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상속에 있어서 한정승인이라 함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해 얻을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망자)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의 상속형태 또는 그러한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고, 상속채권자(망자에 대한 채권자)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한정승인자는 민법에서 정하는 순서와 절차에 따라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 등에게 변제를 해야 한다. 한편 한정승인은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상속재산의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일뿐 한정승인자가 상속재산에 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것 자체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정승인자가 상속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개시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해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는 상속채권자가 그 재산에 쫓아가 강제집행할 수는 없다. 그런데 위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 즉 한정승인자가 상속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개시 전에 자신의 고유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상속채권도 변제되지 않고 한정승인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속채권자와 담보권부 고유채권자 중 누가 우선하는지 문제된다. 실제 문제된 사례는 아래와 같다.
 
망인의 처 A는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했는데 당시 원고는 망인의 채권자(상속채권자)였고, 피고는 A의 채권자(고유채권자)였다. A는 한정승인이 수리되자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등기를 하고, 피고에게 A자신의 고유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다. 상속재산에 대해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피고에게 원고보다 선순위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가 작성됐는데, 원고는 배당이의 소를 제기했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담보권을 가진 고유채권자에게 우선적 권리를 인정했다. 다수의견은 한정승인자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해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사람과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속채권자가 한정승인의 사유만으로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한정승인자가 상속채권을 변제하기 전에 자신의 고유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면, 고유채권자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저당권자로서 상속채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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