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예맥 원로에게 듣다-민속학자, 1인극 창시자 심우성

‘가장 우리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에 아류처럼 ‘가장 제주적인 것이 경쟁력’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인다. 그렇다면 가장 제주적인 것이란. 쉬울 것 같은 질문에 답을 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역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예술 활동들은 역시 지역의 성원과 후원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우리의 것으로 자리 잡아 가도록 해야 한다. 지역 예술 원로들의 입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 민속학자 심우성 옹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인형극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변지철 기자

여든 바라보는 나이에도 문화 테마 강의 진행

“‘제주적’말만 말고 진정한 의미 채워 넣어야”

 

그의 이름을 꺼낼 때마다 몇 해 전 고 은 시인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징 소리’에 대한 문인의 향수는 특별했다. 시인의 기억에 ‘징 소리’는 1940년대 말 전쟁 말기 ‘강제 징발’이란 이름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두레굿·풍물굿이란 이름으로 근근이 이어져온 ‘풍장’ ‘풍물’이란 것에 ‘사물놀이’란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가 다름 아닌 ‘심우성’, 그였다.

그의 흔적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평생을 1인극과 함께 해오며 ‘대가’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위치에 섰고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인형·인형극에 대한 애정을 내려놓지 않으며 ‘우리적’ ‘제주적’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그를 지난달 24·25일 그의 공간인 한국민속극연구소 ‘인형의 집’에서 만났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모여든 10여명의 무용인과 연극인들은 심 옹(78)의 눈빛에 그만 마음이 흔들려버렸다. ‘고령’이란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강의와 연구소 구석구석 그와 관련한 연구 서적이며 자료를 찾아내는 바지런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 그가 불쑥 ‘제주 인형’얘기를 꺼냈다. 1959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꼭두각시놀음’을 조형하며 인형과 악기, 탈, 굿을 접목한 ‘1인극’을 만들어낸 그다. 지난 2006년 아내의 고향인 제주에 자리를 잡은 이후 제주 전통문화에 애정을 쏟아내며 ‘탐라의 노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4·3의 고개를 넘어간다’ 등의 1인극을 펼쳤던 장본인인 만큼 그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심 옹은 “재창조라는 것은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흘러온 물길의 방향을 시대 흐름에 맞춰 잡고 막힌 곳을 터주는 그런 과정”이라며 “지금 내가 ‘강의’를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내 뜻에 맞추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방향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손끝에서 조물조물 제주 소리며 맛을 내는 ‘인형’이 보이는 것은 단순한 착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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