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81)씨집살이

▲ 마주앉아 멧돌 레(도승격 50주년 기념 사진집 「제주100년」)
“도 말곡 이르도 말라 미신 말을 염시니

고초 당초 멥덴 덜 씨집살이 보다 더 메울소냐

장 튼 씨아방에 암 튼 씨어멍에

우럭 튼 씨아지방에 코셍이 튼 씨누이에

물꾸럭 튼 서방님에 못 살커라라 못 살커라라 나 요 씨집 못 살커라라” 이 노래를 들은 적도 엇다더냐? 씨집살이 어떵 지 거들랑 들어 보라.

 # 일천 밧일 렌 난 호 번 못여 봣져

요세는 새서방이나 새각시가 서로 음에 들고 랑민 어멍 아방네 신디 시집 장게 보내 줍서 민 아무 때나 택일영 잔치를 는디 잇날은 용시 치영 한거 추운 저슬에 잔치를 민 시집가는 날 쪽도리 쓰고 장옷 하나 걸쳥 눈이 펑펑 리는 집 마당에서 례(婚禮)를 민 뻬속 장 춥곡 오좀 릅곡 여도 으멍 시집 갓저.

 

▲ 김매는 여인(도승격 50주년 기념 사진집 「제주100년」)
시집간 초담  쯤은 씨어멍도 씨누이도 벨로 당거리지 안 연 살만다 생각여 신디 정월 멩질 지나고 보리 밧듸 검질 메게 뒈여가난 서방이영 자는 새벡이 방문 두드리멍 “메누리야, 잠샤?” 두어번 불러도 기척이 읏으민 부에낭 큰소리로 “얘야! 메누리 강알에 해 들엇져. 날 는 줄도 람샤? 저 일어낭 물 질어오라” 웨치민 절에 화닥닥 일어낭 물 질어당 놔두곡 불잉겅으로 보리낭에 불 부치젱 민 네만 득 눈에 들어 강 눈물 나멍 보리밥 곡 레 령 씨어멍 씨아방 밥상 드리곡, 서방이영 씨집 식구덜 상 려놔뒁 나만 정제서 밧듸 갈 점심 리멍 보리밥 적 먹어사 는게 너무 칭원연 친정어멍 생각이 난 눈물로 밥 안 먹어나시녜.

보리 수므나믄섬  보리밧 검질을 다 메젱 난 ‘정이월 름쌀에 검은암쉐 뿔 오그라진다’는 추운 저슬도 웃날만 들으민 검질메레 밧듸 가민 씨어멍은 씨누이만 아까왕 듸 안쳥 이근녁을 메여주멍 멍에질 지 가민 씨어멍은 “느네 씨누인 리 메영 와신디 는 허천바레곡 하근생각 당 보난 뒤 떨어지는거 아니가?” “느네 친정집이선 검질도 안 메여 봔댜?” “씨집 일은 경 기 실프냐?” “간세 말앙 리 메영 조차오라” 는 말을 들으난 오장창지가 찌저지는 거라. 난 뭣지 씨어멍 눈에 들이젱 손콥이 곡 손뿌리가 아파도 부지런게 메당봐도 뒤에 떨어졈젱 씨누이 앞의서 내무리곡 욕난 가슴이 콱 멕히곡 눈물만 나더라.

밧듸 일은 장 읏엉 보리검질 메영 나사민 보리 비곡, 트곡, 장만영 령 항에 담곡, 름나민 작벳듸 앚앙 콩·감저·조팟 검질 메곡, 슬커 치민 지들커 저, 초집 일저 당 보민 벳듸 거멍게 타서 눈만 베롱  검은 양지광 손은 덩드렁마께 닮고 발은 쉐발록 벌러져서 헤뚜룩  옷 번도 못 입어 보곡, 서방이영 찌 놀아보지도 못영 갈중이 적삼만 입엉 살단 보난 호 번 못여 봣저.

 # 궤팡 열쉔 씨어멍이 끈 줴어둠서 날 쟁이 메누리엔 허주내와라

요셋 사름덜사 시집가민  살림 난 씨어멍 눈치 보곡 씨어멍 신디 구박 받을 일도 엇지만 그 때는 메누리를 아오민 씨어멍네영 집이서 찌 살멍  줌이나 가용 쓸 돈도 씨어멍이 주지 안민 나 음냥 쓸 수 어시 살당 보난 친정 식구가 뎅겨간 날이민 우리 씨어멍은 항이 엉삭게 굴엇젠 멍 “느네 동기간 신디 이나 퍼 주언댜?”곡 씨누이 신디 을 퍼 줘뒁도 항 도둑 맞앗젱 소문 내영 도둑질 는 메누리 록 라번 구박 테 루는 곱아둠서 보난 친정집 사름이 들린 날이민 씨아방은 놀음 빚 갚젱 을 퍼가는 걸 나신디 들키연 씨어멍신디 으난 씨어멍광 씨누가 다들엉 버릇 읏시 씨아방을 모함 염젠 닥달 길레 부에난 씨아바님 “실데로 지 안 민 이 씨집 못살쿠다”난 그 때사 실토연 누명을 벗어낫져. 음식이나 멩질 떡  때 을 레게 줍셍 여도 뜨게 주민 음식곡 떡영 모지레영 메누리 탓 곡, 방상집 고적도 모지레게 여강 방상덜 신디 욕들어도 메누리 탓, 궤팡 열쉔 씨어멍이 끈 줴어둠서 레게 주진 안 곡 ‘우리 메누린 콥다리록 쟁이우다’멍 허물은 딱 메누리신디 씌왕 허주내와라.

 # 방에지곡 레 당 보민 개역 튼 도 못자더라

장만 보리를 리왕 항에 오래 담아 두민 좀일엉 먹을수가 읏으난 유월장마가 지낭 벳난 날 리젱 밧듸 가멍 멍석 페왕 날레 널어둿당 냑때 담곡 는디 어이로 하늘이 거멍영 쉐낭마가 내렴직 민 검질메당 집더레 음박질 영 강 날레 담젱민 애앙 죽어진다. 궤팡에 든 수므나믄 섬의 곡석을 잘 리곡 보리을 멩글젱 민 얼마나 공드는지 알암샤? 밧일 영왕 냑인 방애에 지어온 통보리 을 다시 레에 능그령 채로 치민 채 우티 훍은 은 밥여 먹곡, 채 아래 내린 은 요즘 라면록 급게 밥  때 쓰거나 죽쒀 먹곡, 진 채로 쳐서 나온 루는 누룩이나 돌레떡을 여 먹엇져. 이록  장만는 날은 첫 이 울때 지 일 당 새벡이 반여 먹엉 밧듸 가민 조라와도 밧 일만 젠 난 개역 튼  도 실피 자보지도 못멍 살앗저.

 # 코생이 튼 씨누인 오장만 뒈싸놔라

동지 나흘 일거여? 난 첫 애기 배난 항만이 배는 불곡, 몸도 무겁고 다리에 맥련 오널은 쉬어 시민 는디 씨어멍이 는 말 “씨아방 먹을 꿩엿을 졸르젱 난 지들커 읏언 솔썹 긁으레 찌 글라”고테 수 읏이 소낭 밧듸 올라간 솔썹 짐 긁언 씨어멍이영 내려 오당 민칠락 게 푸더졍게 짐진채로 동산 알더래 둥그난 도 무끄곡 양지도 밀어먹언 집이 와신디 그날 밤 애기배 맞추완 새벡이 애길 낳아신디 씨어멍은 이집 종살이  을 낳젠 베레보지도 안멍 애기 날 때 라논 보리낭도 치우지 안 곡, 궂인 레도 지 안 여줘둰 나가부난 무끈 로 보리낭을 치우고 그 작산 궂인 레도 쪽 광 발로 서답젱 난 칭원연 울엄시난 씨누인 방에 들어오멍 “성님은 낳구나 마씸. 양진 무사 밀어 먹음광 은 무사 라멥디강?” 실데로 으난 “눈은 가죽 모지레연 랏수광. 보멍 뎅기렌 랏주기. 어멍은 멀쩡 디 무사 둥굽디강? 실픈 일 젠 난 경 는거 아니우꽈?” 멍 코생이 튼 씨누이엔 안카부덴 나 오장만 뒈싸놔라. 무심 서방이영 갈려불카? 죽어불카? 벨 생각멍 섧게 울엇저. 철 읏고 속 읏인 춘 아시야, 씨집살이 알커들랑 이 노래나 들어보곡 씨집살이 설움 짐작이나 거라

“파드등 게 는 저 꿩을 잡아시믄 퍼덱이는 놀게랑 씨아방 주곡, 박박 긁는 저 발랑 씨어멍 주곡, 놀카렉이 닮은 주둥이랑 씨누이 주곡, 저 썩고 썩은 가슴 랑 설은 내가 먹으리오.”

잇날 씨집살이 록 귀막앙 삼년, 말몰랑 삼년, 눈 어둑엉 삼년 살암시민 살아진뎅 는디 요세는 씨어멍이 메누리 눈치보멍 산뎅 난 내  아까우민 메누리 아깝고, 내 아 아까우민 내 사위도 아깝게 여기멍 살민 행복 지 안 카마씸.

글 강원희 ㈔제주어보전회 이사·전 제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호 : 사치

춘 성님 :사촌 언니(형님)

네 : 연기

도 말곡 이르도 말라 : 일체 말을 하지 말아라는 뜻

고초 당초 멥덴 덜 : 고치가 애당초 멥다고 하지만

코셍이 : 용치놀레기(미끼만 없애는 작고 약은 물고기)

검질 : 주로 밭이나 마당 따위에 나는 잡초

이근녁 : 쟁기로 밭을 갈 때 흙이 넘어가는 방향이나 숙달된 사람이 갈이를 하는 쪽(김메기 잘 하는 사람이 김을 메는 쪽)

멍에질 : 밭의 세로로 난 긴 이랑 끝에 가로로 낸 짧은 이랑

뭣지 : 모처럼, 무엇 같이

작벳 : 몹시 따가운 볕, 땡볕

엉삭다 : 자리가 비어 틈이 벌어진 상태

굴다 : 쌓아 두거나 넣어둔 것이 더러 없어져 비다

무끄다 : 회목 관절이 무엇과 마주쳐 제 정도에 지나게 접해서 삔 지경에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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