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32.남송이오름
산방산과 최남단 마라도 시원한 경관
곶자왈 속에 우뚝…탐방 1시간 충분


남송이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산33번지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한경-안덕곶자왈의 한 축인 월림-신평용암류를 분출한 도너리오름에 인접해 있어 마치 곶자왈의 바다 속에 떠 있는 듯 우뚝 솟은 모습이다.
남송이오름은 북서쪽으로 터진 대형 말굽형 분화구를 주축으로 북측 능선 허리에 형성된 원형분화구와, 그 북쪽에 '소로기촐리'라는 이름의 알오름으로 구성된 복합화산체로 비교적 높은 오름이다. 비고가 139m로 368개 오름 가운데 35번째로 높고 면적은 36만6531㎡로 108번째다. 둘레는 2513m, 저경은 876m다.
'남소로기'라고도 부르는 어원에 대해선 옛날 오름 남쪽 비탈에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하여 붙였다는 남송악(南松岳), 오름의 지형지세가 날개 편 소로기(솔개)를 닮은 데서 비롯됐다는 설 등이 있다. 북쪽 알오름은 제주어의 꼬리를 의미하는 '촐리'를 붙여 소로기촐리라 하고 남쪽의 본체는 그것과 구분, 남소로기로 명명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남송이오름은 신제주로터리에서 30㎞다. 평화로 24.4㎞ 지점 동광1교차로에서 오른쪽 신화역사공원 방면으로 빠져 동광육거리까지 1.6㎞ 진행한 뒤 구억리 방면(서쪽)으로 3.5㎞ 가면 남송이오름 입구(탐방로지도 K)다. 오름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시멘트포장 길을 따라 500m 올라간 지점에 주차장(〃A)이자 탐방로 입구가 있다.
탐방로를 오르기 시작하면 금방 하단부 갈림길(〃B)이다. 어려운 구간을 먼저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탐방의 제 맛을 느끼기 위해서도 직진이 낫다. 서쪽 자락에서 시작,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타이어매트와 목재계단을 적절히 섞어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나무들 사이로 주변의 오름과 남쪽 자락에 조성된 녹차밭이 보인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크기의 괴암들이 산재해 있다. 종종 방목중인 마소와 조우하기도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워워"하면 비켜준다.
정상(표고 339m·〃C)까지는 15분 정도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북서와 북쪽은 나무 사이로 얼핏 얼핏 하지만 북동쪽부터 서쪽까지 거의 270도에 가까운 시야가 열려 있다. 북동쪽의 도너리오름·정물오름, 멀리 한라산과 동쪽의 무악·대병악·소병악·골른오름, 남쪽 군산·월라봉·넙게오름에 이어 산방산이 위용을 자랑한다. 산방산 왼쪽으로 송악산·단산·모슬봉·가시오름이 계속되고 그 뒤로 가파도·마라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듯 정겨운 풍광 속에 아픈 물음표가 있다. 바로 남송이오름 남쪽 자락과 길 하나를 두고 400만㎡에 달하는 면적에 조성되고 있는 역사신화공원이다. 제주의 미래를 위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는 하나 잘려나간 '생명의 숲,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시리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나마 투자유치에 실패, 짙고 푸르던 숲을 밀어낸 자리엔 진회색 도로뿐이다.
전망대 북쪽 3분 거리에 정상부 갈림길(〃D)이 있다. 직진하면 원형분화구의 서쪽 능선을,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깥쪽으로 돌게 된다. 원형 분화구 사면을 타고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분화구가 있음을 짐작할 뿐 깊이를 가늠키가 어렵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10분 정도면 원형분화구 입구(E)에 도달하게 된다. 분화구 속까지 목재계단이 설치돼 있다. 세어보니 111개, 금방 내려간다.
입구가 낮은 쪽을 개설돼서 그렇지 꽤나 깊은 분화구다. 바깥 둘레가 800m인데 깊이가 50m나 된다. 들어온 북쪽을 제외하곤 성벽처럼 분화구의 벽이 높다. 분화구 바닥을 돌아가며 돌담이 정리돼 있고 대나무 군락도 보인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분화구 안은 깊어서 그런지 포근하며 조용한 느낌이다. 널따란 평상도 2개가 설치돼 있다. 특히 분화구내의 나무들 대부분이 '삼림욕'에 그만이라는 편백나무다. 해먹을 이들 사이에 걸어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분화구를 나오면 바로 앞(북쪽)에 알오름인 소로기촐리(〃I)다. 알오름 왼쪽으로 직진이 아니라 말굽형분화구 쪽으로 좌회전해야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오름 자락을 타고 약 10분을 걸어가면 개활지가 나온다. 개활지 직전 숲속에도 인간의 흔적인 돌담이 보인다.
개활지에선 정상에서 시원하게 보지 못했던 문도지오름과 저지오름 등 북쪽과 북서쪽 오름군들이 한경-안덕곶자왈의 바다 건너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다시 10분을 걸어가면 하단부 갈림길(〃B)과 마주한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1시간가량 소요됐다.
원형분화구와 알오름은 화구의 이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남송이오름을 탄생시킨 말굽형 분화구가 터진 뒤 화구가 북쪽으로 이동, 두 번째 분출로 아담한 원형 화구를 만들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조용한 분출'로 분화구가 없는 알오름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남송이오름은 3만년 전에 분출한 도너리오름 이전"이라며 "정상부의 괴암과 분화구 등은 격렬한 폭발과 화구이동의 증거"라고 말했다.
남송이오름은 해송·상수리나무·삼나무 등 조림지가 많고 분화구 주변엔 가막살·돈·쥐똥·윤노리나무와 큰천남성·산수국·이삭여뀌·무릇 등이 분포하고 있다. 사면에는 해송림 하층부에 쥐꼬리망초·산박하·돌토끼고사리·파리풀·왜모시풀·별고사리·복분자딸기 등 노방식물이, 정상부에는 상동나무·가는쇠고사리·모람·딱지꽃·짚신나물·찔레나무·덩굴곽향·산박하·왜박주가리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노출된 바위들이 많은 정상부는 상산군락 등 사면과는 다른 식물상을 보이고 있다"며 "방목의 영향으로 노방식물 및 귀화식물의 분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중요한 '아아용암류' 오름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도내 오름은 대부분, 정확하진 않지만 90% 이상이 파호에호에(pahoehoe) 용암류 지대인 상황에서 남송이오름은 전형적인 아아용암류 지대의 크링커(clinker)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호에호에와 아아는 현무암질 용암류를 크게 2종류로 나누는 지질학적 용어로, 하와이 원주민 언어에서 빌렸다. 파호에호에용암는 점성이 낮아서 넓게 흐르며 표면이 매끈한 특징이 있는 반면 아아용암은 비교적 점성이 높아 멀리 흐르지 못하며 표면이 거친 용암지대를 만든다. 강 소장은 "크링커는 용암류를 마치 불도저가 밀어 송이와 같은 붉은색의 용암파편들이 자갈과 함께 쌓여있는 형태를 말한다"며 "남송이오름 하류에 녹차밭이 발달할 수 있는 것도 아아용암류의 크링커층인 화산성 자갈 덕에 배수가 잘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 최근 조사를 통해 남송이오름 주변 곶자왈은 도너리오름에서 유출된 파호에호에용암류와 남송이오름에서 유출된 아아용암류 2종류로 구성된 것을 확인했다"며 "순서는 남송이의 아아용암 위를 도너리오름의 용암류가 넓게 덮은 양상"이라고 밝혔다. 강 소장은 이어 "직접 조사한 결과 동백동산이 있는 선흘곶의 경우 곶자왈인데도 불구하고 아아용암이 아니고 100% 파호에호에용암이었다"면서 '아아용암=곶자왈용암' 등식이 잘못됐음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하와이와 비슷한 화산지대인 제주에서 곶자왈을 연구가 시작되며 파호에호에는 빌레용암, 아아는 곶자왈용암으로 학계는 물론 일반에도 널리 통용됐다"고 전제, "실제적으로 파호에호에는 빌레용암이라고 해도 되지만 아아용암과 곶자왈용암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이에 따라 "화산지질학적 오류를 바로잡아 곶자왈의 정의를 새롭게,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철웅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