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 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11> 곶자왈지대 희귀식물상 2

▲ 검은오름 분화구
제주도 식물의 다양성은 좁은 지역에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 곶자왈, 습지, 계곡, 동굴, 섬 등 다양한 서식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자연환경의 다양성이 생물다양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라산은 이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논외로 치더라도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데는 곶자왈이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곶자왈지대의 식물다양성과 그 독특함은 지난호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 특산식물 등의 분포를 통해 파악해 보았다. 이번에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의 분포 등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곶자왈 분포 식물의 가치를 판단해 보고 곶자왈이 제주도의 동·서부 지역별 식물분포 특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곶자왈지대에 자라는 식물의 독특함은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의 분포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은 서로 다른 지역의 환경을 서로 다르게 표현해 주고, 서로 유사한 지역의 환경은 서로 유사하게 표현해 주는데 이용되는 식물들로 학술적,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식물 중 우리나라의 고유한 식물 또는 자연적,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및 서식환경 악화 등에 따라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어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식물을 말한다.

국내자생 관속식물을 대상으로 선정된 구계학적 특정식물종은 고립하거나 불연속적으로 분포하는 분류군, 4개의 아구 중 북방계 및 남방계식물로서 1개 아구에만 분포하는 분류군, 4개의 아구 중 북방계 및 남방계식물로서 2개 아구에 분포하는 분류군, 비교적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일반적으로 1000m 이상 되는 지역에 분포하는 분류군, 4개의 아구 북방계 및 남방계 식물로서 3개 아구에 분포하는 분류군의 순으로 Ⅴ∼Ⅰ로 등급화되어 있다(환경부).

곶자왈지대에 구계학적 특정식물은 약 200종류 정도가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국내에서도 웬만한 국립공원 정도(예를 들면 설악산 243종류)의 규모로 면적은 작지만 곶자왈지대가 국내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이 식물뿐만 아니라 생육환경이 매우 제한된 식물들도 다수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곶자왈지대에 분포하는 식물중 가장 한정되고 독특한 지역에 자라는 종류로 볼 수 있는 Ⅴ 등급에는 제주고사리삼, 주걱일엽, 개가시나무, 금새우란, 버들일엽, 더부살이고사리, 목련, 방울꽃 등 약 20종류에 달하며, 이러한 식물 중 제주고사리삼, 개가시나무 등은 곶자왈지대에만 주로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Ⅳ 등급에는 검정개관중, 가시딸기, 녹나무, 좀쥐손이, 홍노도라지, 밤일엽, 쪽잔고사리, 숫돌담고사리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Ⅲ 등급에는 섬까지수염, 감탕나무, 황칠나무, 백서향, 육박나무, 이나무 등이 있다. 이러한 종류들은 대부분이 자생지들이 곶자왈을 중심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으며, 도내에서도 계곡이나 동굴 등 매우 제한된 장소에만 자라는 종류들이라 할 수 있다.

# 다양한 식물의 공존

▲ 물봉선
곶자왈지대 내부는 다양한 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분포나 제주도내 주요 자생지 특성으로 볼 때 일반적인 자생지역 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 분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좁은 지역 안에 다양한 생리·생태적 특성을 가진 식물이 공존하게 되는데, 특히 곶자왈지대의 함몰지형 안에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같은 지역 안에 분포하게 된다. 북방계식물인 경우 대부분이 한반도 중부나 북부의 고산지역에 주로 자라는 식물로,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생존해온 식물들로 특산식물인 경우도 많으며 고산지역 또는 풍혈 같은 특수한 지역에 주로 생육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식물이 낮은 지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름철 고온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 있도록 독특한 자생지이어야 하는데 곶자왈지대의 함몰지형이 그러하다. 곶자왈지역의 함몰지형은 연중 고온에 의한 영향이 적고 비교적 일정한 기온과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함몰지형의 규모가 크고 해발고도가 높은 곶자왈에서 관찰되며 이런 지역에서는 좀고사리, 한들고사리, 골고사리 같은 북방계식물들과 큰봉의꼬리, 가지고비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산쪽풀, 백서향, 방울꽃, 홍노도라지, 큰천남성 같은 남방계식물이 좁은 지역 안에 같이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동·서지역 식물상을 구분해주는 곶자왈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곶자왈지대는 제주도의 동·서부지역에 펼쳐져 있으며 곶자왈지대는 곶자왈용암류와 빌레용암류가 불연속적으로 분포하고 그 내부는 요철지형이 발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곶자왈지대는 분포범위와 해발고도에 차이를 보이고 그 흐름 속에는 용암원정구, 용암제방, 튜물러스, 용암계곡 등 다양한 지질구조들이 지역별로 산재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 지질적인 특성들은 곧 각 곶자왈지대별로 생물상에 차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며 제주도의 동서 지역의 식물상에 차이를 보이는 기본적인 원인이 된다. 곶자왈지대를 중심으로 보면 동쪽의 곶자왈지대에만 분포하는 종류로는 제주고사리삼, 순채, 애기꼬리고사리, 한들고사리, 좀고사리, 왕지네고사리, 쇠고사리 등이 있으며, 애월곶자왈이나 한경-안덕곶자왈지대 등 서쪽 곶자왈지대에만 자라는 빌레나무, 꿩의비름, 꼬리쇠고사리, 난티나무 등이 있다

물론 곶자왈만이 동부와 서부지역의 식물상을 구분짓는 요소는 아니다. 섬의 동서지역은 강수량과 온도에 있어 기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고 오름의 형상이나 규모, 습지의 형태, 동굴의 형성 여부, 해안선의 형태 등도 식물상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러나 각 지역별 근본적인 식물상의 차이와 다양성의 원인은 곶자왈지대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대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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