주변 농가들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이미 알려졌고, 재배 기술 등은 도외 지역이 앞서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외국이었다.
김씨는 주변 농가와 대만으로 향했다. 무작정 대만으로 찾아간 김씨 일행은 유망 작목을 재배하는 농장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나 다름없었다.
당시 김씨는 대만에서 백화점을 찾았다. 백화점 과일코너에서 처음 보는 과일을 닥치는데로 구입했다. 이후 숙소로 돌아와 과일을 먹어보고, 모양을 보고, 냄새를 맡아보면서 한국인에게 맞는 과일을 찾았다.
결국 김씨는 2001년 아떼모야라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아떼모야 묘목을 구입, 재배를 시작했다.
또 아떼모야를 도입할 당시 용과도 재배하는 등 아열대 작목 재배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떼모야 묘목을 구입하고 부푼 꿈을 안고 국내로 돌아왔지만, 아떼모야를 재배하기까진 시련의 연속이었다.
아떼모야 묘목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부터 난관이었다. 당시 아떼모야는 국내에선 재배하는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검역 당국도 당황했다. 아떼모야 과일은 식물검역법에 따라 국내로 들여올 수 없지만, 묘목에 대한 사항은 몰랐다.
묘목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지, 어떤 병·해충이 발생하는지, 그 병·해충은 국내 생태계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검사해야할 항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렵게 검역이 통과돼 묘목을 손에 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재배된 사례가 없던 품종이었기 때문에 격리재배 절차 등을 거친 후 본격적인 재배가 가능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떼모야 묘목을 심고 부농의 꿈을 키웠지만 대만에서 들여온 아떼모야 묘목은 뿌리가 썩어 들어가는 등 부족하기만 했던 아떼모야 재배 기술이 걸림돌이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아떼모야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만으로 날아가야 했다. 대만 품종개량소에 찾아가 사진으로 찍어둔 아떼모야 상태를 보여주며 자문을 얻었고, 대만에서 발행된 책자를 번역해 지식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갖은 시련을 이겨낸 끝에 그는 국내 최초로 아떼모야란 생소한 열대 과일을 국내에 보급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한 감귤 대체작목을 검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홍숙씨는 "하고자 하는 신념과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은 뒤쳐진다"고 말한다.
이어 김씨는 "어떤 작목이든 먼저 도입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도전과 용기가 없다면 농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씨는 "지금 세대만 농업에 종사하다 말 것이 아니"라며 "후세대도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도 농가보다 뒤쳐진 행정
김씨와 몇몇 농가는 발품을 팔아가며 아떼모야 등 열대 작목을 국내로 들여오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 아떼모야 등을 맛볼 수 있게 했다.
김홍숙씨는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것 가운데 대부분은 '~이 시급하다'란 표현"이라며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빨리,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최근 도외지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아열대 작목에 눈을 돌리자 행정 등은 기후변화에 대응키 위해 감귤 대체작목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 도입이 시급하다고 한다"며 "10여년 전에 행정의 도움없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아열대 작목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각종 지원 등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김씨는 아열대 작목을 재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열대 작목과 관련한 각종 정보 부족이었다. 나무 생리도 잘 몰랐고, 물은 어느정도 공급해야 하고, 온도는 몇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조차 검증되지 않았다.
김씨는 농업 기술 관련 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 기관조차 속 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행정, 농업 기술 관련 기관 등은 아열대 작목에 관심을 갖고 재배기술과 각종 영농자금 융자 등 각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농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젊은 농업인이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제공키 위해 농작물의 다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홍숙씨는 "10여년 전 행정은 아열대 작목 도입은 어렵다고 하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열대 작목 도입, 재배, 판매까지 농가 스스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외국을 6번이나 갔다 왔다"며 "이젠 행정 등이 관심을 갖고 젊은이들이 농업의 좋은 현실을 보고 농업을 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 아떼모야 ![]() 당도는 보통 25브릭스 이상이다. 수확한 후 아떼모야를 일주일정도 숙성시켜 꼭지부분이 갈라질때 쯤 칼이나 손으로 먹기 좋게 나눠서 먹으면 된다. 아떼모야는 껍질을 까지 않고, 쪼갠 후 알맹이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아떼모야 나무는 넓게 퍼지면서 키가 크는 나무로, 6년 가량 자라면 성목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매는 어른 주먹만한(500g) 크기부터 사람 머리보다 크게(2㎏ 남짓) 자라기도 한다. 껍질 표면에 돌기가 나 있다. 열매가 자라는 동안 껍질은 상당히 딱딱하지만, 상온에서 숙성과정을 보내면 표면이 까뭇하게 변하고 껍질도 부드러워진다. # 용과 ![]() 선인장 열매 가운데 하나로,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다. 꽃의 길이는 약 45㎝로 하룻밤 동안 만개했다가 다음 날에 진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꽃잎이 진 뒤 30~40일이 지나면 수확한다. 특히 과육 100g당 칼륨 함량이 272㎎으로 사과(95㎎)나 배(171㎎) 또는 망고(189㎎)보다 높다. 이외에도 인·마그네슘·칼슘·철 등 미네랄 성분과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당도는 16~18브릭스 가량이다. 물이나 우유, 요구르트, 꿀물 등을 섞어서 믹서기에 갈아 먹어도 좋다. 이밖에 화채나 젤리를 만드는 데 주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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