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고 행복을 꿈꾸는 사회적기업] 3.서울 동천모자

▲ 동천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모자를 제조하면서 '최고제품 생산과 불량률 제로' 전략으로 세계유명브랜드에 납품하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회적기업 ‘동천’의 전경./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사회적기업 한계 극복 일반기업과 경쟁서 국내모자 1등 기업 우뚝
생산성 보다 최고품질로 승부…세계 유명브랜드에 자체개발 주문판매
 
우리가 흔히 쓰고 다니는 모자는 17개의 정밀한 공정을 거쳐야 완제품으로 태어난다. 모자마다 디자인과 색상·재질이 다르고, 브랜드별로 특색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디자인부터, 재단, 봉제, 검수까지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비장애인들도 버거워하는 일을 '동천(구 동천모자)'은 발달중증장애인에게 맡기고 있고, 그들은 거뜬히 해내고 있다. 최고품질에 불량률 제로로 통하는 '동천'은 장애인들도 세계최고의 모자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최고품질 모자 생산 불량품 '제로'  
 
2010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적기업인 '동천'을 방문했을 당시 발달중증장애인인 한 근로자가 모자검수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직원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모자를 불합격 처리했고, 이 대통령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되묻자, 직원은 "여기 색이 조금 달라요"라며 모자의 한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직원이 가리킨 곳은 비장애인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색상이 달랐다.
 
사회적기업 '동천'이 어떻게 국내 1등 모자기업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동천'은 사회복지법인 동천학원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모자 제조업체다. 
 
▲ 동천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모자를 제조하면서 '최고제품 생산과 불량률 제로' 전략으로 세계유명브랜드에 납품하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동천학원은 장애인재활학교인 동천학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재봉교육을 실시했지만 그 어느 기업에서도 이들을 받아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기업을 창업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을 구상하다 모자 선택해 2002년 '동천'이 탄생됐고, 2007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동천'의 설립목적은 △장애인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한 일자리 제공 △ 장애인 사회적 가치 향상 및 체계적 서비스 제공 △장애인 사회통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도모 등이다.
 
'동천'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전체직원 70명 가운데 47명을 발달중증장애인으로 고용했다. 마케팅과 판촉 그리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디자인의 경우 비장애인들이 맡고 있고, 모자생산의 거의 모든 공정은 발달장애인들이 자기역할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천'의 생산라인은 다른 일반업체보다 생산속도는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제품의 정교함을 자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갖고 있는 성실함과 끈질김이 모자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동천'이 생산한 모자가 최고품질로 인정을 받으면서 뉴발란스, 헤드(HEAD), EXR, ellesse, 컨버스 등 세계적인 유명브랜드에 ODM(제조업자 개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거래회사의 시안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디자인과 스타일로 모자를 개발해 등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와 공군 등 공공기관도 주요 거래처이며, 장애인생산제품이 아닌 당당한 품질로 승부해 판매망을 구축했다.
 
▲ 동천이 생산한 제품들.
△당당함으로 승부 국내 모자산업 선도
 
'동천'이 장애인고용기업을 넘어 우리나라 일류의 모자기업으로 성장한 큰 원동력은 '모자를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닌 조금 늦더라도 최고품질의 모자를 창작하느냐'다.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보다 빠르게 생산할 수 없지만 17가지의 공정에 있어 최대한 꼼꼼히, 책임감 있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능한 디자이너 3명을 영입해 모자유행을 선도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달라지는 모자스타일과 제조법 등을 가르치면서 유명브랜드에서도 탐내는 모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동천'은 승승장구를 하며 2009년 매출 19억6400만원, 2010년 28억8500만원, 지난해 27억8700만원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동천'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하고 있다. 
 
우선 유명브랜드의 납품방식의 경우 노력에 비해 마진이 적어 자체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당장은 힘들고 한번의 실패도 겪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도전해야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동천'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모자사업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해 매출이 들쑥날쑥하고, 고용 또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동천'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2008년부터 카트리지 재생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동천'은 장애인이 만든 최고의 제품이라는 당당함으로 국내모자산업을 서도하고 있고, 올해 매출 31억원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이 매출은 모두 장애인근로자들의 자활과 복지 그리고 또 다른 장애인 고용을 위해 투자된다. 기업은 수익을 챙기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동천'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하고, 모범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장애인 교육과 기회를 주면 훌륭한 인재들"
●인터뷰/성선경 동천 대표

▲ 성선경 대표
"동천은 중증장애인이 기업주체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직원 스스로 팀장과 팀원으로써  업무를 수행하도록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냅니다"

성선경 '동천' 대표는 중증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제공한 것이 성공비결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 대표는 "장애인재활학교인 동천학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재봉기술을 가르쳤지만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하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적응하지 못했다"며 "우연히 모자공장에 방문했다가 중증장애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어 '동천'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장애인근로자들이 서툴러 불량품도 많았고, 계속된 적자누적으로 문을 닫을 위기도 있었다"며 "가격경쟁에서는 중국제품과 상대가 되지 않아 고급모자를 생산해 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제품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유명브랜드의 주문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성 대표는 "최고의 모자를 생산하려면 근로자의 능력도 갖춰져야 한다. 각각의 공정마다 장애인 팀장이 있어 이들 스스로가 조직을 운영하고, 문제점을 해결토록 했다"며 "이후 디자이너가 새로운 모자시안을 개발하면 완벽하게 제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장애인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다"며 "휴일에 볼링, 등산, 수영 등 여가활동을 지원해 사회적응력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대표는 "우리가 만든 제품이 세계최고임을 자신하고, 그만큼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서 세계유명브랜드들이 우리가 개발한 모자를 납품받고 있다"며 "하지만 독자브랜드를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해 앞으로 '동천'의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 대표는 "제주지역도 갈옷 등 향토적 매력을 가미한 제조업 분야에서 장애인고용형의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며 "사업구상만 확고하다면 2~3년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성장시킨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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