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잠녀] 5부 ‘잠녀’에서 미래를 읽다 -잠녀 세계화 속도

▲ 대학생이던 지난 2002년부터 제주 잠녀의 사진을 촬영. 지난해 ‘좀녜, 그 10년의 기록’사진전을 열었던 김흥구 작가가 사각 프레임에 담아낸 노 잠녀의 모습.

도, 세계화 TF팀 조직…신청서 작성·도 단위 잠녀조직 발족 등 추진
역량 집결 등 지역적 지지 절실, 워킹그룹 활성화·WCC연계 등 주문

늦어도 올 연말까지 도 단위 잠녀 조직이 만들어진다. 2014년 제주 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주 잠녀·잠녀 문화 세계화 목표와 정체성 수립 문제에 일종의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향후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제주잠녀 독특함 가능성 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잠녀·문화 세계화 5개년(2011~2015)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문화재청은 올 초 '제주 잠녀'를 대한민국무형문화유산국가목록(이하 국가목록)에 포함시켰다. 중요무형문화재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 국가지정무형 문화유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이들 흐름과 함께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위한 협의가 계속해 진행됐다.

이르면 2014년 유네스코 등재가 가능하다는 전망은 문화재청에서 나왔다. 문화재청은 현재 진행 중인 아리랑과 김치의 등재 작업을 우선 마무리한 뒤 다른 국가목록들에 대한 작업을 동일 선상에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외교·정치적 배경으로 우선순위가 된 아리랑 등과 달리 다른 국가목록들의 경우 역사·문화·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판단한 후 준비 여부에 따라 유네스코 등재 순위를 매기겠다는 복안이다.

'제주 잠녀·잠녀문화' 특유의 문화적 가치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국내 타 지역은 물론 해외 어디서도 유사점을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중심의 해양 문화'에 대한 기대감은 비교적 후한 편이다.

이들 분위기에 맞춰 제주도는 실무진을 주축으로 지난달 세계화TF팀을 구성했다. TF팀을 중심으로 제주잠녀·잠녀문화를 소개하는 영상물과 함께 등재 신청서 등이 작성되게 된다.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세계화TF팀은 특히 늦어도 올 연말까지 도 단위 잠녀 조직을 발족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그 의미는 특별하다. 현재 잠수회 형태의 잠녀조직은 어촌계 하부 조직 형태인데다 성산 잠수회 연합모임을 제외하고는 소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잠녀문화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의 영향력을 미치는데 시간차가 발생하는 등 손발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어왔다.

도는 우선 지구 단위별로 잠녀회 연합 모임을 유도하고 이를 연계한 조직을 만들어 유네스코 등재의 중추적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사실상 도 단위 잠녀조직이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타 국가목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지난 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전남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숨비소리 : 제주 해녀의 삶’특별전 전시 모습.
# 제주도 단위 역량 집결 필요

이들 사업 진행은 그러나 '역량 집결'이라는 선결 과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수년에 걸쳐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전승·보존 필요성이 강조돼 왔고 벌써 햇수로 7년째 '제주잠녀'기획이 이어질 만큼 가치 평가를 위한 다양한 실마리가 제공됐다.

2009년 해녀문화 보존 및 지원 조례 탄생과 지난해 제주도의 잠녀·잠녀문화 세계화 천명, 제주해녀문화보존 및 전승위원회 발족 등 일련의 과정들은 그러나 하나의 움직임으로 응집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TF팀이 구성됐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관련 업무에 집중하기에는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일련의 사업 중심에 해녀박물관이 놓여있지만 현재 조직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잠녀문화 세계화를 내건 '해녀문화센터' 건립 추진 사업과 '해녀문화 생태박물관' 조성, 해녀박물관과 제주 잠녀 관련 홍보 업무가 집중되면서 사업 순위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 단위 잠녀 조직 구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제주해녀문화보존 및 전승위원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매번 같은 질문과 답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다.

한 전승위원은 "더 이상 할 얘기도 들을 말도 없다"는 말로 기자와의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전승위원회에서 제시된 의견이 중요하고 또 제주도가 구상하고 있는 작업들에 있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아직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문제다.

지난해 단 1차례 운영 후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인 '워킹 그룹'의 활성화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명단이라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성격 규정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앞선다.

워킹그룹이란 이름 아래 도와 행정시 해양정책·문화정책 관련 실무 담당과 어촌계, 도의회 자문위원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지금은 역할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 공감대 형성에 공 들여야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작업 본격화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현재처럼 일부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제주잠녀에 대한 도외는 물론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면서 실상은 겉모습만 보이는데 그치는 상황은 이제 무의미하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해녀문화센터나 해녀생태박물관 사업은 아직 도민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콘텐츠 역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열악하고 밑그림 자체가 허술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는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WCC·6~15일)에 맞춰 진행되는 2012 탐라대전(13~19일)과 해녀축제(8~9일)가 별도 진행되는데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도 필요하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세계적 공감대를 유도하는데 이번 WCC는 중요한 기회다. 해녀축제 규모화를 위한 전국 단위 제안서 공모가 추진되는 등 일련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필요충분한 만큼 내실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문화'이벤트를 연계한 방안은 그만큼 참여도가 놓고 두 행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율에 대한 주문이 있어왔지만 어떠한 연결고리 없이 별개의 행사로 진행된다는 점은 아쉽기 그지없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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