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힘, 공공미술] 1. 김포 꿈꾸는 염하강·펼쳐진 평화누리길

제주와 함께 3년 연속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
홍도평 생태스토리·대명항 이은 평화 테마 눈길
개별 사업 아닌 하나의 그림…지역 밀착력 과제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가꿔 마을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그렇게 출발했다. '공공미술'에 대한 개념마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을미술'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작가 발굴·육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복합적 성격으로 여전히 진행형이다.2009년 시범 사업으로 출발해 올해로 만 3년차 이어지고 있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있어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수혜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곳 '김포'가 있다. 김포공항과 김포평야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그러나 도시화 속에 색깔을 잃어가는 김포가 마을미술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 마을 미술로 만드는 큰 그림
2009년 김포에 특별한 실험이 시작된다. 재두루미와 청둥오리, 기러기 등 겨울철새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김포 홍도평 생태 스토리'다. 사람들의 걸음을 밀고 끄는 여섯 개의 공공미술작품은 어느새 지역 이정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서해 최북단 항구 김포 대명항이 무대가 된다. '꿈꾸는 대명항'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마을미술과 재활용이라는 이색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지역 명소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꿈꾸는 염하강'이 탄생했다. 2010년 경기도가 지정한 평화누리길을 중심으로 '마을미술'이 이른바 날줄과 씨줄이 돼 한 폭의 큰 그림을 완성해 냈다.
염하강은 바닷물과 강물이 섞여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포반도와 인천 강화도 사이에 흐르는, 한강의 민물과 서해 바다의 짠물이 만나는 바닷길이다.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항한 염원이 어우러진 공간이기도 하다.
평화누리길은 DMZ 트레킹 코스를 출발점으로 염하강변을 따라 철책을 끼고 조성돼 있다. 북한과의 거리가 20여㎞에 불과한 최전방 군사지역이다. 철책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은 그저 따라 걷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천에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은 예술가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포공공미술발전소(대표 최문수)는 작가 7명을 주축으로 '평화'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평화의 소중함, 평화의 메시지 그리고 소시민의 행복이란 소주제를 총 21점의 공공미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 보다 주민에 가까운…과제
'꿈꾸는 염화강'의 시작점에는 군용 철책으로 만들어진 타원형 틀에 1000개의 물방울 형태 고리가 달려있다. 고리 하나 하나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담겨있다.
처음 홍도평 생태 스토리는 아기자기 지역을 상징하는 철새 등을 따라 걷는 재미를 살렸다면 대평항 프로젝트는 과거 항구의 풍요로움 부각과 재활용 재료들의 예술적 탄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평화에 대한 바람은 보다 큰 고민이 요구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람'이었다. 관악기의 이미지를 차용한 '평화의 노래'나 통일을 향한 간절함을 담은 홀씨를 품은 '평화의 바람', 그리고 당장이라도 북쪽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하려는 금속 소재 새는 소리의 울림을 상징하는 스피커 형태 벤치 위를 지키고 있다.
작품이 어떤 이미지를 담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3년이란 시간이 차곡차곡 포개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김포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개성도 분명하고 프로젝트간 거리감도 적잖지만 여러 지류의 강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상대적으로 작품들이 설치된 공간이 주민 정주공간과 떨어져 있어 저항(?)이 적었고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들로 관리 등에 있어 자치단체와의 협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작가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김포가 선택한 것은 '야외갤러리'의 확장형에 가깝다. 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을 야외 전시장 형태로 꾸리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포에서 마을 미술은 한마디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공공미술하면 떠오르는 기념비적 성격이 강한 설치 미술이 아니라 주변의 것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로 도시와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딘지 아쉽다. 결국 '작가들의 몫'이 커진 까닭에 주민들은 일부 손을 보탰을 뿐 관람객의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비단 김포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은 아니다. 앞으로 마을미술의 진화와 발전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이에 대한 보다 분명한 기준이나 방향이 있어야만 한다.
| "작품 아닌 '공간'으로 읽어야" 불특정다수 목표…적극적 유인력 등으로 차별화 ![]() 김포의 3년 프로젝트 중심에는 김포공공미술발전소 최문수 대표가 있다.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김포지회장 등을 역임했던 그는 2005년부터 마을 미술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김포 내 67개 마을에 작지만 문화예술로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진행하던 그에게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분명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었다. 최 대표는 "단순한 미술 장식품이 아닌 지역과의 일체감을 가진 문화예술 작품은 단순히 '작품'이 아닌 공간 개념으로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공간은 아니지만 작품들이 설치된 공간으로 주민들을 이끄는 유인력이 있는 만큼 '마을미술'적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도 보태진다. 특정한 마을 하나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단계는 비교적 쉽게 넘어섰지만 그만큼 완성된 작품들을 관리·보수하는 단계는 신경이 쓰인다. 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확인이 되고 보수 요청이 들어온다"며 "이부분 역시 다른 프로젝트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을미술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최 대표는 "지역 예술인들을 발굴·육성한다고는 하지만 창작 활동에 대한 평가는 조금 박한 편"이라며 "적어도 2~3년 단위로 정기적인 보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면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더 유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또 "작품 제작만이 아니라 기획에서부터 행정이나 회계 등 문화예술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