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이 미래를 연다] <2>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도내 유일의 말산업 전문인력 교육과정 운영
실내·외교육마장 등 다양한 인프라시설 구축
정부의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준비

 말의 고장 제주가 정부의 말산업육성법 제정 등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말산업 메카가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 '제주 말산업 종합진흥계획'을 확정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제주지역의 말산업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고, 그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제주의 말산업 발전의 기본이 되는 말산업 전문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제주지역의 말산업전문인력 양성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도내 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말관련 전공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교장 홍택용)를 찾았다.

△미래의 제주 말산업, 우리가 이끈다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www.sis.hs.kr, 이하 서귀포산과고). 학교에서 차량으로 약 5분정도 떨어진 35만4000㎡(10만여평)여 규모의 서귀포산과고 마목장에는 미래의 제주 말산업을 이끌 예비전문가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필관리 전공코스를 이수 중인 10여명의 학생들은 마방에서 승마 교육준비를 위해 더위를 잊은 채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탈 말에 직접 안장을 얹는 등 꼼꼼하게 기승 준비를 마무리한 학생들은 하나둘씩 말고삐를 손에 단단히 쥔 채 인근에 새롭게 건립된 실내교육마장으로 이동했다.

이어 실내교육마장에 들어선 후 학생들과 전문강사들은 우선 말을 타기 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단계인 원형운동을 시작했다.

2100㎡규모의 실내교육마장에는 타원형 주로가 설치되어 있어, 기상악화시에도 승마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최신의 설비가 갖춰져 있다.

원형운동을 통해 말의 상태를 확인한 학생들 가운데 승마 초급과정을 배우는 학생부터 제주마를 타고 승마를 시작했다.

또 고급과정을 이수하는 고학년 학생들은 자신들의 키보다 더 큰 더러브렛에 올라 천천히 주로를 돌다가, 점점 속도를 높이면서 말과 하나가 돼 신나게 달렸다.

이들 학생들이 말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전문강사들은 학생들과 연결된 무선교신으로, 말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하는 등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 서귀포산과고 학생들과 전문강사들이 실내 교육마장에서 말을 타기 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원형운동을 마무리한 후 주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등 승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승남 기자

승마교육을 마친 한승용군(3학년)은 "빠른 속도로 말을 타고 달릴 때 기분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학교에서 승마는 물론 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모두 배웠다"고 말했다.

이미 마필관리사로 도내 승마장에 취직이 확정된 한군은 "제주 말산업의 미래가 밝을 것 같아, 서귀포산관고에 들어와 마필관리 교육을 받았다"며 "앞으로 말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아 조교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마필관리 전공코스를 선택한 차재호군(2학년)은 "중학교때 진로상담을 받다가 담임선생님이 말산업의 비전이 밝다며 서귀포산관고를 추천해 줘 입학했다"며 "처음에는 말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말과 장난도 치는 등 친구처럼 좋다"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차군은 또 "말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타는 것 뿐만 아니라 먹이도 주고, 씻겨 주고, 함께 훈련도 해야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앞으로 말조련사는 물론 조교사도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산관고 마필관리 전공을 담당하는 강승욱 교사는 "제주 말산업을 이끌어갈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서귀포산과고가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최종적으로 지정될 경우 서귀포산과고는 더욱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말산업 인적인프라 구축 나선다

76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귀포산과고는 지난 1936년 제주공립농업실수학교로 개교했고, 1951년 서귀농림고등학교로 승격했다. 이어 1969년 서귀농업고등학교로 개명한 후 1972년 현재의 상효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9년 현 서귀포산과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10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서귀포산과고는 현재 자영생명산업과, 자동차과, 컴퓨터과, 인테리어과 등 4개과를 운영중이다. 이중 자영생명산업과에 마필관리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지난해 처음 마필관리전공을 도입하는 등 도내 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말산업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서귀포산관고는 마필관리전공코스 운영을 통해 말조련사, 마필관리사, 승마지도사, 기수 등 다양한 말산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 시설로는 현재 전천후 실내교육마장을 운영 중이며, 야외교육마장 건립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제주마, 한라산마, 더러브렛 등 22마리의 마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산업 전문교육을 위해 생활체육 승마지도자 등 승마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2명의 교직원과 제주경마장에 근문 중인 조교사, 현장실무 위주의 말산업 교육을 위해 한국마사회 말조련·승마 교관 등 전문강사 3명이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서귀포산과고는 또 높은 수준의 말산업 인력양성을 위해 마필관리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비 등을 지원받아 지난해 말산업 선진국가인 뉴질랜드에서 한달간 해외연수를 실시했고, 올해에는 일본 북해도에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또 서귀포산과고는 자영생명산업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간 전 학생의 수업료 전액을 면제하는 것은 물론 급식비 지원, 기숙사 무료, 한국마사회 농촌희망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말산업 관련 양질의 일자리 창출해야"
●인터뷰/홍택용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장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졸업자들에 대해 취업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홍택용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장은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졸업자들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많은 기대를 갖고 현장에 나간다"며 "하지만 현실은 많지 않은 임금과 힘든 근무조건 등으로 말산업 현장에 취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음에 따라 정부와 한국마사회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홍 교장은 또 "말산업은 1차 산업 분야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러나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말산업 관련 전문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교장은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자격을 갖춘 교사 양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용중인 교재가 있지만, 각 기관마다 교재 내용과 용어가 달라 체계적인 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통일된 기준의 교재 발간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홍 교장은 "최근 서귀포산과고를 말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할 특성화고로 체제개편을 추진했지만, 학교 내부사정 등으로 보류된 매우 아쉽다"며 "또한 말산업 전문교육을 실시할 고등학교가 도내에 없다는 점은 제주의 말산업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와 도교육청 차원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장은 또 "서귀포산과고는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 외에도 도내 승마산업의 발전을 위해 실내·외 교육마장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지역내 부족한 승마인프라 대체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또한 한국마사회 등과 연계해 앞으로 재활승마 전문인력을 육성해 서귀포시 재활의료센터와 연계한 의료관광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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