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 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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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래곶자왈 전경 | ||
그리고 2011년 8월 아직 남아있는 그들의 흔적과 함께 곶자왈의 생태적 가치를 확인하는 두 번째 걸음을 시작한다. '곶자왈 대탐사 Ⅱ-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는 제주 생태의 숨골로서의 곶자왈 위치와 함께 자연환경의 독창성을 발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첫 탐사가 본지 기자들이 발로 곶자왈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본지 객원기자로 위촉된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와 함께 하는 이번 길은 전문적 관점이 보태져 무게감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 제주만의 특별한 생태계, 곶자왈
제주도 자연환경의 가치는 다양함과 독특함이 공존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능선과 계곡, 점점이 자리 잡은 368개의 오름, 이러한 오름을 기점으로 뻗어나간 곶자왈과 용암동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주상절리, 염습지, 해안사구 그리고 부속도서 등. 이 모든 요소들이 지금 제주도의 가치를 극대화 시켜주고 꼭 한번 머물고 체험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중 제주 자연환경의 독특함을 가장 잘 말해주는 곳 하나가 곶자왈지대이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의 산물로 오름들이 형성되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고유한 흐름을 가지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 안의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은 끊임없는 요철과 함몰지형이 발달하고 다른 용암류와 혼재되어 습지를 만들기도 하고 용암돔이나 용암제방 같은 특이한 지질구조를 만들기도 하면서 600종류가 넘는 식물이 자라는 특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은 단편적으로 시공이 만들어낸 이 공간의 한 부분을 보고 있지만 곶자왈은 오름과 더불어 제주도 화산활동의 능동적인 창조물이며 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소중한 통로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대부분 숲이 됐지만 돌 위에 풀이 자라기 시작하여 굵은 나무들이 길게 뿌리를 내릴 때까지의 긴 세월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자연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곶자왈지대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관련 연구들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지면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곶자왈지대를 소개하고 생태적 특성과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 오름과 흐름, 곶자왈
모든 곶자왈은 발원하는 오름이 있는데, 중산간지역의 오름에서 시작되어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 곁에 뿌리를 내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 긴 흐름을 마치게 된다. 애월곶자왈은 해발 800m의 노꼬메오름 분화구에서 시작되어 산록도로와 면허시험장 부근을 지나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며, 화순곶자왈은 해발 약 400m의 병악에서 시작되어 서남쪽으로 흘러 산방산 앞까지 흐름을 이어간다. 이처럼 굵고 긴 흐름을 보이는 곶자왈은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의 삶에 요긴하게 보탬을 주기도 하며 있는 듯 없는 듯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
곶자왈지대의 발원부에서는 집채만 한 바위를 접할 수도 있고 깊은 함몰지형을 만날 수도 있으며 해안과 인접하면서 점차 작은 돌멩이의 무더기와 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는 두텁게 쌓인 크고 작은 암괴들이 끊임없는 요철지형을 만들어 넓은 지대에 걸쳐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고 있으며, 보는 이를 압도하는 깊은 함몰지형이나 돌출지형이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주변과는 다른 미기후를 만들어 독특한 희귀식물의 생육지와 피난처를 제공한다. 이 흐름은 생태학적으로 해안과 중산간지역을 이어주고 동식물의 소중한 이동통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 같은 듯 다른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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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고사리삼 | ||
좀 더 넓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차이는 더 커 보인다. 일반적으로 해발고도가 낮은 곶자왈에는 종가시나무가 주인자리를 꿰찬 반면 높은 지역은 때죽나무가 주인 행세를 한다. 이는 선흘리와 교래리를 비교해보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선흘곶이나 저지곶처럼 해발고도가 낮은 저지대 곶자왈에는 종가시나무와 구실잣밤무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우점하는 식생을 보인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높은 교래곶자왈지역이나 애월곶자왈에서는 고로쇠나무나 개서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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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레나무 | ||
이처럼 각각의 곶자왈지대는 비슷한듯하지만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성은 그 지역 자연환경의 독창성을 말해 줄 뿐만 아니라 지금은 특정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 점점 주목받는 곶자왈
지난 10여년동안 곶자왈의 독특함이 많이 알려지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나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곶자왈지대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기록이 없는 식물이나 곤충이 발견되기도 하고 도내에서는 비교적 연구층이 두텁지 못했던 버섯류나 이끼류에 대한 연구도 곶자왈지대에서 이뤄졌다.
제주고사리삼과 같은 식물이 곶자왈지대의 특산식물의 하나로 밝혀져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빌레나무, 낫쇠고사리 같은 국내 미기록 식물이 확인되었으며 곤충분야에서도 자나방의 일종인 Pogonopygia nigralbata 와 소나무붉은밤나방 같은 국내 및 도내 미기록식물종이 발견되어 주목을 받았다. 버섯에 대한 연구도 동백동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과들이 밝혀졌는데 69과 178종이 동정되었다. 이중 28속 50종은 제주도에서 처음 보고되는 종이다. 뿐만 아니라 선흘광대버섯(Amanita pseudogemmata)같은 한국미기록종이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제주도내에서 가장 연구가 더딘 분야 중 하나인 이끼에 대한 연구도 수행되어 국내미기록인 겉주목이끼 등 4종류와 리본납작이끼 등 11분류군의 이끼가 새롭게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선흘곶의 동백동산은 지난 4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다시금 드높이는 성과도 있었다.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10여년동안 곶자왈에 대한 연구가 지질이나 수문학적연구에서 시작된 연구분야가 보다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되며 종합연구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그 결과 곶자왈의 가치는 점점 세상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때쯤이면 한라산 등에 비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곶자왈은 홀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을 것이다.
김대신 객원기자(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retum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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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신 객원기자 | ||
제주대 대학원 생물학과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했고 이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및 저서로 「곶자왈지대의 식물상」, 「곶자왈이야기」, 「제주의 습지」 등이 있다. 지난 2003∼2004년 제민일보곶자왈특별취재반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