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 희망순례] 10. 해안초등학교

▲ 지난해 3월 노형초등학교 해안분교장에서 승격된 해안초등학교의 전경. 생태체험학습장을 이용한 환경교육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최근 학생수가 136명까지 꾸준히 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28년만의 본교 승격 1년…부모·학생 모두 "만족"
친환경수업·사교육 흡수 등 차별화된 교육 눈길

학생 수 감소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통폐합 문제가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줄어만 가고, 줄어드는 아이들로 인해 마을은 활기를 잃어간다. 학교가 마을에 주는 의미를 모르지 않기에 고민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지난해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된 해안초등학교(교장 고영탁)의 사례는 작지만 의미있는 사례로 기억된다. 해안초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통해 꾸준한 희망의 싹을 틔워가고 있다.

△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

'분교'에서 '본교'로 다시 승격되기까지 꼬박 28년이 걸렸다.

해안초등학교는 지난 1969년 해안국민학교로 개교했다가 1983년 노형초등학교 해안분교장으로 개편, 그리고 지난해 3월 다시 해안초등학교로 승격되면서 '분교'라는 꼬리말을 떼어냈다.

대신 제주형 자율학교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해안초의 본교 승격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마을 및 지역사회가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한 끝에 이뤄진 값진 결실이었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 아동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최근 꾸준히 학생 수가 늘면서 현재 136명의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제주시 동지역 도심개발 인근지역에 위치해 100명 규모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점이 호재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된 이후 차별화된 교과과정을 선보이면서 그 효과가 드러난 셈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인근 백록초등학교와 노형초등학교에서 전학해 오는 학생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과밀학급이 우려돼 해안초는 올해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급당 25명 수준까지만 전입생을 받도록 학교규칙을 개정하기도 했다.

고영탁 교장은 "우리학교의 장점은 도심의 큰 학교와는 달리 적정수의 학생을 유지하면서 교육의 질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점"이라며 "특색있는 교과과정만으로도 충분히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해안초의 사례는 '좋은 학교'란 것이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학교의 규모가 아닌 '교육의 질'에 달려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학생들이 뒤편에 위치한 텃밭에서 옥수수와 고추 수확을 하고 있다.
△ 참된 순환의 의미

주변 환경이 뛰어난 해안초는 특색있는 친환경 교육을 지향한다.

'자연과 함께 꿈을 키우는 사랑의 학교'라는 교육지표를 내걸고 전 학년에 주 1시간의 '환경교육'을 매주 금요일 실시한다.

곶자왈, 기후변화 등 매번 특정 주제와 관련한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생태체험 학습장을 통한 환경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교 뒤편에 위치한 텃밭에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키우는 옥수수, 상추, 치커리, 고구마, 가지 등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키운 채소들을 보며 곡식의 소중함과 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을 배운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채소들도 더불어 잘 먹게 되는 등 식생활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 해안초등학교 동물농장의 동물가족.
한편 학교 운동장 한 켠에는 토끼와 칠면조, 실크오골계, 백자보, 원앙, 문조, 잉꼬, 뿔닭 등이 먹이를 먹거나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텃밭 옆에 있던 동물농장을 학생들이 드나들며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운동장 옆으로 옮긴 것이다.

해안초는 지난해 입학한 1학년 학생 22명 전원에게 토끼 한 마리씩 분양해 준 것을 비롯해 2~6학년 희망자에 한해 비둘기와 토끼를 분양했다. 

물론 정성껏 보살펴야 한다는 전제를 단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생들은 동물들을 보살피고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학교 뒤편 텃밭에 거름으로 주는 방법을 익힌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이어지는 참된 순환의 의미를 몸소 깨닫는다.

▲ 학생들의 발표수업 모습.
△질 높은 수업 '만족'

학부모들이 해안초의 교과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교육을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넣음으로써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해안초는 한자, 미술, 바이올린, 기타, 중국어 전문강사를 초빙,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자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국어 어휘력을 키우고 2시간 동안 격주로 이뤄지는 전문 강사에 의한 미술시간은 학생들의 미술 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특히 바이올린, 기타 수업은 학생들에게 음악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나눔의 기쁨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노인요양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나눔 음악회'를 열며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뽐내기도 한다.

재능기부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아이들은 나눔 음악회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해안초 학부모 변정민씨(44)는 "밖에서 따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학교에서 좋은 강사를 초빙해 다양한 수업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줘 정말 좋다"며 "크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학교 규모 속에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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