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88) 여름 검질

▲ 간잘귀(개똥참외)
이제사 놀리는 밧도 하곡 제초제도 좋아젼, 농바니덜도 펜안게 살암주마는 엿날이사 무사 경여서. 한여름이 뒈영 조컴질 차뒁 꼼 한걸게 살아지카부덴 당보문, 콩검질광 산뒤검질이 서너 밧 남안 신거라. 쉐라도 보레 강 오당 밧디 들엉 보문 밧 하나가 검질로 넘쳐낭, 곡석은 어디사 신디 누렁케 볼 침 읏어불문, 용시는 사름이 이게 무신 꼴공, 놈 앞의 욕들어지카부덴 금착영 집의 왕 놉 빌어보젠 문 어디 셔?  수 읏이 광 아 동원 수배끼.

 # 여름방학은 검질 방학

7월 말부터 방학에 들어가문 그 때가 여름 검질 한방통이주. 자, 집의서 딱 검질 메레 가는디 동공아이렌 영 아니 가지도 못곡, 라 강 아기라도 아사주. 어떤 땐 말 잘 들으렌 달래영 보리  되 주문, 가당 웨나 수박광 바꾸왕 검질 메당 씨원이 먹곡, 그것도 주 문 버릇난덴 가당오당 두 번이주기. 오죽여사 ‘ 에 게역 싀번 베기 싀 번 여 먹으문 집안 망댄’ 는 속담이 셔시커냐.

헤벤읜 조를 하영 갈곡 웃드르엔 콩이나 산뒬 가는디, 걸엉댕기젠 문 어떵사 밧은 먼디, 새벡 조반영 먹엉 산도록  때 걸어사 재게 강 꼼이라도 일을 더 엿주기. 비도 하도 하영 와 놓으문 댕기는 디마다 풀이 덤방곡, 밧딘 잘 뒈렌  곡석은 아니 뒈곡 어떵사 검질은 짓는디, 기가 막힐 노릇이엔 난.

 # 물 질레 가문, 베염이 일로 밋죽 절로 밋죽

물이 멀리 신 밧디 갈 땐 대배기에 물 질엉 갓주마는 가차운 디 시문 그냥 강 질어당 먹엇주. 집읜 물도 다 져온 거난, 그걸 덜레지 말젠 이주. 물펭 들렁 어디 내창에나 가젠 문, 그 땐 어떵사 경 베염이 한지 잘못당 물리카부덴 추막추막 놀래멍 댕겻주. 경여부난 것도 소나이 미추엔 아을 시켱 물 질어오렌  것 닮아. 긴 검질은 지집아의보단 못 메는 거난.

내창더레 가당 보문 질 이서 돗줄레나 물페기가 스르륵 나왕, 세 멜록멜록 여가문 머리털이 왕상영 돌아가지도 못곡 동안 지체엿주. 경여도 착 말 듯젠 연 멜순도 봐지문 꺾으곡, 칡잎도 앙 왓주. 정심 먹을 땐 질어온 물을 사발에 퐁퐁 비와 놩, 뒌장 풀엉 휘휘 젓엉 식은 보리밥  덩어리 끊어놩, 닥닥 앙  사발 드르씨문 끝이주. 밧듸 갈 땐 게역이 질이라. 물 기리우문 물에 두어 숟가락 거려놩 활활 젓엉 후루룩 들이씨곡, 배고플 리가 뒈문 식은 밥에 버무령도 먹곡, 밥 으시문 그냥 물 놩 뒈게 버무령도 먹곡.

 # 산뒤 밧듼 제와니, 콩 밧듼 천상쿨

제와니엔  건,  숨바라운 검질이주. 땅이나 늘지 아니문 디마다 뿔리가 붙어 놓으난 톡톡 아져불멍 웃턴 검질이라. 다진 거 그냥 내불문  어이에 돋아낭 방석만이 퍼져부난 제와니방석이렌  말도 신거주. 줄기가 뻘겅곡 뿔리도 뻘겅문 늣붉은제와니엔 곡. 그게 하놓으문 그것에 쒜왕 산뒤가 누렇게 율어가매. 또 웃턴거 나인 쉐터럭이주. 비나 하영 오곡 여 놓으문 볼침읏이 박삭게 낭, 손이 가기도 뭐고 겡이로 박박 근기나 주.

번여난 밧듸 콩이나 갈앙 잘못문 천상쿨로 헹편이 읏어. 미릿에 아니 메영 꼼 싯당 강 보문 밧 하나가 천상쿨로 득주기. 뿔리가 짚이 박아져 놓으문 앚앙은 못 메영 일어상 팍팍 푸꺼사 메어지는 거난. 경난 일이엔  건 지때에 여사 주기. 속도 미리 단도리 안문 뿔리 뻗으멍 어국나국읏이 퍼지난, 밧갈 때 메영 돌 우터레 지쳐부러사주.

 # 간잘귀나 푸께기 나오문 지꺼정

 

▲ 고낭귀(닭의장풀)
검질 중에 잘 르지 아니영 들리는 건, 아명여도 고낭귀광 쒜비눔이주. 이것덜은 메영 잣더레 지쳐불어도 그디서도 사는  징징 것덜이주. 검질이엔  건 가짓수도 하곡 질기기도 여. 경여도 그 한한 밧듸 것덜을 두불시불 메멍 농 짓언 살아시난.  징징 세월이엇주. 검질 잘 메영 산뒤가 보록보록 고고리가 피엉 코시롱 나룩 내우살이 필 때라사 농바니가 보람을 앗주.

경나 졍나 검질 메는 아의덜신디 질 반가운 건 간잘귀광 푸께라. 콩검질 메당 보문 간잘귀가 드러 줄 뻗으멍 지락지락 앙 노랑케 익은 때나 앵기문, 더 이상 를 말이 읏주. 싀상에 그보단 맛존 것이 시카. 하나 탕 옷에 복복 씰어뒁 입에 놓앙 씹으문 톡 터지멍 입안 득 코시롱 엿주. 또 푸께긴 어떵. 퍼렁 거죽이 노랑멍 시들듯 때 구실 닮은 똥글락 물, 입안에서 톡 터지문 또 코시롱….

글·사진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제공

농바니 : 농부. 농사꾼

산뒤 : 밭벼. 한도(旱稻)

용시 : 농사

놉 : 일꾼. 일을 하여 줄 사람

한방통 : 무슨 일이 절정에 이르렀거나 한창 때를 이르는 말

동공아 :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귀한 아들. 보통 외아들을 가리킴

게역 : 보리를 볶아 갈아 만든 제주 특유의 미숫가루

헤벤 : 해변. 주로 바닷가의 마을이나 어촌을 가리키는 말

대배기 : 허벅처럼 생겼으니 작은 것으로 아이들이 물을 길 때 쓰는 질그릇

돗줄레 : 율모기. 온몸에 큼직큼직한 검은 얼룩점이 있는 뱀

물페기 : 살무사. 독사

멜순 : 선밀나물의 순. 일부 지방에서는 청미래덩굴 순도 멜순이라 함

제와니 : 바랭이

숨바랍다 : 일은 자잘하고 많은데, 힘써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아 지루하고 짜증스럽다

늘다 : 메마른 땅이 해갈되어 알맞은 수분이 유지되다

우터다 : 일 따위가 쉽게 처리할 수 없이 까다롭다. 사람이 성깔이 보통이 아니다

쉐터럭 : 방동사니

천상쿨 : 망초나 개망초

속 : 쑥. → 숙

어국나국읏이 : 비거나 거르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가는 꼴. 끊임없이 이어져나가는 꼴

고낭귀 : 닭의장풀. 달개비. *고내할미. 고냉이양에

쒜비눔 : 쇠비름

간잘귀 : 개똥참외. * 갈재기. 갈장귀

푸께 : 꽈리 * 푸께기. 푼절귀. 풀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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