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인쇄된 책은 글자와 단어로 구성돼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시대를 거쳐 한 번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 졌다. 책은 15세기 인쇄술을 등장, 19세기 사진의 발명 이후 변화를 거듭하며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책과 이를 대체하고 있는 인터넷을 비교하면 책의 장점이 드러난다. 글자와 단어로 이뤄진 책은 읽는 독자로부터 산만한 요소를 걸러내 책에서 말하는 주장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독자에게 집중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국의 정보기술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최근 한 포럼에서 "책은 몰입적인 사고방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라고 전한 후 "하지만 인터넷은 이것을 빼앗아 간다. 한가지 일에만 완전히 몰입하고 집중하고 어떤 정보를 장기적인 기억으로 옮겨 개인적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은 능력,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연결이 인터넷을 통해 소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초반 웹의 등장과 1993년 웹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모자이크의 개발은 지구촌 이용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연결시켰다. 이용자들은 글자와 단어뿐 아니라 동영상, 오디오 파일을 연결한 웹 페이지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했다. 디지털 기기의 출현은 이전의 미디어를 차용 또는 개선해 스스로 문화적 의미를 획득했다. 휴대전화,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뉴미디어는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제주와 관련된 책은 도서관의 향토자료실(제주문헌실)에 비치해 이용자들에게 정보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향토자료는 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향토자료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책들과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서예가로 1840년 55세의 나이로 제주에 유배와 8년 3개월 동안의 유배생활을 한 추사 김정희의 제주생활을 다룬 책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는 일부 도서관에서 향토자료로 분류돼 있다. 제주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도서관 외부로 대출이 불가능한 향토자료로 분류돼 제주 독자와 만날 기회를 줄이고 있다. 지난 5월 출간 된 이 책은 한 인터넷 서점의 역사·문명사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전국에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정보 공유의 시대에 발맞춰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향토자료도 '대출 불가' 굴레를 벗고 제주의 독자와 더욱 가까서 만날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