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전이라는 문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중의 현안이다. 그래서 개발과 보전의 조화는 상생(相生)을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상극처럼 여겨지고 있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다기(複雜多岐)해지면서 개발과 보전의 어느 한 쪽만 수용하기 어렵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또 개발과 환경보전은 대상지역주민의 의식과 잣대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허나 반드시 조화롭게 추진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친환경적 개발도 바로 그러한 방편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개발과 보전의 명제에 관해 아직까지 입장정리를 못하고 있는 제주도의 현실에서는 이 문제만 나오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대정읍 송악산 개발도 한 가지의 예가 된다. 송악산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산방산과 사계리 해안으로 연결되는 빼어난 경관과 특이한 화산구조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송악산 일대가 군사기지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해제됐을 만큼 주민들의 개발욕구도 매우 높다.

따라서 송악산은 개발과 보전의 명제가 걸려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할 곳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에서 벗어나되 주민들의 주장처럼 개발의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면 그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송악산 분화구에 가능한한 시설물의 접근을 삼가하면서 주변 경관을 적극 활용하여 조망할 수 있는 개발방법이다. 송악산이 존재하지 않는 개발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개발과 보전을 병행한 친환경적 개발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보전의 필요성이 절대적인 송악산 정상과 같은 곳에 대해서는 과감히 보전하고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제주지역의 관광개발사를 들춰보더라도 위락시설뿐인 관광지의 수명은 오래가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개발을 위해서 부분적인 환경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개발은 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절차’라는 의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개발은 후대들에게 부끄러운 개발이 될 수 있다. <<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