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천은 잘 만들어놓은 배수시설"

 “도내에 산재해 있는 하천은 홍수를 예방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다공질의 화산암지대로서 건천(乾川)이기 때문에 지질학적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강순석 연구원(38·지질·고생물학)는 제주의 하천은 평소 물이 흐르지 않아 하천 지하를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연구관은 건천이 많은 이유에 대해 “표고 1950m의 한라산 정상에서 해안까지 평균 11㎞정도밖에 안돼 물이 흐른다기보다 물이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따라서 집중 호우로 내(川)가 터지더라도 2∼3일이면 물이 바다로 다 빠져 버린다”고 말했다.

 강 연구관은 제주의 하천을 스펀지에 비유한다.

 “제주도는 지질이 용암층이 겹겹으로 쌓인 구조이기 때문에 암반 사이로 지하수가 흐르며,특히 호우가 내리더라도 토양의 보수력(保水力)이 약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 용천수로 솟아나는 지질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는 “스펀지가 물을 머금어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면 넘치는 것처럼 지하수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치면 내가 터진다.따라서 제주의 하천은 잘 만들어놓은 배수시설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 내가 터지면 대량의 용수가 형성돼 급격한 경사를 이루는 곳에서는 웅장한 폭포가 형성되고 그 밑에는 폭포로 인해 생긴 ‘폭호’가 존재해 항상 물이 고이기도 한다”면서 “특히 하천 양옆에는 지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많아 효돈천 상류의 경우 용암류 단위(lava flow unit)가 50겹이 넘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좌승훈·좌용철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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