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말산업이 미래를 연다] 1. 한국경마축산고

국내 1호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폐교 직전에서 특성화고로 변신 성공
졸업생 75% 말관련 전문직종 취업

정부의 말산업육성법 제정 등으로 말산업은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차 산업을 선도할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말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장미빛 전망 때문에 말산업 관련 직종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말산업 전문직이 주목받는 것은 폭발적인 산업성장에 비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향후 말산업 전문직종의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말산업 전문직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말산업 전문인력의 산실인 한국경마축산고를 찾았다.

▲ 전국 유일의 마필관리 공립 특성화고인 한국경마축산고 전경.
△국내 1호 말산업 전문인력 교육기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http://www.horseman.hr.kr, 이하 경축고).

경축고는 전국 유일의 마필관리 공립 특성화 고등학교로, 세계 최고의 명마를 육성하기 위한 '호스맨'을 양성하고 있다.

경축고는 교명만 봐도 말산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성화고 1세대인 경축고는 2001년부터 10년 넘게 말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이 학교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말산업 관련 직종 취업하고 있다.

경축고를 졸업한 많은 말전문인력들은 경마장, 목장, 승마장 등에 근무하면서 한국 말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대학진학 등을 제외하고 졸업생의 75%가 말관련 직종에 취업하면서, 매년 전국에서 '호스맨'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경축고를 찾고 있다.

이같은 경축고의 명성 뒤에는 폐교 직전까지 갔던 아픈 역사도 함께 한다. 경축고는 지난 1969년 운봉축산고등학교로 인가받아 다음해에 개교했고, 30여년간 호남지역 축산관련 인재를 배출해 왔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가 빨라지면서 축산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기피하는 학교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2000년을 전후해 당시 운봉축산고는 신입생 구하기도 힘들어 존폐 기로에 몰리면서 폐교 직전까지 갔다.

이 때 몇몇 교사들이 일본의 축산고를 방문하게 됐고, 당시 일본에서는 시대변화에 따라 축산고는 정리되면서 말 관련 학교들로 전환하는 추세였다.

이들 교사들은 귀국 후 학교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승마 등 말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01년 마필관리 특성화 고등학교로 변신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3년 현재의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로 개칭했고,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 교사 등 경축고 구성원들은 국내 1호 말전문인력 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말과 함께 하는 '동거동락'

경축고가 있기 전까지 마필관리 인력양성은 대부분 경마장이나 승마장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일을 배우는 도제식이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던 상황에서 경축고는 마필관리 특성화고로 전환, 10여년에 거친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 전국에서도 유명한 명문고로 성장했다.

경축고 학생들은 말의 탄생부터 훈련, 경주, 관리 등 마필관리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전교생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무료로 운영되는 경축고 학생들의 하루일과를 보면 오전 6시에 기상해 오후 10시까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수업이 없는 주말이나 방학에도 학생들은 조를 나눠 말을 직접 관리하는 등 일년 내내 말과 함께 생활한다.

수업은 철저하게 실기와 현장 위주로 진행되며, 전체 학생 68명 중 18명이나 되는 여학생들도 예외는 없다.

관련 규정상 영어, 수학 등 일반과목을 배우지마, 나머지 시간은 말과 함께 생활한다.

실직적인 현장능력을 기르기 위해 탄탄한 이론과 실질적인 실습위주의 말관리, 기본 마술, 육성마 조교훈려, 자마 생산, 재활승마 등 말 분야의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말 관련 기관들을 통해 말 전문인력 양성 해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어민 교사들이 가르치는 말직업전문영어교육을 운영한다.

또 산학연계교육으로 한국마사회 경주마목장과 경마장, 삼성 등 국내 대기업 승마장 등에서 씨수말·씨암알 관리체험 학습, 경주마관리체험학습, 승용마관리체험학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경축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효정양은 "여성 기수가 되고 싶어 경축고에 입학했고, 부모님들도 적극 추천했다"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말을 돌보고 수업을 받고 하루종일 바쁘고 힘들지만 선후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재미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박형준군(3학년)도 "미래에 경마장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다"며 "기수가 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지만, 3년간 학교에서 배워 온 지식과 경험을 통해 훌륭한 기수가 반드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질 갖춘 말산업 리더를 키우겠다"
방태혁 한국경마축산고 교장

▲ 방태혁 한국경마축산고 교장
"국내 1호 말전문 인력양성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세계 최고의 말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방태혁 한국경마축산고 교장은 "한국경마축산고는 경마산업 기반 구축과 경주마 조교기술 향상을 통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호스맨 양성을 학교 기본운영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실습위주의 교육과정은 물론 학생들이 참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교육방침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 교장은 또 "경축고 학생들은 말 관련 전문교육 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 지리산 종주, 1인 1악기 배우기, 락밴드 공연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한다"며 "또한 말산업 리더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말 선진국에서의 해외연수를 통해 다양한 선진기술 등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방 교장은 "매년 75%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말산업 인력양성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경우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까지는 말산업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지만, 전국적으로 말관련 인력양성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어 향후 인력 수요보다 공급인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 교장은 "말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말 관련 교육기관을 육성해 수요와 공급을 맞춰 나가야 할 것"이라며 "또한 말관련 직업인 경우 단순히 말을 타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말을 돌보고 관리해야 힘든 일로, 많은 각오와 자부심을 갖고 선택해야 하는 직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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