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잠녀'에서 미래를 읽다 – 잠녀·잠녀문화 세계화 그리고

“살아있는 무형의 것 보호” 내걸고 체험상품 개발 등 곁길 행보

섬 안 벗어나 ‘잠녀문화권’ 밑그림 확대·분명한 목표 설정 주문

▲ 1950년대 제주해녀를 이용한 관광홍보사진
 

제주잠녀·문화 세계화 5개년(2011~2015) 계획.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잠녀의 고유의 공동체 문화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보존·전승하는 것을 기본 틀로, 2015년까지 615억여원을 투입해 해녀축제를 규모화하고 해녀 문화의 학술적 가치 정립 등을 통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최종 목표’만 놓고 보면 “살아있는 무형의 것을 ‘보호(Safeguarding)’한다”는 유네스코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진행 과정은 한참 곁길로 빠져있다.

 

▲ 성산 잠녀물질상설공연 자료사진

# 콘텐츠 없는 껍데기만

 

세계화 계획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딘가 어색하다. 제주잠녀의 유·무형적 콘텐츠 개발이란 이름 아래 진행된 것은 ‘해녀축제의 규모화’가 유일하다. 사질 부피가 커진 것은 ‘예산’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 축제 콘텐츠가 빈약하다. 홍보물을 뒤지지 않고서는 일반적인 수산물 축제나 물질 기능대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등 단일 축제로 특장화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주문되고 있다.

잠녀 문화를 상징하고 체험 등을 통해 전승·보존 체계를 만드는 거점으로 제시했던 ‘해녀문화센터’건립 사업은 안을 채울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 잠녀 노젓는소리 공연<자료사진>
기존 해녀박물관의 공연이나 문화체험공간이 부족해 잠녀문화를 위한 교육장이 필요하다’는 도의 의견은 사실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잠녀·잠녀문화와 관련한 도의 밑그림은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구좌읍 하도리 일대에 집중돼 있다.

도는 해녀문화센터에 이어 이 일대의 불턱·해신당·갯담 등 인문·자연 유산을 활용한 ‘지붕 없는’생태 박물관 조성 계획을 내놨다.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역 잠녀 수가 많고 해녀박물관이란 시설 인프라가 이미 조성돼 있다는 것은 그러나 충분한 지역적 공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당장 동쪽과 서쪽 잠녀의 특성이 다르고 도서 지역 잠녀 역시 본섬과 다른 행태를 가지고 있는 등 단순한 ‘체험’으로 잠녀 문화에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섬 곳곳 잠녀 문화 산재

 

▲ 한라문화제 당시 잠녀 노젓기 경연

문화재청은 민속마을 지정 다양화를 위해 전문가와 지자체 추천 233개 마을 중 기초·정밀 조사를 통해 최종 7개 마을을 선정하는 과정에 가파도를 ‘제주잠녀민속마을’조성지로 낙점했다.

전통적 생업으로 제주 잠녀와 관련한 경관(어장, 불턱·해신당 등)이 보존돼 있고, ‘전통문화 보고’로 경쟁력 있는 지역이라는 문화재청의 판단에 제주도는 애매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 잠녀물질경연<자료사진>
가파도에 잠녀민속마을이 조성되며 잠녀·잠녀문화 관련 사업이 분산,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잠녀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서와 잠녀민속마을 조성 관려 부서가 다르다는 점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제주 섬에 고르게 잠녀가 분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밑그림’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질 체험 등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수풀해녀학교(한림 귀덕)와 사계 물질 체험사업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산어촌계가 진행하는 해녀물질과 해녀노래 공연은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의 대명사인 성산일출봉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도 잠녀는 영화 ‘인어공주’이후 입소문을 탄데다 국제섬학술포럼 등과 연계한 불턱문화제 등이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안덕 대평마을은 ‘출가해녀의 노래’발원지로 공공미술프로젝트와 연계한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서귀포시 대륜동 법환마을은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의 ‘문화·역사마을’로 선정되면서 잠녀들의 생활문화를 활용한 어촌 테마마을이 조성된데 이어 2006년에는 잠녀문화역사마을로 지정됐다. 지난해는 해안도로를 ‘잠(아래 아)녀의 길’로 명명하며 이벤트성 문화 행사를 연계하기도 했다.

이 쯤 되면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제주 섬 전체를 ‘잠녀문화권’으로 묶어 문화 경쟁력을 키울 이유가 분명해진다.

 

▲ 법환잠녀

# 방향부터 분명히 해야

도의 계획은 또 문화 정체성 확립과 관광 상품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느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계화 계획이라는 말이 불편할 정도로 중구난방이다.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잠녀들의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잠수복 지원·패조류 투석사업 확대 등 기존 조례 등을 통해 진행되던 사업들을 답습하고 시설 인프라를 갖추는 것으로 고령화 등으로 ‘상실’ 위기에 있는 잠녀를 보존하겠다고 하고 있다.

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그에 앞서 제주 내부에서 잠녀와 그들의 문화를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 전통 문화로 인식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처음 해녀문화전승 및 보존을 위한 조례 제정 작업에서부터 일련의 흐름들을 쭉 지켜본 입장에서 이만큼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한수풀해녀학교<자료사진>
전문가들 중에서는 최종 목표가 꼭 ‘유네스코 등재’여야 하는지를 반문하기도 한다. 만약 등재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최근 유네스코의 기조대로 유사한 문화와의 공동등재가 불가피하다면 무엇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 경쟁력을 확인하고 지키겠다는 다짐을 강하게 하는 것일 뿐 절대 관광상품화 등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대중에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는 주문과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부딪히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제주도의 제주잠녀·잠녀문화세계화 계획 중에도 ‘관광 상품’이란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보존·전승에 대한 언급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지켜야할 문화정체성과 경제유발효과를 감안한 상품화 어느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얘기도, 지정 이후 우리가 짊어져야할 책임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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