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힘, 공공미술] 3.영천 별별 미술 마을-신(新) 몽유도원도 ⑵

전통과 현대, 마을 그리고 참여객이 만드는 '이야기' 기대감 커
마을에는 분명 사람이 든다.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를 통해 한적한 시골 마을 전체가 하나의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결과다. 현대 미술과 전통의 은근한 조화가 활기가 됐다. 하지만 마을을 관람객의 단순한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또 주민들의 삶과 일상이 이들로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과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채워야할 빈 칸이 많지만 그래서 앞으로의 변화가 더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작가군이 엮은 예술 루트
마을에 들어서며 일단 마음이 바빠졌다. 얼핏 듣기에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일대는 한적한 농촌이다. 낯선 이들의 방문이 사뭇 신경 쓰일 일이지만 마을을 가로 질러 흐르는 기운은 예전 그대로만 같다. 인적 드문 이 외딴 마을에 얼마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방문객들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산책한다. 논두렁과 빈집, 개천 등 이 일대에는 별을 따는 소년의 조형물과 수달 관측소 등 다양한 예술작품 45점이 설치돼 있다.
작품은 무려 2개면 5개리에 걸쳐 있다. 걷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고 차를 이용하자면 조금 미안해진다. 그 모든 것을 쉬엄쉬엄 둘러보며 마을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다섯 갈래의 길이다.



'마을 미술관'이란 단어가 저절로 만들어질 리 없다. 이전까지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와 화산1ㆍ2리, 화남면 귀호리 일대는 길마다 자리잡은 오행순환의 원리와 마을역사, 설화를 담은 설치ㆍ회화ㆍ조각ㆍ미디어아트 등 45점의 미술작품으로 연결됐다.
그 안의 얘기들은 시종 '도란도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주민이 기증한 유물로 꾸며진 마을사 박물관에는 '우리 동네 박물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옛 마을회관이다. 한때 마을 소식을 한데 모으고 또 밖의 소식을 들여오던 통로였던 공간은 현대식 건물에 밀려 쓰임을 잃었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직접 채우기 시작하면서 수십, 수백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였고 고스란히 역사가 됐다. 어떤 화려한 장식이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도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이길 수 없을 정도다.
마을 노인들의 핸드 프린팅 작품인 '위대한 손', 주민이 만든 전통 규방공예상품을 파는 '알록달록 만물상' 등이 들어섰다.
농촌 일상을 표현한 '신(新) 강산무진도'와 빈 집을 소쿠리 짜듯 대나무로 덮은 '바람의 카페', 당장이라도 바람에 실려 멀리 상상의 나라로 데려갈 것만 같은 예쁜 시골버스정류장 '풍선을 타고 떠나는 환상여행' 등이 발을 붙든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동 권씨,창녕 조씨, 영천 이씨 등의 문중정자와 제실, 서원, 종택을 비롯한 고택이 20여곳이나 되다보니 마을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을 찾아가다보면 고택이 보이고 고택을 감상하다보면 예술작품이 눈앞에 나타나는, 시간을 오르내리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가상마을 시안미술관정류장에 내리면 바로보이는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가장 아름답게 활용한 미술관으로 영천 별별 미술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 그 흔적이 역력한 학교 운동장 잔디밭과 시안 미술관 건물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스쳐간다. 머묾을 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적극성과 테마 간 연결 고리, 그리고 프로젝트를 지지할 '사람'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공동화'로 인해 활용한 공간이 많아지고 비교적 지역 차원의 참여의지가 높기는 했지만 '고령화'는 저절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적했던 농촌 마을을 '일부러'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구도심 공동화 문제를 문화로 풀겠다는 '서귀포시 행복프로젝트'역시 한 번의 시도로 완성에 이를 수는 없다.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직접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사전 공감대가 이뤄졌는지가 '마침'에 이르는 속도를 빠르게도 또 느리게도 할 수 있다. 고 미 기자
| '벽 없는 미술관' 조성 현재진행형 두번째 행복 프로젝트가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고령화된 농촌 마을이 아닌 도시화가 만든 빈자리, 구도심의 예술 호흡을 내걸었다. 전문가 그룹이 사업 구상에서부터 완료까지 작업 전반에 참여하는 등 전문성이 강조된 사업으로 초반 눈길을 끌었던 것에 비해 기대감은 여전하다. 신유토피아라는 이름을 내건 서귀포시 행복프로젝트는 현재 서귀포시 작가의 산책길과 연계, 4.9km의 길을 예술콘텐츠로 채워 넣는다는 밑그림 아래 현재 1차 작가 공모가 이뤄졌고 현장 답사를 통한 작가들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 향후 2차 작가 공모를 통해 내년 2월까지는 사업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예정대로라면 절반이상 사업이 진행됐어야할 상황이지만 서귀포시가 예산 확보와 장소 임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진턱되지 못했는가 하면 일부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당초 사업에 포함됐던 자구리 해안의 폐건물이 행정 부서간 협의 부족으로 1차 작가 공모가 마감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12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는 자구리 폐건물 활용 불발로 선정에서 제외된 작가를 2차 공모를 통해 재선정할 계획이다. 김해곤 추진위 총감독은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며 "다음주 쯤에는 지역 마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회를 갖는 등 내년 2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혜아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