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역사와 함께하는 제주의 학교 9) 중문초등학교

   
 
  ▲ 지난 1927년 중문면 소재지에 개교한 중문초등학교 학생들이 한라산과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체육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장공남 기자  
 
   
 
  ▲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위치한 중문초등학교는 자율특색활동으로 1인 1악기 다루기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영어체험실에서 4현으로 구성된 기타인 우클렐레를 배우고 있다. 장공남 기자  
 
중문은 제주 관광을 대표하는 지역 중 하나다. 중문에는 천제연폭포, 주상절리대, 중문해수욕장을 비롯해 여미지식물원, 롯데호텔제주, 제주신라호텔 등이 위치해  '관광 1번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관광을 대표하는 중문은 1900년대 초 사립학교가 건립됐던 '교육의 고장'이었다. 제주의 대표적인 유림 이재교는 중문에 개성학교를 세웠다. 하지만 개성학교는 일제의 탄압에 폐교의 운명을 맞는다. 사립교육기관이던 개성학교의 설립연도는 교육사를 다룬 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중문 소재 개성학교

중문초 출신인 교육계 원로 이문웅씨와 이성무씨는 "중문의 4년제 사립학교인 개성학교는 1905년 중문동 1699번지에 개설된 근대교육기관으로 중문은 사립학교 발상지"라며 "교사와 교원 이력서를 보면 개성학교는 1907년 이전에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무 전 중문초 교장은  「중문교 80년사」를 집필하던 중에 1907년 중문사립개성학교에 입학해 1911년 졸업했다는 이봉옥 학생의 이력서를 찾아냈다. 이와 함께 설립자인 이재교의 아들 이을빈의 증언을 덧붙여 1905년 중문에 근대교육기관인 개성학교가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999년 발간된 「제주교육사」에는 개성학교는 1908년 설립됐다고 쓰여 있다. 또 최근 발간된  「근·현대 제주교육 100년사」를 보면 개성학교는 1908년에 세워졌다고 서술하는가 하면 같은 책의 다른 페이지에는 1905년에 설립(개성학숙)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학교 설립자는 모두 이재교로 기술하고 있다.

일본 천황은 학교 설립자인 이재교에게 은사금을 내리지만 이재교는 이를 거절한다. 이 때문에 일본경찰과 헌병들이 중문 마을에 쳐들어와 문서를 불태웠다고 전해진다. 끝내 개성학교는 1914년 폐교하기에 이른다.

이후 중문에는 개량서당인 진수의숙이 설립됐지만 1926년 태풍으로 교실이 무너지는 사태를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 1면 1교 좌면공립학교 설립

1919년 3·1운동 이후 일제는 문화정책을 펴 1면 1교제를 시행한다. 중문면에는 좌면공립보통학교(현 중문초등학교)가 1927년 3월 인가, 같은 해 5월 천제연폭포 인근에 개교한다.

학교 명칭은 당시 중문면이 좌면이었던 데서 명명됐다. 1935년 면의 명칭을 소재지 마을의 이름을 따서 개칭함에 따라 좌면은 중문면, 중면은 안덕면으로 바뀌었다.

개교 당시 학구는 좌면의 강정, 도순, 용흥, 하원, 월평, 회수, 대포, 색달, 상예, 하예 마을이었다. 1940년 도순초, 1944년 예래초가 각각  설립돼 이들 인접 마을이 분리됐다.

중문초는 6년제 6학급으로 운영되게 되자 학교가 좁아졌다. 이에 1941년 2월 학교 부지를 현재의 부지인 중문동 1984번지로 이전한다.

중문초는 1955년 화마의 피해를 입는다. 같은 해 11월 교실 증축공사를 하다 실화로 목조 건물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어 본관 9개 교실과 부속 건물이 전소됐다.

하지만 전소 사태 와중에서도 졸업대장, 학적부, 연혁 기록부, 교직원 이력서 등의 학교의 주요 서류는 안전했다.

제주4·3사건으로 무장대가 학교 등사판을 훔쳐가는 등 학교의 분위기가 어수선 하던 당시 강석봉 중문초 교장은 무장대에 탈취 당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송남식 교사에게 학교 주요 서류를 따로 보관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송 교사는 처가집 고팡(창고)에 서류함을 보관해 학교 기록은 온전할 수 있었다.

학교를 옮기는 데에는 주민과 학생들의 정성이 모아졌다.

학생들은 마을별로 5~6명 단위로 조를 편성해 새 학교 부지에 나무를 심었다. 이즈음 심은 소나무, 향나무, 팽나무 등은  현재 거목이 돼 지역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성무 전 중문초 교장은  "학교 이전할 때 마을 사람들이 동원돼 운동장을 매립하는 등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라고 동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더라"며 "하지만 정확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인구 유입 학생수 증가

중문초는 올해 2월 제83회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는 등 총 880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학생수는 618명으로 서귀포지역 학교 중 학생수가 많은 학교 중 하나다. 이들은 대부분 중문·대포·회수·색달동 등 4개 자연 부락 어린이이다.

중문관광단지와 인접한 중문초는 제주의 다른 학교와 달리 호텔 등 직장을 찾아 유입된 외부 지역 주민의 비중이 높다. 중문초는 외부 지역 주민 비중은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문초는 올해 4대 중점 교육 활동으로 학력 최고의 중문 어린이, 창의성을 기르는 독서·논술 교육, 폭력 없는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 그린 제주를 꿈꾸는 '세계 자연박물관 제주' 지킴이 운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평가 등 4차례의 학력 평가를 치러 목표점수를 달성한 어린이에게는 학력성취상을 시상하고 있으며 학력이 우수한 어린이는 학력우수상을 시상하고 있다.

기초학습 부진 학생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총 20시간 보충수업을 펼쳐 학력 신장을 돕고 있다.

창의성을 위해 매일 아침 교사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사제동행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서귀포시와 함께 독서명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학년별로 독서 골든벨 퀴즈 대회를 운영해 금상 수상자에게는 푸짐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폭력 없는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위해 1학년과 6학년 같은 번호 학생들이 형제처럼 지낼 수 있도록 동번제 프로그램을 운영해 봄소풍 등에 6학년이 1학년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환경체험의 날을 운영해 월 1회 토요일을 이용해 명승지를 찾아서 청소하고 고장의 빼어난 풍경을 둘러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중문초는 이처럼 창의성을 키워가는 희망의 교육을 교육철학으로 내걸어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상인 중문초 교장은 "어린이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본 도덕을 심어 주고 있다"며 "남 보다 잘 되기 위해 남을 밟고 서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도록 하는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 꿈 키우는 문화예술교육

중문초는 자율 특색 교육 활동으로 1인 1악기 다루기를 운영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우클렐레(4줄의 현으로 구성된 기타의 일종)를 비롯해 색소폰, 바이올린 등의 문화예술교육을 펼치고 있다. 방송 조회를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악기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재능 자랑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중문초의 자랑 중 하나는 1999년 창단된 축구부다. 올해 전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 입상하며 중문초를 알리고 있다.

중문초는 지난해 10월 인조 잔디 운동장으로 새 단장해 개장했으며 학교 운동장 시설을 지역 주민에 개방·운영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특히 하절기에는 오후 10시까지 운동장에 조명시설을 설치해 주민들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제공하고 있으며 야외 화장실도 개방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장치로는 학교의 11곳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9월께에 국고 등 19억5000만원을 투입해 학교 체육관을 신축공사에 나서 학생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상인 중문초 교장은 "지역사회의 구심체로서 지역 주민들과 유대강화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일꾼들을 키워내는 것이 학교"라며 "하지만 교원의 95%가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학부모와 학교 의외의 장소에서 만날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며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대를 위해서는 지역 출신 교사가 학교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공남 기자 gongna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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