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 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 <3> 월림-신평곶자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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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너리오름과 주변 곶자왈지대 | ||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하나인 월림-신평곶자왈용암류는 한림읍 금악리 도너리오름(돌오름, 해발 440m)에서 시작, 도내 곶자왈 용암류 중 가장 길다. 이 용암류는 여러 갈래로 분기하며 형성되었다. 곶자왈용암류의 흐름은 해발 약 160m 부근에서 분기하여 마중오름 주변지역을 지나 월령리 방면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 부분은 남송악을 지나 영락리 방향으로 흐름을 이어간다. 영락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곶자왈용암류의 지질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발원부에서 해발 100m 까지는 2m 정도의 두께를 보이지만 그 이하부터는 2.5m까지 더 두터워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산양, 청수 등에 다수의 깊은 함몰지형이 만들어져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도너리오름과 그 주변지역의 곶자왈은 낙엽활엽수림이 형성되어 있고 점차 문도지오름 이하부터는 가시나무류가 우점하는 상록활엽수림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곶자왈지대 중 면적이 가장 넓어 식물상도 풍부한 편이다. 아열대성 식물인 빌레나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지역에만 분포하고 있으며, 개가시나무, 녹나무 등 희귀 목본식물의 최대 자생지이기도 하다. 월림-신평곶자왈은 워낙 드넓어 두 번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에 중점적으로 다뤄볼 것은 월령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곶자왈의 시작, 도너리오름
도너리오름 주변은 발원부와 인접하고 있어 변화무쌍한 함몰지형과 규모가 큰 암괴를 접할 수 있다. 곶자왈수림 내부에는 2m 내외의 암괴들이 쌓여 곳곳에 함몰지형을 형성하고 용암돔처럼 돌출된 지형과 그 밑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동굴도 존재한다. 인근 지역 대부분이 오랫동안 방목지대로 이용되어왔기 때문에 곶자왈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식물상을 보면 전체적으로 때죽나무, 비목나무, 단풍나무, 예덕나무 등이 우점하는 낙엽활엽수림이 형성되어 있지만 암괴의 규모가 크고 함몰지형이 발달한 곳에는 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한다. 점상으로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림은 참가시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식나무, 동백나무 등이 터를 잡고 있다.
곶자왈의 시작점인 도너리오름 분화구의 내외사면을 따라 차꼬리고사리, 알록큰봉의꼬리, 왜구실사리 같은 희귀식물이 분포하는데 곶자왈지대로 이어지면서 낫쇠고사리, 검정개관중, 골고사리, 가시딸기, 왕초피나무 같은 희귀 및 특산식물들이 분포한다. 낫쇠고사리는 최근에 알려진 양치식물로 도내에서도 그 분포가 매우 제한되고 곶자왈지대는 중요한 생육지의 하나이다. 곶자왈지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만들어진 돌담은 자연스럽게 식생 분포의 경계지역이 되어 이러한 지역에는 꿩의비름, 곰취, 나도송이풀, 물봉선, 가시딸기 같은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되고 있는 도너리오름에 대한 휴식년 시행으로 그간의 토양유실로 인한 식생 훼손 등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 곶자왈숲으로의 도약
도너리오름에서 밑으로 방목지역을 지나면 마중오름 서쪽의 농로를 따라 곶자왈지대가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곶자왈 가장자리에 해당되어 깊은 함몰지형이나 특이지형이 발달하지는 않는다. 해발 약 130m 내외의 지역으로 오랜 방목 등 지속적인 간섭으로 인해 식생의 발달도 미약한 편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이 지역에는 약 2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아직은 낙엽활엽수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호랑가시나무, 섬다래, 섬오갈피나무, 비자나무, 큰개관중, 참반디, 산유자나무, 감탕나무 등이 뒤섞이며 특이한 식물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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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가시나무꽃 | ||
# 경쟁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저지곶자왈
한편 상부쪽의 문도지오름에서 이어지는 곶자왈은 방목의 영향으로 해송림과 특유의 곶자왈수림이 혼재하며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은 일종의 생태적 완충지역으로 볼 수 있는데 특히 다양한 특징을 가진 식물들이 혼입되어 자라게 된다. 비목나무나 예덕나무 같은 선구종들이 자라나기도 하며 초피나무, 꾸지뽕나무 같은 관목류들과 범부채, 갯취 같은 초지대 생육식물이 분포하기도 하여 다양한 식물의 경쟁장이자 주변종의 피난처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주변효과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며, 영아리난초 같은 희귀식물이 이런 지역에 분포하기도 한다. 난과식물 중 식물체의 크기가 매우 작은 편에 속하는 영아리난초는 분포 특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인데 곶자왈지대도 자생지의 하나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또한 저지곶자왈에 대표적인 아열대성 양치류인 솔잎란의 자생지가 아주 드물게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전세계의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 자라는 종류로 제주도의 계곡부나 일부 도서지역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인데 곶자왈내의 자생지는 기존의 것과는 아주 다른 여건이라 할 수 있어 계속 눈여겨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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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 | ||
김대신 객원기자(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