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6> 선흘곶자왈

   
 
  서거문오름 수직 동굴 주변  
 
 크게 4개 지대로 구분하고 있는 곶자왈지대 중 조천-함덕곶자왈지대는 함덕-와산곶자왈용암류, 조천-대흘곶자왈용암류, 선흘곶자왈용암류로 구분된다. 이중 선흘곶자왈용암류는 거문오름에서 시작되어 약 7㎞를 흘러 선흘 및 김녕지역으로 이어지고, 해발 500m 민오름에서 시작된 조천-대흘곶자왈용암류는 큰지그리오름, 작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 사이를 굽이치며 조천리 해발 20m 지점까지 흘렀다.

 조천-함덕곶자왈지대는 난대와 온대식생이 분포하고 있고, 깊은 함몰지형 뿐만아니라 용암돔, 튜물러스 등 특이한 지질구조들이 산재하고 있어 곶자왈지대 중 가장 다양한 식물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선흘 동백동산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등 제주도의 대표적인 환경자산이 포함되어 있어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에 살펴볼 곳은 그중에서도 곶자왈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는 선흘곶자왈이다.

 #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2007년 7월 세계자연유산(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은 땅 속으로는 세계적 가치가 인정될 만큼 독특한 동굴을 만들어냈고 땅 위로는 곶자왈을 만들어냈다.
 거문오름은 지질학적으로 수직굴을 비롯하여 용암협곡, 함몰구, 평행열극 등 다양한 화산지형이 발달한 점이 특징적이다. 특이한 지형·지질이라는 특성은 독특한 식물상을 반영하게 되는데, 이 지역에만 약 320종류가 넘는 식물이 자란다. 이 중에는 독특한 식물의 분포도 많은데 분화구와 함몰지형을 중심으로 자라는 붓순나무, 쇠고사리, 주걱일엽, 버들일엽 등이 있으며 벌깨냉이, 두잎감자난초, 참개별꽃, 왕초피나무 등의 특산식물이 자라고 있고 멸종위기야생식물인 으름난초도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붓순나무의 곶자왈지대 분포는 매우 제한된 편으로 거문오름, 병악 등 곶자왈이 발원하는 오름에 분포하는 경우를 드물게 볼 수 있다. 붓순나무는 곶자왈외의 지역에서는 하천변을 따라 분포하는 게 일반적이다. 쇠고사리는 아열대지역에 주로 자라는 종류로 국내에는 역시 곶자왈지대에 한정되어 분포하는 식물이다. 한편 거문오름은 식생적으로는 크게 인공림과, 상록활엽수림, 낙엽활엽수림, 초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낙엽활엽수림과 인공림의 면적이 넓은 편이다. 우점수종을 중심으로 구분해 보면 상록활엽수림은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고, 낙엽활엽수림은 때죽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예덕나무가 대표적이다. 

 # 선흘곶과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선흘곶은 곶자왈 중 가장 독특한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곶자왈 지대와 습지의 공존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내었다. 상록활엽수림과 습지의 공존은 매우 드문 형태의 생태계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생육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아지는 효과를 만들어 준다. 동백동산지역의 식생은 기존 여러 연구에서 제시했듯이 종가시나무의 우점도가 매우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참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때죽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이 혼재하고 있다. 매우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상록활엽수림은 곶자왈을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 또는 '한겨울에도 푸른 숲'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며 '제주의 허파'라는 명예를 완성한다.

 하지만 동백동산의 진정한 가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희귀식물자생지'로서의 지위일 것이다. 해안과 인접하고 있고 수림지대와 습지는 다양한 종들의 유입과 유출을 가능하게 했고 잘 발달한 튜물러스 구조는 자칫 단순하고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동백동산지역의 식생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과거부터 국내 최대의 난대림으로 이름을 날리게 했고, 최근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며 그 위상을 높였다. 동백동산에는 멸종위기야생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하여 개가시나무, 대흥란, 순채, 으름난초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밤일엽아재비를 비롯하여 둥근잎택사, 중국물부추, 남흑삼릉 등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확인된 바 있다.

   
 
  제주고사리삼  
 
 특히 제주고사리삼의 발견은 동백동산의 가치를 한층 올려놓았다. 이러한 종들은 튜물러스(tumulus)나 소택지에서 발견된 식물로 대부분 동백동산의 특이한 지형지질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종들이다. 동백동산지역은 넓게 노출된 암괴면과 암괴들이 켜켜이 쌓여 주변보다는 높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튜물러스를 중심으로 주변지역과는 다른 식물분포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의 주요 식물로 밤일엽아재비, 버들일엽, 더부살이고사리 등이 있다. 또한 먼물깍을 비롯한 동백동산 주변의 습지는 다양한 식물의 유입과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물이 장시간 고이는 습지에는 순채, 중국물부추, 통발 등이 생육하고 있으며, 이보다 물이 쉽게 빠지는 수림내외의 소택지에는 제주고사리삼 같은 식물이 자라게 된다.

 # 제주의 새로운 상징 제주고사리삼

 지난 2002년 처음 학계에 보고된 제주고사리삼(Mankyua chejuense)은 동백동산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오직 제주도에만 자라는 제주특산식물로 식물학적인 가치도 매우 커 제주식물의 상징이 되고 있다. 식물분류학적으로는 땅속줄기에 의해 번식하고, 자루가 거의 없는 포자엽을 1∼3개 정도 갖는 것과 차상으로 분지하는 유리맥을 갖는 점 등으로 인해 기존의 유연식물과는 다른 종류의 신속(新屬)으로 분류가 되었다. 현재 선흘과 주변의 김녕, 덕천지역 등 해발 약 70m에서부터 200m 범위에 분포하고 있어 생육지도 매우 제한되어 있다. 

 제주고사리삼과 가장 유사한 식물이 동남아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자라고 있는데 제주도의 화산활동을 고려해 볼 때 지질학적으로는 신생대 4기 후반에 남방지역에서 유래되어진 식물로 추정하고 있다. 어쩌면 곶자왈용암류의 형성이 제주고사리삼이 정착하고 자생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는 독특하다. 강우시에 4∼5일정도 물이 고여 있다가 배수나 증발이 되는 소택지로, 호박돌 크기의 암괴들이 노출되어 있으며 참느릅나무, 꾸지뽕나무 등 낙엽성 아교목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곳에서 자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백동산처럼 소택지의 주변에는 종가시나무나 구실잣밤나무들이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김녕이나 동복처럼 그렇지 않은 자생지 들도 많다. 인위적인 간섭 외에는 특별한 위협요인은 없지만 자생지 주변의 식생변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은 지금도 계속 나타나고 있는 부분으로 안정적인 서식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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