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중심의 제주, 위기서 기회 찾다] 프롤로그

▲ 제주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넘어 기후·기상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지방기상청을 비롯해 모든 유관기관들의 협력강화 및 지속적인 관심·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김용현 기자
온대 사라지고 '아열대'로 빠르게 진행중
교육·연구 등 기후변화 랜드마크로 주목

지구가 기후변화와 이상기온으로 인해 큰 홍역을 앓고 있다. 한반도 인근 지역은 세계에서 기후변화 영향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여파로 인해 자연생태계를 비롯해 재해, 질병, 생활·문화, 경제구조까지 큰 여파를 미치고 있어 벼랑끝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제주가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 최적지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보는 제주가 위기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및 기상·기후산업의 메카'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기위한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연재한다. <전문>

△제주지역 타 지역보다 기후변화 가속

기상청과 제주지방기상청이 최근 84년(1924~2009)간 제주지역 기온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기온은 1.6도 상승했다. 특히 연평균 최저기온은 2.1도 상승해 겨울철 기온상승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상학적 겨울(9일간 평균기온 5도 이하인 경우)은 1924~1933년 연평균 36일이었지만 최근 10년(2000~2009) 겨울일수는 0일로 분석됐다.

봄(5도 이상인 경우)과 여름(20도 이상)은 각각 16일과 25일 늘어났지만 가을(20도 이하)은 5일 짧아지면서 제주는 점차 봄과 여름의 2계절로 바뀌고 있다.

제주는 폭염이나 아열대 등 고온극한기후현상이 증가하는 반면 서리나 한파 등의 저온극한현상은 감소하고 있다. 제주지역 열대야일수는 다른 지역보다 연평균 14~24일 정도 많이 발생하는 반면 일최고기온이 0도이하인 일수는 0~7일로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는 4계절이 뚜렷한 전형적인 온대기후에서 빠르게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은 1960~2006년 사이에 연간 5.6㎜씩 상승해 같은 기간 동해(1.4㎜), 서해안(1.0㎜), 남해안(3.4㎜)보다 상승률이 높은 상황이다.

제주인근 바다수온은 1970~2000년후반까지 제주시의 바다수온은 매년 0.06도, 서귀포의 바다수온은 0.07도의 비율로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값 0.04도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후변화로 제주전체에서 민감한 영향

제주지역의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자연생태계에서 사회.경제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한라산 아고산대 생태계의 범위가 점차 축소되면서 한라산 대표 고산식물인 구상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반대로 온대식물인 소나무가 빠르게 아고산대 생태계에 침범하고 있다.

제주인근 바다수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제주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한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제주지역은 순간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폭우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전체적인 풍속은 약해지고 있지만 순간강풍은 강해지면서 재난 및 재해에 대한 새로운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기온상승 등으로 인해 제주는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열대풍토병을 일으키는 모기가 최근 들어 제주에서 발견되고 있다. 제주는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병이 발병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지역 해수온 상승으로 제주토종어종이 점차 북상하는 반면 아열대어종이 제주바다를 잠식하고 있고, 갯녹음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주바다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다. 감귤재배 적합지가 전라도와 경상도로 북상하고, 열대성 농작물 병해충이 제주에서 발병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는 슈퍼태풍과 폭우, 순간강풍 등의 기상이변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
△제주 위기서 기회를 찾아야

이처럼 제주는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영향을 받으며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들어 전세계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제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든 정책과 사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제주지역은 세계의 전문가들로부터 기후변화 연구 및 대응의 랜드마크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상청은 올해 제주고산기상관측소에 기후변화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세계적인 기후변화연구기관으로 꼽히는 국립기상연구소가 서귀포혁신도시로 이전된다.

제주도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제주가 기후·기상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는 망고재배와 참다랑어 양식 등 고부가가치의 열대 농작물과 수산물 생산기반 확보를 위한 시도가 추진중이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제주 기후변화 위기서 새로운 기회 찾을 수 있어"
●인터뷰/김진국 제주지방기상청장

▲ 김진국 제주지방기상청장
"제주지역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으로 이미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제주는 정부를 비롯해 전세계적로부터 기후변화 대응과 연구의 최적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진국 제주지방기상청장은 제주지역은 고산지역부터 해안지역 그리고 바다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기후변화에 따른 큰 영향을 받고 있고, 기후변화 연구와 대응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현재 제주지역 기후변화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안에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주지역에서 기후변화 연구 및 대응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정부를 비롯해 제주도 등 많은 지자체에서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기후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앞으로 제주기상청 등 기상·기후기관과 모든 분야기관들간의 협력강화가 중요하다"며 "또한 앞으로 기상·기후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기 제주가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현재 제주생활 밀접한 곳에서 기후변화 영향이 미치는 만큼 도민들이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앞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기후변화 교육과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에 국립기상연구소가 이전되면 기상과학연구단지로 조성할 기반을 마련하게 되고, 국제적인 기상·기후 세미나와 학술제 등도 연간 30~40차례 열리게 된다"며 "제주는 기후변화 위기지역이 아닌 메카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청장은 "제주지역이 기후변화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와 관련된 전문조직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 양성 및 네트워크 구축,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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