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이 미래를 연다] <7>조교사
경주마 관리부터 경기전략까지 총괄 지휘
상금·승률·전적으로 평가받는 프로 세계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경쟁서 살아남아"
0.01초의 승부 겨루는 프로의 세계 경마. 흔히 경마하면 말과 기수 외에는 는 말과 함께 기수가 있는 힘껏 달리며 승부를 겨루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경주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승패가 결정날 때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긴장한 채 지켜보는 또 다른 경마의 주인공이 있다. 경마 경주의 총감독이라 불리는 조교사. 조교사는 경주마의 관리부터 기수 선택, 경주 전략 등 경마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지휘한다. 말 관련 이색직업 중 하나인 조교사. 조교사도 기수처럼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조교사의 생활을 들여다 본다.

△경마의 총감독, 조교사
제주경마공원 4조 ‘늘푸른 마방’ 책임자인 심도연 조교사(45). 심 조교사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을 잘 때까지,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모든 신경은 자신의 마방에 쏠려 있다.
경주 성적으로 평가받는 경마의 세계에서 조교사의 생활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심 조교사의 마방에는 기수 1명과 마필관리사 5명이 소속돼 있다. 몇 년간 호흡을 맞춰 온 팀으로, 심 조교사에게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이들과 매주 경기를 준비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조차 잘 모를 때가 많다.
심 조교사의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경주마 훈련인 ‘조교’로 시작한다. 2~3시간 정도 이어지는 오전 조교 시간에 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면서 경주를 앞둔 경주마들의 컨디션을 점검한다.
또한 심 조교사는 말들의 상태에 따라 기수에게 훈련 강도를 조절해 주고, 마방 소속 마필관리사들에게는 경주에 최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도록 지시한다.
오전 일정이 끝나도 심 조교사는 맘 편히 쉴 수 있는 여유는 없다. 매주 금·토일마다 열리는 경주를 치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 조교사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경주마는 28두. 이들 경주마의 몸값은 평균 1000만원 정도고, 최고 비싼 말은 7000만~8000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비싼 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고, 챙겨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많다.
또 경마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말들을 확보해야 하고, 매주 2~3마리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심 조교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목장을 찾는다.
경기에 투입할 좋은 경주마들을 자신의 마방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심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맡기고 있는 마주는 20여명. 심 조교사는 마주와의 관계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솔직함이다.
매주 진행되는 경주에서 늘상 우승만 하면 좋겠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날도 있지만 예상보다 나쁜 결과도 있는 날도 허다하다.
심 조교사가 가장 곤혹스러운 때가 우승을 예상했던 말이 입상을 못할 때다. 그럴 때면 마주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한다. 결국은 전화를 걸고 말의 상태와 승패의 원인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한다. 순간을 피해기 위해 괜한 핑계를 댔다가 나중에 마주와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요일마다 이뤄지는 투표 결과에 따라 경주 대진표가 확정되면, 심 조교사의 마음도 다시 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경기에서 경쟁해야 하는 말들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 출정 결정을 조정하고, 기수와 경기에서 펼칠 작전을 논의한다. 사전에 마련한 작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그때의 성취감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심 조교사는 기수 출신으로, 지난 1991년 제주경마공원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말을 탄 베테랑 기수였다.
25살의 늦은 나이에 기수로 데뷔해 3000경기 넘게 출전했으며,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조교사 시험에 응시해 기수들 대부분이 꿈꾸는 조교사 자격을 취득했다.
심 조교사는 지난 2008년 조교사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1692 경기에 참가해 233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심 조교사는 "조교사도 기수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조교사는 철저한 프로의 세계로, 자신의 능력만큼 대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 조교사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말을 공급하는 마주, 경기에 참가하는 기수, 말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 모든 것을 총괄하는 조교사 등 모두가 호흡이 맞아야 한다"며 "좋은 경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솔직한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는 5년 동안 조교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심 조교사는 "남들과 경쟁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이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4시간, 365일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평생 직업으로 선망 받는 직업
조교사는 일반 스포츠의 감독과 같은 위치에 있으면서, 경기 전략을 구상하고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지도·통솔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마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경기의 우수 확률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조교사를 꼽는다.
조교사의 수득상금, 승률, 전적 등을 살펴보면 조교사의 마필 관리능력과 조교 관리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마주 제도는 한국마사회가 마주, 경주마 관리자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단일 마주제였지만, 지난 1993년 개인 마주제로 일시에 전환되면서 조교사도 마주와의 마필위탁관리 계약을 통해 활동하는 완전 자유업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대해 1개의 경주조는 1명의 조교사와 1~2명의 기수, 5~8명의 마필관리원, 25~30두의 말로 이뤄진다.
조교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알고 있어야 하며, 경마 경주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조교사 중에는 말에 대해 잘 아는 기수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기승교관 경력이 8년 이상이 사람과 마필관련업무에 통상 12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도 조교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 면접으로 이뤄지며, 전과목 40점 이상이어야 한다. 필기인 경우 일반상식, 경마법규, 노무관리, 마학, 마술학 등이다. 실기는 기본마술·마필관리실무·응용마술이며, 최종적으로 면접을 거쳐 통과해야 만 조교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기존 조교사가 63세의 정년 등으로 퇴임해야 대기 순서에 따라 조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