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 희망 순례] <6>표선고등학교 ‘드림카페’

학생들 큰 호응 속에 제과·제빵사 '꿈' 키워나가
'장애'라는 단어를 듣고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불편함이다. 사실 그럴까. 불편하다는 것은 객관적이기 보다 방관적인 시선에서 만나지는 감정이다. 장애·비장애라는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세상에 나서는 것이 두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의 기준과 다르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디고 좀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공간이 있다. 긍정의 호르몬을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탓에 주변까지 즐겁게 하는 표선고등학교 '드림카페'다.
△ 꿈이 있는 곳에 희망 있다
어떤 일이든 조금 더 빠르게 배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유독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편견이 덧붙여진다면 이런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조금 느린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된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대신 충분한 격려와 응원이 보태진다면 아이들은 다시 출발하기 위한 '큰 힘'을 얻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그냥 지어낸 말이 아니다.
비록 이러한 움직임이 이제 갓 시작일지라도 '함께' 그리고 '조금씩' 늘려간다면 이들에게 꿈을 불어넣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일반계고 전환 과정에서 쓰임을 잃은 관광조리실습실이 꿈을 실현하는 직업교육장으로 바뀐 데는 그런 믿음이 깔려있다. '드림카페(Dream Cafe)'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표선고등학교(교장 박원권)는 지난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특성 및 요구에 맞게 진로를 찾고 그에 따른 직업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로 선정됐다.
이곳에서는 '사회적 자립'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운다.
전문강사를 초빙해 매주 월요일 제과·제빵 교육을 실시하고 방과후 수업으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리스타 교육도 보태졌다.
지역 거점 학교 지정 이후 인근 표선중·성산고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도 공간을 열면서 장애학생 직업 중심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드림카페에서 제과·제빵 교육이 진행되는 날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먼저, 또 더 해보려는 적극성에 강사도, 학생들도 덩달아 흥이 난다.
좋아하는 일인만큼 지킬 것은 꼭 지킨다.
직업교육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치마를 하나씩 두르더니 손부터 씻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교사의 가르침대로 규칙을 따른다. 그 부분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도 없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아이들이다.
'깨쿠키'를 직접 구워 맛을 볼 생각에 정신이 없는 아이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현직 파티세인 김동조씨다. 제주칼호텔 조리부에 직을 두고 있는 김씨는 아이들의 제과·제빵 수업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고 있다. 매주 표선고까지 달려와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두드리는 재미에 오히려 신을 낸다.
학생들은 김씨가 준 레시피에 따라 재료의 무게를 정확하게 저울에 달았다.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저울끝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에 진지함이 가득하다.
재료들을 섞고 반죽기에 넣어 반죽을 하는 동안 김씨는 학생들에게 요리과정에 대한 설명과 주의해야 하는 점을 자세하게 반복해 설명했다.
남학생 중 맏형격인 2학년 고수빈 학생은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 잡았다. 먼저 해 보겠다고 손을 높이 들었다가도 다른 학생들을 위해 기회를 양보하는 의젓함까지 보였다.
고군은 "내가 직접 반죽해 빵을 만들어서 좋고 먹을 수도 있어 좋다"며 "앞으로도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울 때 서툴고 실수를 하는 것에 장애나 비장애의 구분은 없다"며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아이들이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이제는 충분히 숙련됐고 일반인 못지않게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에게서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 껍질 색깔에 구수한 냄새까지 나기까지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는 귀띔이다.

관광조리실습실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드림카페는 원두커피의 향긋한 냄새와 달콤한 빵 냄새로 마치 카페에 온 것만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학생들이 실제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경험까지 쌓을 수 있도록 메뉴판과 에스프레소 기계까지 갖췄다.
학생들이 직접 드립한 커피와 빵·과자는 다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을 기쁘게 하는 행복 바이러스로 퍼졌다. 꿈 카페 역시 딱딱한 회의실을 대신한 협의장소로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장애학생을 위한 '통합형 직업교육'은 충분하진 않지만 대상 학생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실제로 올초 졸업한 특수교육대상 학생 중 한 명이 지역 내 모 리조트 실습생으로 선발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하지만 많은 장애 학생들이 장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현준 통합학급 담당교사는 "대량생산과 속도전으로 대표되는 현장들에서 장애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얻기까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이렇게 자신감을 채운 아이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 안에서 자존감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기업에서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편의를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아이들의 도전 역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지철 기자 jichul2@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