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희망순례> 12. 장전초등학교

▲ 장전초는 지난 6일 많은 지역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전초 학생승마단' 창단식을 가졌다. 5명으로 구성된 장전초학생승마단원들은 이날 마장마술 시범으로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성화 프로그램이 시행 1년여 스펀지처럼 '쑥쑥'
학생 미래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 노력 '눈길'

공교육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학업성취도를 높여 무조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란 사실에 누구나 공감한다. 학생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고 키울 수 있도록 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주는 것 역시 공교육으로서 학교가 담당해야할 책무다.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장전초등학교를 찾았다.  

△큰 꿈, 큰 사랑 실천하는 학교

제주의 교육은 제주와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제주국제학교 등 국제화된 현실 속에서 개성과 자기존중의 인격을 갖추고 자기계발을 주도하며, 국제적인 안목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마다 산업화 시대의 수동적·폐쇄적 운영의 틀에 머물고 있어 지금의 우리의 초등교육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돼 운영되는 것이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이며 그 핵심의 내용을 포함해 운영방식을 제주에 맞게 변형한 것이 '제주형 자율학교 운영'이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장전초등학교(교장 김태수)는 지난해 제3기 제주형 자율학교에 선정돼 현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큰 꿈, 큰 사랑을 실천하는 즐거운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비교적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도시와는 달리 농촌지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지역기관과 지역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 하소로지역아동센터 등 각종 지역사회단체들은 장전초와 협약을 맺고 플루트 연주, 발레, 승마 검도 팜스쿨 독서논술 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플루트 연주.
▲ 하소로지역아동센터 등 각종 지역사회단체들은 장전초와 협약을 맺고 플루트 연주, 발레, 승마 검도 팜스쿨 독서논술 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발레.

하소로지역아동센터와 유수암체험마을, 한라생태체험마을, 제주특별자치도검도연합회, 마지원센터, 흥사단 제주지회 등 각종 지역사회단체와 협약을 맺고 검도, 승마, 발레, 팜스쿨, 독서논술, 플루트·오카리나 연주 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내용을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이는 학생들은 1년 반 동안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 전국 시조·가사·가곡 경창대회에 지역 명사와 함꼐 참가한 장전초 학생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1년 이상 진행되면서 장전초 학생들을 변화시킨 사례는 특히 눈길을 끈다.

학교의 말썽꾸러기로 악명(?)을 떨쳤던 박성호군(가명·11)은 이제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올해 학교 부회장에 선출되기도 하는 등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모범생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수업을 빼먹는 것은 물론 친구들을 괴롭히고 학교연못에 잉크를 뿌려놓거나 리사무소 문고리를 부수고 달아나는 등 선생님들은 학교수업보다 성호로 인해 생긴 민원(?)을 해결하고 성호를 찾아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 전도대회에서 단체전 1·3위, 개인전 2위 등을 차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검도교실 학생들.

하지만 성호가 180도 모습을 바꾸게 된 계기는 지난해 3월 검도교실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사회성과 예법, 집중력을 기르는 검도를 꾸준히 배웠던 성호는 올해 3월 전국대회에 출전, 1승을 거두게 됐고 성호에게 1승은 단순한 1승이 아닌 전국대회 '우승'과 맞먹는 값진 결과였다. 성호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에 차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성호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모범생으로 변하게 됐다.

학습부진아로 어려움을 겪었던 고민성군(가명·10)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도 특성화 교육 덕분이다.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민성이가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오카리나와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친구들에 비해 한참 뒤지기만 했던 민성이가 유독 오카리나와 플루트를 연주할 때는 친구들은 물론 형·누나들 보다도 대단한 능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민성이는 앞으로 열리는 오카리나 연주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는 등 숨어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 장전초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팜스쿨’(Parm-school) 사업을 운영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농촌체험학습을 통한 애향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게 노력"

장전초는 지난 6일 '장전초 학생승마단' 창단식을 가졌다.

자세교정과 전신운동, 정서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힐링스포츠 승마는 주1회 토요방과후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가 기능이 우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승마단을 조직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장배 마장마술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등 점차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승마 외에도 장전초에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팜스쿨 사업을 운영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농촌체험학습을 통한 애향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폐건축물과 각종 쓰레기가 매립돼 잡풀만 무성했던 버려진 약 1653㎡의 땅이 학교의 노력으로 야채류 21종, 과일류 5종, 곡식류 3종이 재배되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결실의 보고로 변했다.

장전초는 이곳에서 생산된 야채와 과일 등을 그대로 하소로 지역아동센터로 보내며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기쁨과 함께 나눔의 기쁨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김태수 교장은 "텃밭 뿐만 아니라 시조창을 하시는 많은 지역 명사들의 도움으로 시조창 교실이 운영되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율형학교 지정으로 인한 단기간의 교육효과 창출이 아닌 지정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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