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 희망순례] 11. 표선고등학교

▲ '학생자치법정'이 학생간 '토론'과 '합의'라는 대전제 속에 2011년도부터 꾸준히 이어져오며 건전하고 올바른 학교문화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 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학생·교사·학부모·지역주민 한마음 한뜻 협력  
등굣길 캠페인·학생자치법정·자율동아리 활발

'조금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은 변화와 쇄신의 노력을 통해 꿈꿔볼 수 있다. 학교폭력이니 빵셔틀이니 교권추락과 같은 불편한 단어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갈등' 대신 '소통'으로 희망을 찾으려는 일선 학교의 노력은 언제나 빛이 난다. 한꺼번에 큰 결실을 맺겠다는 욕심보다 작지만 진심어린 바람과 노력이 지역사회 모두를 움직이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동참해 학교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표선고등학교(교장 박원권)를 찾았다.
  

▲ 표선고등학교 학부모회의 등굣길 캠페인에 학교운영위원회, 표선파출소, 표선해병대전우회, 표선청년회, 표선태권폴리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하며 캠페인이 지역 차원의 학생생활지도로 확대됐다. 각 지역 단체대표들이 함꼐 만나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관심과 기대 모두를 변화시키다

표선고등학교에는 매주 월요일 색다른 등교 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 등교시간(7시20분~8시10분)에 맞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등교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옷매무새를 일일이 살펴주고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며 학교를 보낸다. 자상하고 따뜻한 손길은 자신의 아이만이 아닌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학생생활지도 교사와 선도부가 몽둥이를 들고 학교 앞을 지키던 옛 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등굣길 풍경이다.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자식들과 등굣길을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표선고 학부모회(회장 강순정)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위해 2011년부터 시작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는 바른길, 등굣길' 캠페인이 1년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회의 이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놀랍게 변화시켰다.

우선 학부모회의 캠페인에 학교운영위원회, 표선파출소, 표선해병대전우회, 표선청년회, 표선태권폴리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하며 등굣길 캠페인이 지역 차원의 학생생활지도로 확대됐다.

또 전체 학생의 70~80%가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은 물론 운동화,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고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의 모습은 현재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2011학년도에 이어 현재까지 학교폭력문제가 없는 학교가 됐고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2010년 40%·2011년 25%·2012년 9%로 대폭 감소하는 등 학력신장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해소되고 있다.

강순정 학부모회장은 "어른들이 자신에게 쏟는 관심과 기대가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가 또 어른들을 함께 변화시키고 있다"며 "최근에는 표선고에서 하는 캠페인이 이웃의 표선중학교에도 이어지며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표선고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자유롭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 천국 표선고'를 모토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 운영하고 있다.
△'너와 나'가 함께 생활하는 학교

이 모든 변화에는 학생들의 자정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 활동이 학생간 '토론'과 '합의'라는 대전제 속에 2011년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며 건전하고 올바른 학교문화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학생자치법정'은 교칙 위반에 대해 학생이 학생을 처벌하는 단죄의 자리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정과 이유를 지닌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정을 이해하며 서로 해결해나가기 위한 대화의 자리다.

이전의 징계가 교칙에 따른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직접적인 지도와 벌이 내려졌다면 학생자치법정은 그 중간에 위치해 학생들이 스스로 교칙위반행위에 대한 자정활동을 펼치게 된다.

과벌점(30점 이상)으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자치법정에서 변호인은 배심원단에게 과벌점자가 벌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피치못한 사정, 현재의 변화된 모습,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등을 전달하며 선처를 호소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도 있고 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나' 혼자가 아닌 '너와 나'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법 또는 규칙을 이해하고 지켜내는 민주시민의 법적 소양을 키워가는 것이다.

학생자치법정에서 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혜양(18)은 "처음에는 법정에 서는 것 자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법정에서 자신을 변론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돼 오히려 학생들 사이에 호응도 높다"며 "학생자치법정 활동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표선고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자유롭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 천국 표선고'를 모토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 운영하고 있다.
▲ 표선고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자유롭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 천국 표선고'를 모토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 운영하고 있다.
△자율동아리 날개를 달다

표선고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자유롭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 천국 표선고'를 모토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9월까지 40여개가 넘는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율동아리는 자신들의 특기·적성을 키우기 위한 동아리도 있지만 학습동아리도 상당수에 이른다.

과거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올해 완전한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된 만큼 학업에 대한 의욕이 있어도 그 방법을 몰라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희망자에 한해 '진로진학멘토자율동아리' 형식으로 그들의 '진학'에 도움을 주고자 교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여기에는 SOS(Study Of Student), 멘동스쿨, 시나브로, BMW(Beautiful Mathematics World) 등의 동아리가 활동중이다. SOS는 또래 교사 5명이 합동으로 학생들을 위한 자기주도학습 지도와 상담활동을 병행하고 있고, 멘동스쿨은 지도교사와 학생이 1대 1결연을 맺어 학습과 상담활동을 겸하고 있다.

시나브로와 BMW는 각각 봉사와 영어학습을 연계한 영어 읽기 및 작문 활동, 다양한 수학 관련 학습 및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 일반 동아리에는 난타반, 클사랑, 비나리, 기타반, 단소반, 학생자치법정반 등이 있다.

특히 12명으로 구성된 풍물·난타 동아리인 '비나리'는 지역축제 참여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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