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이 미래를 연다] <5>재활승마

장애인·말·자원봉사자 등 모두 함께 즐겨
재활승마지도사 국자자격제도 조만간 시행
"가족 치료 위한 상담기능 접목도 필요"

정부가 말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앞으로 다양한 말산업 관련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직업 가운데 재활승마지도사, 말조련사, 장제사 등에 대해 정부는 국가자격제도를 도입,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재활승마지도사는 승마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한 치료를 지도하는 전문가들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직업이다.

▲ 장애아동과 자원봉사자들이 한 팀을 이뤄 재활승마를 진행하고 있다.
▲ 장애아동과 자원봉사자들이 한 팀을 이뤄 재활승마를 진행하고 있다.

△즐기는 치료, 재활승마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내 실외마장에 다음날 개최되는  '2012 KRA 재활승마 경진대회'를 앞두고 'KRA 한국마사회팀'이 마지막 연습을 진행 중이었다.

6세부터 14세까지 장애아동들이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말등에 앉아 대회코스를 돌며 실전 같은 연습을 벌였다.

땅 위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장애아동들은 말 위에서는 씩씩하게 구호를 외치고, 말 고삐를 잡은 채 능숙한 솜씨로 말을 타고 있었다.

이날 연습에는 장애아동과 말, 말 양쪽에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사이드워커(Sidewalker·측면 보조자) 2명, 말을 이끄는 리더(Leader) 등 3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한 팀을 이뤘다. 또 한국마사회 승마활성팀 소속 신정순 재활승마교관(37)의 지휘 아래 두시간 넘게 연습이 진행됐다.

말을 타고 있는 장애아동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지만, 말이 타는 것이 신나는 듯 얼굴 한 가득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즐기는 표정은 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재활승마교관 등 재활승마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담겨져 있었다.

재활승마라는 용어는 1990년대 초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됐으며, 지난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리즈 하텔이 소아마비 장애을 딛고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재활승마 활동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선진국에서는 치료승마가 수십년전에 걸쳐 발전들 거듭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인 경우 10여년 전부터 재활승마가 이뤄지고 있다.

재활승마란 신체적, 정신적 부자유자들이 승마를 통해 치유를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재활치료의 한 방법이자 스포츠이다.

재활승마의 대상은 뇌병변, 지체장애, 지적장애 등으로 다양하며, 이 가운데 뇌병변이나 지체장애인들에 있어 치료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활승마는 크게 치료승마, 강습승마, 스포츠·레저승마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말산업육성법 제정에 따라 재활승마지도사가 국가자격제도로 도입됐으며, 재활승마이론·마학·마술학 등의 이론시험과 마술·재활승마실무 등 실기를 통과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 한국마사회 신정순 재활승마교관이 재활승마용 말인 ‘째즈’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매력적인 직업, 재활승마지도사

신정순 재활승마교관의 전 직업은 작업치료사. 연세대 재활학과 작업치료를 전공한 신 교관은 대학졸업 후 작업치료사로 활동하다 한국마사회의 재활승마치료사 모집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재활승마를 알게됐다.

재활승마를 처음 접하고 흥미를 갖게 됐지만 한국에서는 재활승마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어, 지난 2003년 영국행 항공기를 탔다.

영국 재활승마센터에서 1년간 재활승마를 전문적으로 배워 재활승마교관 자격을 취득해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의 재활승마에 대한 여건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 귀국 후 처음으로 근무했던 개인승마장은 말에 대한 배려도 없었고, 마방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실망감이 컸다.

이어 신 교관은 지난 2007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해 지금까지 재활승마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교관이 맡고 있는 재활승마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치료승마프로그램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승마강습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 2회, 8주간 진행되는 등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시한다. 이는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재활승마에 대한 기회를 주기 위한 고육책 때문이다.

신 교관은 재활승마에 대해 "재활승마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즐거운 활동"이라며 "한 장애아동은 말을 타는 것이 무서워 전체 8회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5번째에 겨우 말에 올랐지만, 마지막 8회차에서는 말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재미가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신 교관은 또 "장애로 인한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장애아동들은 재활승마를 접한 이후에는 자신감이 커지고 적극적으로 성격이 변한다"며 "또한 재활승마를 통해 걷는 모습이 교정되는 등 장애에 대해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장애아동들의 일상 생활까지 큰 변화가 있을 때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신 교관은 "재활승마가 지금은 많이 알려지면서 초기에 비해서는 재활승마교관이 많이 늘었지만, 재활승마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또한 일부 재활승마교관인 경우 장애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말을 태우는 경우가 있어 안전문제 발생 등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관은 또 "재활승마지도사는 직업으로서 고수익은 보장하지는 않지만 직업만족도 매우 높기 때문에 큰 매력이 있다"며 "재활승마에 참가하는 장애아동과 자원봉사자, 교관 등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서로에게 맞추면서 함께 즐기기 때문에 일을 한다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관은 또 "앞으로 가족상담 분야를 공부해 재활승마에 접목시킬 계획"이라며 "장애아동들도 상처가 있지만 부모들도 상처가 있기 때문에 재활승마와 가족상담센터 기능이 함께 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