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 역사의 '새숨결' 불어넣다] <3>강릉단오제

ICCN 유치·학계 연구 지속 등 탄탄한 기반…정체성 확립 등 절치부심
지난 6월 2~9일 강원도 강릉은 '단오제'로 들썩거렸다.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가 저력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그래도 늘 모자라다고 한다. 단오제 폐막을 선언하자마자 바로 다음 행사 채비에 들어간다. 한번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모아 연말 '작은 단오제'까지 연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숱한 논의를 운명처럼 받아 안고 있는데다 내년에는 ICCN(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 공동프로젝트인 '세계무형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강릉단오제를 살펴본다.
강릉단오제의 고민은 이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를 훨씬 앞선다.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 준비중인 입장에서는 그것 역시 부러울 수밖에 없다.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원조 논란'을 내세운 중국의 견제를 딛고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로서는 종묘제례악(2001)·판소리(2003)에 이은 3번째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자부심이 높았다.
유네스코 사무국의 행정심사와 NGO의 평가작업, 국제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초종 심의 등 2년여에 걸친 까다로운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일궈낸 결과여서 더 그렇다.
특히 총 90개 세계무형유산 중에서도 드물게 '축제'라는 특징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관광과 연계되는 경제적 수익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컸다.
강릉단오제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후 가장 먼저 이뤄진 작업은 단오제 운영 조직의 전문화다. 지난 30여년 동안 강릉문화원을 중심으로 했던 관련 업무를 '강릉단오제위원회'로 분리, 독립 상설기구화했다. 강릉단오제를 테마로 한 역사·문화유적지 순례가 활성화되면서 강릉시민이라면 누구나 단오 관련 유적지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전문 외국인해설사를 양성하는 등 세계화 작업도 진행했다.
물론 승승장구 무형문화유산의 덕을 본 것은 아니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외연은 성장했지만 정체성은 오히려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단오제 운영 주체가 2~3곳(강릉문화원·강릉단오제보존회·강릉단오제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업무의 효율성과 능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경제적 효과 미비, 국비지원 저조, 전승자들의 처우 문제 등 단오제를 둘러싼 현안과 문제들은 매년 꼬리를 문다.
하지만 예산확보와 각종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 이상으로 '십시일반'의 정신이 바탕이 돼 천년을 이어온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단오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강릉단오제가 제주 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강릉시는 강릉단오제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 세계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를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인 국제기구인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이다. ICCN은 매년 국제시장단회의와 무형문화유산 지방정부관리자 국제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무형유산을 보유한 지방정부간의 협력과 역량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제주 잠녀'에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반기고 있는 세계무형유산 보호제도의 '대표목록'전환에 있어서 위기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세계유산 등재가 수월해지면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노력들에도 아직 단오 전수자에 대한 보상이나 혜택 등에 있어 더딘 걸음을 하고 있다.
김흥수 강릉단오제 전문가는 "강릉단오제는 학계 등에서의 다양하고 다각적인 연구 조사가 선행되는 등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며 "무형의 문화자원을 유형으로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제주잠녀·잠녀문화역시 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무형문화 인식 변화 가장 커"
![]() 김동찬 ㈔강릉단오제 위원회 상임이사는 단오DNA를 바탕에 깐 지역 정서를 무형문화유산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으로 꼽았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다. 한해 행사 진행 예산만 11억원 상당에 이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단 '놀랄 노'자다. 도비 2000만원, 국비 2800만원을 제외하면 주민 성금이나 난장 수익금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김 상임이사는 "무형문화유산이라고는 하지만 시대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며 "주말을 끼지 않으면 관람객 동원이 어려워 7~8일 정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어민들의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굿 등 20여거리 무당굿이 펼쳐지는 단오굿당, 팔도의 온갖 장사꾼들이 모여드는 난장 등 어디서 몇 명이나 왔는지 세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 어떻게 행사를 꾸렸느냐는 질문에 1976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만들었다는 백서를 꺼내 보인다. 대단하다. 김 상임이사는 "굿이라고 미신으로 치부했던 적도 있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전통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며 "여러 지역에서 단오제를 치르고 있지만 강릉단오제만큼은 전통성과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상주 직원 5명이 꾸리고 있다. 이들이 축제 교육에서부터 홍보·기획 등의 업무를 1년 내내 진행한다. 참여단체 조율도, 축제 정산과 평가까지 다 이들의 몫이다. 김 상임이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만의 전통을 지켜왔다는 고집스러움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라는 자부심까지 보태지면서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지역 안에서부터의 변화와 가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