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 희망순례] 3.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

탐사활동·플레시몹 등 다양한 홍보 눈길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런저런 학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사회활동이 가당키나 할까. 사회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논술을 위한 펜과 종이 위에서나 가능하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죽은 지성'이라고 했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을 양산하는 사회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제주의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는 학생들이 있다. 일명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직접 곶자왈을 탐사하고 곶자왈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곶자왈을 위해 행동할 뿐이다. '순수' 그 자체.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의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였다.
화북청소년문화의집 한경임 청소년지도사는 지난 2006년 우연히 일본 어린 학생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벌인 환경정화활동을 알게 됐다. 아이들이 재활용쓰레기 판매대금으로 아마존을 살리기 위해 조금씩 그곳의 땅을 사는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에 '제주곶자왈'이 떠올랐다.
때마침 제주특별자치도가 '곶자왈 한 평 사기운동'을 제주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국민신탁) 운동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화북청소년문화의집(운영위원장 고봉주)은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에 동참하도록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이라는 환경보존활동프로그램 만들기에 이르렀고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생각과 활동에 의해 운영된다.
곶자왈을 탐사하고 곶자왈을 지키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폐지를 모으고 재활용품 제작활동을 전개한다.

버려질 물건에 '문화'를 접목시켜 생명을 불어넣자는 생각은 곶자왈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이번 운동의 취지와도 통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 공부에도 바쁜 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들여가며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으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한다. 여기서 찾은 단어가 '희망'이다.
△ 네 이름을 다시 써 주마!
쓸모없어진 카세트 테이프가 지갑으로 탈바꿈하고 LP판과 CD가 포크아트기법을 통해 멋진 시계로 변한다.
또 폐현수막이 앞치마 또는 가방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헌 청바지, 모자, 가방에 그림을 그려 넣어 개성이 듬뿍 담긴 새 청바지와 모자, 가방이 된다.
재활용 장터 '네 이름을 다시 써 주마!'에서 마술처럼 보여지는 모습들이다.
폐지를 갖고 장터를 찾아가기만 한다면 쿠폰을 받아 누구나 쓸모없는 물건을 리폼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에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손재주가 덧붙여져 눈길을 끈다.
학생들은 학교 미술 수업 시간에 배웠던 스텐실, 포크아트기법 등을 응용해 매번 새롭고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렇다 보니 재활용 장터는 물론 도내 크고 작은 행사에서 행해지는 에코가방 만들기 행사 체험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편 이러한 취지에 공감, 꾸준히 폐지를 기탁하는 학교와 일반 가정도 있다.
1년동안 꾸준히 폐지를 기탁해 온 이정혜씨(43)는 "쓰레기를 분리수거 해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가정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라며 "기탁하고 나면 기분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곶자왈에 대한 관심을 한 번 더 가지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아진 폐지 판매 수익금은 괄목할만 하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 2월까지 각 가정 및 학교, 재활용장터 '네 이름을 다시 써 주마!'를 통해 기증되어진 폐지 판매 수익금은 414만4450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아이들의 '힘'이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은 이렇게 모은 수익금 전액을 그대로 곶자왈공유화재단에 기탁,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에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은 매해마다 활동을 이어와 지금까지 활동했던 인원은 모두 152명에 이른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의 활약상은 매번 빛을 발한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 활동을 알고도 1년 동안이나 망설였다는 김은정·최한나·홍지수 학생(17)은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큰 일'을 냈다. 이들은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폐지를 많이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교장실을 찾아갔다.
발칙한 세 명의 여학생은 자신들의 활동 취지를 설명하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폐지를 제공해 줄 것을 부탁하고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는 물론 적극적인 활동지원을 약속받았다.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의 에피소드는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올해 곶자왈 지킴이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 33인'을 뽑는다. 모집기간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다. 그리고 14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올해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있기 때문에 더욱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곶자왈 환경교육 및 탐사활동은 물론 세계자연보전총회 환경축제 때 플레시 몹을 통한 깜짝 이벤트도 벌일 예정이다. 또 8월중에는 경기도 금촌청소년문화의집과 프로그램 연계활동을 벌일 계획이기도 하다. 당연히 곶자왈을 지키는 아이들의 중요 활동인 폐지수거 활동과 재활용 장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