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대탐사Ⅱ: 객원기자 김대신의 곶자왈 10년 생명을 읽다]<13> 상생과 변화, 곶자왈로

아쉽지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곶자왈 연재가 끝난다. 나름 노력했지만 곶자왈을 다 보여주기에는 필자의 능력이 많이 부족한 듯 하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글로나마 함께 곶자왈로 떠나보며 이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 곶자왈 속으로
어느 고요한 아침,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려 할 때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곶자왈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사위는 아직 어둠에서 완전히 깨어 있지 못하다. 여명에 기대어 숲 안으로 발길을 옮겨보지만 조심스럽다. 행여 넘어질까 몸을 사리며 천천히 들어간 숲은 동트는 바깥과는 달리 아직 어둑하다. 시나브로 사물이 분별될수록 몸은 숲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이따금씩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풍문처럼 떠돌다 사그러지기를 반복한다. 바위틈을 살펴보느라 굽힌 허리를 펴는 순간, 녹색의 장막이 시야 가득 들어오고 일순간 바뀐 풍경이 생경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한줄기 빛이 눈앞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저 빛은 곶자왈에서 생명을 먹여 살리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빛을 받기 시작한 식물들은 일제히 분주해진다.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이파리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 이런 식물들이 곶자왈에 가득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터다. 땅 속을 뚫고 나온 지하의 마그마가 제주도를 만들어갈 즈음, 오름에서 시작된 어떤 흐름은 오름과 오름 사이를 굽이치며 유장하게 흘렀고 보이는 것이 모두 암괴뿐인 용암대지를 만들어냈다. 이 바위투성이에 씨앗 하나가 자리를 잡더니 점차 숲으로 변모한 곳을 현재 우리는 곶자왈이라 부른다.
# 변화 속 곶자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곶자왈 숲도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요즘 각광받는 올레코스로 변모한 저지곶자왈 숲을 걸어보면 한여름 빽빽한 곶자왈 숲은 방위나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얽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한겨울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듬성듬성 빛이 들면 조금은 시계가 넓어지며 숨겨졌던 바닥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단순한 계절적인 변화도 있지만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에 의한 숲 자체의 변화도 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방목이 감소하고 인간에 의한 간섭이 사라지면서 천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을 지나다 지역주민을 만나면 한결같이 곶자왈 숲의 변화를 증언해 준다. 가시덤불들이나 예덕나무들이 자라던 곳에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같은 참나무과 식물들과 참식나무, 생달나무 같은 녹나무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며 부분적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안정된 숲으로의 변화는 다양한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며 현재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지만 긴 세월을 두고 이동과 정착 및 고립의 산물인 제주고사리삼처럼 높은 존재가치를 가진 식물의 자생지를 위협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의 변화는 곶자왈의 흐름들이 단절되고 고립되어져 가고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점들은 곶자왈지대의 보존을 위한 또 다른 고민들이 될 것이다.
# 소통과 상생의 공간

제주생물다양성의 버팀목이자 그 힘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제주의 보물 곶자왈. 그것은 곶자왈이 곶자왈로서 존재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김대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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