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10> 곶자왈지대 희귀식물상 1

   
 
  구좌-성산곶자왈.  
 
 지금까지 지면을 통해 제주도내 곶자왈지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곶자왈지대는 그 자체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세부 곶자왈별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궁극적으로 제주도 식물다양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곶자왈지대의 식물상은 약 640여 종류에 달하고 있다. 곶자왈지대가 제주도 면적의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좁은 지역에 매우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식물이 분포할 수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곶자왈지대가 발원하는 오름에서부터 독특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곶자왈지대의 내부가 기본적으로 요철지형과 함몰지형, 특이지질구조 등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은 곶자왈을 독특한 식물의 보고로 만들어낸다. 곶자왈지대에 자라는 식물의 특이성은 특산식물, 멸종위기야생식물,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등의 분포를 통해서 살펴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런 특성을 2차례에 나눠 살펴보기로 한다.

 #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 

 멸종위기야생식물은 환경부에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식물로 국내에는 1급 8종류와 2급 68종류가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에는 이 중 22종류가 현재 분포하고 있다는게 확인되고 있으며 곶자왈지대에는 모두 6종류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1급에 해당하는 종류는 없으며 2급 식물로 제주고사리삼, 으름난초, 대흥란, 순채, 개가시나무, 솔잎란 등이 자라고 있다. 개가시나무는 특히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대표적인 식물이며 동쪽의 선흘지역에도 분포하고 서귀포지역의 계곡에도 일부가 분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멸종위기야생식물 전체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관목류나 초본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가시나무의 희귀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부생난류의 하나인 으름난초는 한라산의 낙엽활엽수림지역에 넓게 분포하며 조천-함덕곶자왈지대까지 분포하고 있어 곶자왈지대가 사실상 분포의 하한선이 된다. 토양형성이 빈약한 곶자왈지대에는 이런 부생 또는 기생식물이 빈약한 편인데, 열당과(科)의 가지더부살이, 대흥란 같은 식물이 매우 드물게 분포하는 정도이다. 또한 원래 종 자체가 동쪽에 한정 분포하는 순채는 빌레용암과 곶자왈용암이 혼재되어 습지가 형성되는 동백동산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대흥란은 수목의 밀도가 높고 습도가 높은 저지대의 계곡이나 오름 등에 자라는 종류로 곶자왈지대에서는 동백동산지역에 매우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또한 곶자왈지대 내에 솔잎란의 분포는 제주도내 기존 자생지들이 계곡이나 규모가 큰 암벽 등에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특이한 경우로 서부지역 곶자왈지대에만 그 분포가 확인되고 있다.

   곶자왈지대 전체로 볼 때 선흘 동백동산 지역은 가장 많은 멸종위기야생식물이 분포하고 있어 그 자체가 희귀식물 자생지라 할 수 있다.

 # 곶자왈지대의 특산식물

 곶자왈지대의 톡특함은 특산식물의 분포에도 잘 나타난다. 특산식물(endemic plants)은 '어느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육하는 고유식물로, 과거에는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종이 여러 환경요인에 의해 분포지역이 좁아지게 된 잔존고유종(relic endemics)이거나, 새로운 국지적 종분화에 의해 형성된 신고유종(neo-endemics)이기 때문에, 개체군의 크기는 흔히 축소되거나 소집단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성을 보일뿐만 아니라 미세한 환경요인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관리·보전되어야 할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주도내에는 약 90여 종류의 특산식물이 백록담 주변지역 등 도내 곳곳에 자라고 있는데 분포지역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희귀성이 높은 경우가 많으며 궁극적으로 자원식물로의 가치가 높은 종류라 할 수 있다.

   곶자왈지대에 분포하는 특산식물로는 제주고사리삼이 대표적이다. 제주고사리삼의 분포는 곶자왈지대로 제한되어 있어 그 가치는 특산식물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로 왕초피나무, 참개별꽃, 새끼노루귀, 변산바람꽃, 개족도리 등의 한국특산식물이 있으며, 가시딸기, 솔비나무, 두잎감자난초, 벌깨냉이 등의 제주특산식물이 있다. 분포영역이 넓은 종류도 있고 좁은 영역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곶자왈지대가 분포의 하한선이 되는 경우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 만큼 곶자왈지대의 자생지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다양하고 풍성한 양치식물

   
 
  넉줄고사리  
 
 곶자왈지대의 식물다양성은 양치식물의 분포에서도 빛을 발한다. 우선 주변지역보다는 높은 습도를 유지할 수 있고 곶자왈지대 내에 다양한 함몰지형이나 용암돔, 용암제방 같은 다양한 생육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약 110종류에 달하는 양치식물들이 자라고 자라고 있는데 제주도내 양치식물분포의 60%가 넘는 규모이다. 이러한 양치식물의 종다양성은 특정한 지역의 고온다습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양치식물계수(Pteridophyta-eqotient)를 이용하여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는데, 곶자왈지대가 4.3정도로 제주도 전체의 3.2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양하게 분포하는 양치식물 중 곶자왈지형적인 특성을 잘 대변해주는 식물로는 난장이이끼, 괴불이끼, 부채괴불이끼 등 동굴함몰지형이나 바위규모가 큰 지형에 분포하는 종류들이 있으며, 곶섬잔고사리, 뿔고사리 등은 높은 습도를 보이는 낙엽활엽수림 주변부에 주로 자라며 일색고사리, 큰봉의꼬리, 큰톱지네고사리, 숟갈일엽 등은 함몰지형의 하부를 따라서 자란다. 또한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머들 같은 지형에는 돌담고사리, 우단일엽, 넉줄고사리 등이 자라며 규모가 크고 바위 겉면을 따라 거미고사리, 숫돌담고사리, 쪽잔고사리, 밤일엽아재비 등이 자라게 된다. 선흘 동백동산처럼 습지가 발달하는 경우 제주고사리삼, 당물부추 같은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어 다양함을 더하고 있다.

김대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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