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훈 변호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속에는 많은 경우에 내가 잘했느니 너가 잘못했느니 하는 잘잘못에 대한 분쟁이 포함되고 있고, 그러한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법은 비교적 엄격하게 잘잘못에 따른 차별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 사회생활에서의 잘잘못이 법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민사법과 형사법 및 가사법의 예들 중 비교적 간단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민사법의 예이다. 어떤 사람이 적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사고를 낸 차량운전자는 분명 그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적색신호에 횡당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도 분명 사고발생에 상당한 잘못이 있다. 그 피해자가 차량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그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었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총 손해액에서 자신의 잘못한 비율 만큼의 액수를 공제당한 액수 정도만 승소하게 된다. 이러한 법리를 과실상계(過失相計)라 한다.

다음 형사법의 예이다. 같이 술을 마시던 중 A라는 사람이 심한 욕설과 함께 시비를 걸어와 B가 참지 못하여 A를 폭행했고, 그에 따라 A는 상당한 상처를 입고는 B를 형사고소했다고 가정해 보자. B는 A를 폭행해 상처를 입힌 죄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폭행의 발단은 피해자인 A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법원은 폭행의 발단에 피해자 A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경우에 비해 B를 가볍게 처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사법의 예이다. 甲과 乙은 부부인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그런 파탄의 잘못에 甲은 70%의, 乙은 30%의 잘못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잘못이 더 많은 甲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왔을 경우 우리나라의 법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잘못이 덜한 乙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청구를 해왔을 경우 乙은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경우에 비해 적은 액수의 위자료만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사회생활 과정에서의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됐을 경우 법은 잘잘못에 대한 잣대를 분명히 대고 있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그것이 도덕이든 법이든 관계없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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