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은 시를 썼던 한 시인은 책을 읽는 행위인 독서를 소재로 시로 썼다. 시인은 한 심야극장에서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지만 시는 인쇄 책으로 출간돼 1990년대 한국시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었다. 시인은 기형도이며 인쇄 책은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다.

기형도는 시  '흔해빠진 독서'에서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라고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듯 시를 썼다.

서구의 인쇄 책은 1450년대에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해 42행 성서를 인쇄, 본격화 된다. 인쇄 책 이전에는 두루마리 형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글로 쓴 책으로 간주됐다. 중세를 맞아 양피지와 종이에 쓴 필사본을 엮은 코덱스가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대체했다. 인쇄술이 등장하던 초기에는 필사본과 비슷한 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인쇄술의 발명은 과학혁명 등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작가는 말로 된 생각들을 직사각형의 종이 표면에 시각적으로, 순서대로 배치해 인쇄 책을 출간하고 있다. 독자는 책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감동하거나 정보를 얻어 낸다.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인쇄 책을 위협했다. 한 때 컴퓨터가 인쇄 책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인쇄 책은 휴대할 수 있는 반면 컴퓨터는 전기가 있어야 하며 부피가 커 책처럼 침대에서 독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진화를 거듭했다. 컴퓨터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스마트폰이 등장해 대중화 되고 있으며 아이패드와 같은 인쇄 책의 크기와 모양이 유사한 태블릿PC가 등장해 대중에 보급되고 있다. 인쇄 책이든 전자책이든 작가는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물하려 애쓴다. 여름 휴가철이다. 인쇄 책이든 전자책이든 죽은 자 또는 산 자의 추억이 담긴 책을 한 권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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