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힘, 공공미술] 2. 영천 별별 미술 마을-신(新) 몽유도원도⑴

3년 마을미술 프로젝트 첫 대규모 문화 마을 조성 작업 눈길
'지역이 소화할 수 있는'…듬성듬성 완성형 향한 빈자리 부각
올해로 만 3년째인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지난해 '행복 프로젝트'라는 특별한 거리로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이른바 '대규모'란 수식어를 단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의 소규모 사업으로는 할 수 없었던 종합적 기획으로 '행복 프로젝트만의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지역의 특산물이나 관광자원과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데 무게를 뒀다. 뭐든 시작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꾸려진 첫 현장은 아직 뭐라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에 대한 태동으로 가득했다.



# 고령화와 그에 따른 공동화
'공간 가꾸기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미술이란 무엇이며 마을에서 공공미술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이지만 중요한 문제'.
첫 행복 프로젝트의 미술감독이란 쉽지 않은 자리에 막중한 책임을 졌던 박수진 전문기획자가 털어놓은 시작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말이다.
경북 영천시 가상리에서부터 화산리, 귀호리 일대는 '고령화와 그에 따른 공동화'라는 농촌 마을의 고민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간이다.
지금이야 행복 프로젝트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이 바둑판 위 희고 검은 돌처럼 박혀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집이거나 논·밭, 개천이 느릿느릿 그러나 한참이나 낡은 시간을 마냥 흘려보냈었다.
이 일대는 지금 거대한 지붕없는 미술관이 됐다. 지난해 8월부터 전국의 역량 있는 미술 작가 50여명이 45개팀을 구성해 석 달 여간 마을에 머무르며 쏟아낸 땀의 결과물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년 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 공모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 때까지 인천·충북 충주와 치열하게 경쟁을 했다. 당초 국비 3억원과 비시 3억원 등 6억원 규모로 예상했던 사업은 뚜껑을 모두 열고나니 총 9억원의 전국 최대 규모(당시 기준)로 이목을 끌었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 위원회는 △장소성 외에도 △지역주민 수혜성 △지자체의 의지와 재원 △지역발전 기여성 등을 심도 있게 살폈다.
이 지역에는 모두 348가구·670여명의 주민이 산다.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로, 마늘·쌀·복숭아·포도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빈집이 늘어가고 주민들도 늙어갔다. 친환경 재배 등으로 얼마간의 소득을 손에 쥐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농사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이 일대는 수백년을 이어온 5개 성(姓,안동 권씨·창녕 조씨·영천 이씨·평산 신씨·청주 양씨)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던 까닭에 문중 정자와 재실·서원·종택이 25곳이나 있다. 토성과 옛날 정미소, 수달이 사는 실개천이 있고 폐교를 리모델링해 세운 시안미술관이 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첫 행복프로젝트는 이들 요소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안이 됐다.
# 아직은 '진행형'
참 긴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2011 마을미술 프로젝트 중 행복 프로젝트, 신몽유도원도, 영천 별별 미술마을, 다섯 갈래 행복길…. 고민이 많았으니 꺼낼 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광범위한 공간에 지역을 상징하는 작품과 주민의 삶 속에 녹아든 작품, 지역민들의 향수를 달래고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작품 45점이 설치됐다.
그 느낌이 '점점'이다. 미술평론가인 임재광 공주대 교수의 평가를 빌어 이 프로젝트의 '특징'때문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이 프로젝트에서 △스토리텔링 △길 △실용성 △체험과 교육의 기능 △예술마을 조성과 관광레저프로그램 개발 △빈 집 △담, 벽 △생태라는 요소를 집어냈다. 사실 직접 현장에서 '길'과 '빈 집' '담, 벽' '생태'까지는 찾아냈지만 나머지 요소들은 체감하기 어려웠다.
작품들 간 기대 이상의 거리감도 있었지만 '스토리텔링'을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가 부족해 한참 설명을 듣고 길을 더듬어 간 뒤 다시 설명서를 뒤적여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위 측은 '아직 마침표가 아니'란 말을 던졌다.

첫 사업인 만큼 욕심도 많았고 기대도 높았다. '지역이 소화할 수 있는'에 대한 기준도 미흡했고 일부 작품들에 대해서는 평가를 놓고 논란도 적잖은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의 동선을 고려하지 못한 작품 일부가 훼손되는 크고 작은 일까지 아직 진행형이란 말에 저절로 안도가 됐다.
이런 부분들까지 아주 꼼꼼히 살피게 된 데는 그 어렵다는 '두번째'가 다름 아닌 '제주 서귀포시'란 점이 컸다. 지역 성격마저도 판이한 데다 진행과정에 있어서도 차이가 커 그 결과를 장담하거나 함부로 두 프로젝트를 비교하기도 어렵지만 예측 가능한 실수 정도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원로 조각가인 70대 조성묵 작가의 작품에서부터 20대 젊은 건축가 김지호 작가의 프로젝트 안 프로젝트 '빈집 소생(蘇生)'까지 마을은 분명히 달라졌다.
| "'문화'로 달라질 마을 믿어" 영천 행복프로젝트 낙점·사업 진행 숨은 공신 ![]() 행복프로젝트에 대한 도움말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해 받은 메모에는 '농촌지도사'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마을미술'과는 거리가 있을 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권효락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천시농민회 부회장(명함에 적힌 대로라면·47·가상리)은 한창 복숭아 수확으로 여념이 없는 가운데도 '영천 별별 미술 마을-신(新) 몽유도원도'를 찾아왔다는 말에 그만 일손을 내려놨다. 마을에서는 '어린 축'에 든다는 그는 지역 토박이로 문중 일까지 맡아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리장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늙어가는 마을을 살릴 새로운 소득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마을미술 프로젝트 역시 그 가운데 알게 됐다. 지역 추진위원회를 조직, 발품을 팔아가며 지자체며 지역 의원들을 설득했고 타 지역 사람에게 팔린 경우가 아니라면 수소문을 해 사용 승낙서까지 받았다. 달랑 10가구인 가상리만으로는 사업 낙점이 어렵다는 얘기에 인근 화산 1·2리와 귀호리까지 섭외(?), 2개 면을 아우르는 전무후무한 '도화지'를 펼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집에 영천 프로젝트와 관련한 리플렛이며 사업설명서를 갖추고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상세한 설명까지 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열심이다. 그래도 아직 모자라다. 여전히 들렀다 가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체류를 유도해야만 애써 갖춘 문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권씨는 "결과와 상관없이 현재 시암미술관과 농촌마을개발사업을 연계한 구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바뀌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인적이 뜸했던 마을에 하나 둘 사람이 찾아들고, 낯선 듯 경계했더 마을사람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보자기와 밥상보 등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알록달록 만물상'에서 번을 서는 일도 익숙해졌다. 권씨는 "수익 사업이라고 시작했지만 아트 자전거나 휴게소를 관리하는 일이 아직 서툰 상황"이라며 "한꺼번에는 어렵지만 지역 민박 등 지역에 득이 되는 장치를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