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 희망순례] 4.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

승무북·다도 통해 몸과 마음 '쑥쑥'…조별활동 속 인성교육 실천 '눈길'
교육환경 개선과 함께 '적정 규모'학교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작은 학교들이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기에 학교가 마을에 주는 의미는 고민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하가리 연화못 인근 남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교장 장상보)은 그런 고민에 작지만 의미 있는 답을 던진다.
△ 되살아나는 '분교'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 위기까지 몰렸던 학교는 올해 시작부터 교실 증축 공사에 여념이 없다. 음악실과 도서실, 과학실 등이 일반 교실로 바뀌었다. 그렇게 사라진 음악실이 사라지나 하는 아쉬움은 모 기업의 후원으로 창고를 개소하며 해소됐다.
기존 3개 학급, 3명의 교사에 불과했던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은 올해 학생수가 불어나면서 6개 학급에 교사도 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9년 16명까지 줄어들었던 학생수가 최근 46명까지 증가하면서 학교는 매일 활기가 넘쳐난다.
폭발적인 증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규모의 다른 분교들과 비교할 때 표정관리가 필요할 정도의 즐거움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마을 주민과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하가리(이장 장봉길)는 통·폐합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연립주택을 지었다. 마을에 사람이 늘어야 학교를 다닐 아이들도 생길 거라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다.
201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지난해 12월 마을회관 옆 부지에 100㎡(30평형) 8가구와 85㎡(25평형) 2가구 등 모두 10가구 규모의 '연화주택'이 지어졌다. 하나 둘 '하가리'주소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여기 저기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학교가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소식에 제 발로 찾는 학생·학부모도 생겼다.

"아이들에게는 학년개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내고 형·누나·동생들이 있을 뿐이죠"
무슨 소릴까. 더럭분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공동으로 함께 수업하는 시간이 많다.
학생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교생을 꼽아봐야 46명이 전부다. 굳이 학년이며 반을 나누는 대신 모둠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수업으로 참여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봤다.
더럭분교에서는 6학년 학생을 조장으로 전교생을 8개조로 나눠 야영과 현장학습, 체육활동을 한다.
각 학년 모든 학생들이 존재하는 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배려와 나눔, 사랑을 배운다. '나'만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 사회를 몸으로 느낀다.
아끼고 보듬어 줄 동생이 있다는 책임감에 5·6학년 아이들은 더욱 의젓해지고 3·4학년은 이런 모습을 보며 배운다. 1·2학년은 형·누나·언니·오빠들을 믿고 의지하며 따른다.
아이들의 친구 목록에는 '자연'이 우선 순위에 올라있다.
인근 고내오름에 올라가 다도시간에 차를 달여 마시기 위한 약초를 캐기도 하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각 조마다 상추, 고추, 깻잎, 고구마 등을 도맡아 키우고 수확의 기쁨과 작물의 소중함을 체험한다. 농약을 쓰지않아 벌레 먹은 잎들이지만 잘 씻고 벌레 먹지 않은 부분을 골라 먹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된다.
이런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을 때리며 괴롭히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가 있을까.
더럭분교는 자연과 조별 단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학생수가 적고 분교라는 점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음을 눈으로 보여준다.

이런 변화에는 또 사람이 있다. 초빙교사로 학교와 연을 맺은 이완국 교사다. 이 교사는 학교와 함께 하면서 다른 학교에서는 없는, 특별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더럭분교는 매주 월요일 첫째 시간마다 아주 특별한 시간을 진행한다.
이름하여 '차와 함께 하는 마음 다스리기' 시간이다.
전 교생이 함께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는 이 시간동안 학생들은 조별로 서로 둘러앉아 조용히 얘기를 나눈다.
왁자지껄하게 뛰어 놀던 아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각자 자신의 방석을 깔고 앉아 자기만의 의식(?)을 치른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7~8분간 이어지는 명상 시간은 짧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더럭분교 아이들은 '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지키며 마음을 다스린다.
다도와 명상의 시간이 정적이라면 더럭분교 학생들은 '승무북'이라는 동적인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한다.
'승무'의 일부분을 변형시켜 만든 전통춤사위와 함께 자진모리와 휘모리와 같은 전통 장단으로 북을 두드리는 행위는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승무북은 방과후 활동으로 짜여져 학생들에게 가르칠 만큼 인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하다.
제주대표로 여러 차례 타지역 공연을 했을 뿐만 아니라 도민체전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며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공연 횟수가 100여차례가 넘었다.
이완국 교사는 "조그만 분교안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무언가 자신을 표출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자신감을 심어 주기위해 시작했다"며 "아이들은 북을 치고 하나의 공연을 함께 완성해가면서 무언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변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