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 Ⅱ: 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4> 월림-신평곶자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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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곶자왈 밤일엽군락 | ||
# 한경-안덕곶자왈의 중심 청수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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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수곶자왈 개가시나무 | ||
# 함몰지형이 발달, 산양곶자왈
산양곶자왈은 깊은 함몰지형이 압권이다. 이곳의 함몰지형은 연이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함몰지형은 깊고 넓어 저마다 내밀한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하다. 함몰지형을 따라 분포하는 밤일엽군락으로 대표되는 산양곶자왈은 식생·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 연속된 함몰구를 살펴보면 기저부에는 큰봉의꼬리가 분포하며 기저부와 사면을 따라 밤일엽이 군락을 형성하며 뻗어나가고 사면의 상부로 가면서 더부살이고사리와 가는쇠고사리군락으로 이어지는 양치식물 군락이 나타난다. 함몰지형의 뚜렷한 높이만큼이나 분명한 식물층위는 식물들도 저마다의 적응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층상구조는 함몰지형 기저부의 온도가 주변보다는 연중 큰 변화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반면 점차 상부로 갈수록 그 영향이 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깊은 함몰지형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드물게 접할 수 있는 용암제방도 특징적인데 이러한 지형은 독특한 식물의 서식처가 된다. 대표적인 식물이 빌레나무다. 빌레나무는 빌레나무과의 관목식물로 곶자왈지대에만 자라며 함몰지형의 하부에 뿌리를 두고 사면을 따라 뻗어나가면서 생육하는데 건조한 지역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한경안덕곶자왈지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 곶자왈지대에 한정되어 자라는 목본식물 중 대표적인 종류이다. 빌레나무는 암수 딴그루로 삽목이나 종자를 이용한 증식이 가능하지만 함몰지 같은 독특한 환경에만 생육하고 있어 우선은 자생지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해발 약 80m에서부터 150m 까지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수도 자생지당 10본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또한 함몰지형의 사면을 따라서 분포하는 쪽잔고사리와 숫돌담고사리도 대표적인 종류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숫돌담고사리는 더부살이고사리, 거미고사리와 유사한 번식방법을 가지고 있는데 잎 끝이 길게 신장하여 땅에 닿으면 싹이 돋아 자란다. 이러한 종류를 'walking fer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생존방식은 특히 곶자왈지대나 계곡처럼 암괴들로 기반지형을 형성하는 지역에서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숫돌담고사리는 산양지역과 구좌-성산곶자왈지대 등 매우 한정되어 자란다.
# 빌레와 곶자왈의 혼재 무릉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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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곶자왈 돌무더기 | ||
눈에 띄는 풍경 중 숲사이로 넓게 펼쳐진 빌레지대에 자리잡은 돌무더기들과 다른 지역과 달리 밋밋한 요철지형를 따라 분포하고 있는 밤일엽군락은 그 자체로 특이하다. 이곳의 밤일엽군락은 함몰지형을 따라 형성되기도 하지만 인근이 산양곶자왈이나 화순곶자왈 등에 비해 비교적 편평한 지형에 발달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지역은 주변과 달리 비교적 암괴의 크기가 크고 이로 인해 공극이 많아 여름철에도 주변보다 2~4℃ 낮은 기온을 보이는 지역으로 지질적인 특성이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빌레지대의 돌무더기 또한 눈여겨볼만하다. 곶자왈지대에서는 과거 농경활동을 위하여 돌들을 한쪽으로 쌓아 만든 크고 작은 돌무더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고단하지만 부지런했을 그 시절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는 농경문화의 한 단면을 상상할 수 있으며 지금에 와서는 소중한 원예적 작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돌무더기는 규모에 따라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여 세뿔석위, 우단일엽, 넉줄고사리 같은 식물의 소중한 생육공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무릉곶자왈의 우점종은 종가시나무다. 평탄한 지형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종가시나무라 다른 수종이 없는 듯 한 착각을 하게 되지만 녹나무, 팽나무, 예덕나무 등이 듬성듬성 섞여 있으며, 관목층은 거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숲이 대부분 인위적인 교란이 일어난 후에 나타난 종가시나무 맹아들의 경쟁으로 만들어진 숲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지와 달리 인위적인 교란후의 숲은 토양여건이 비교적 양호하고 종자나 영양체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수림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신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